퐁퐁(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11월 20일, 행성인 소모임 ‘퀴어들의 스터디’의 첫 수다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호모소셜과 호모섹슈얼’


퀴어들의 스터디(이하 퀴쓰) 모임장 스톤은 수다회 기획당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집중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샤브샤브’를 대가로, 나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웹자보의 핵심요소였던 보라색 삼각형은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호모소셜을 도식화한−을 의미한다고.


웹자보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퀴쓰의 첫 수다회 제목은 “게이와 여성혐오”. 페미니즘이 이슈가 됨과 동시에, 페미니스트 게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그룹의 성소수자들이 문화구성원으로 유입되면서부터 게이컬쳐 내 여성혐오는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한데 이에 관한 전문적 연구가 부족하고 일관된 담론이 형성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태다. 논란의 지점 한 가운데 서있는 주제를 택한 덕분인지, 기존 퀴쓰 인원의 10배가 훌쩍 넘는 35명이 수다회에 참석의사를 밝혔다. 저마다의 호기심과 참석동기도 각기 다른 35개이겠지.


평소 가벼운 마음으로 오던 퀴쓰였지만 다양한 분야에 계신 많은 분들이 오신다는 소식에 이번 수다회를 향하는 내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진중했다. 그렇게 도착한 익숙한 풍경의 행성인 사무실. 그러나 낯선, 수다회보다는 세미나라는 이름이 자못 어울리는 분위기. 설렘과 걱정이 공존한 수다회는 10분정도 딜레이 된 후 스톤의 어색한 환영인사로 막을 열었다.


수다회는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35명이 다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원이 많이 모였기에 두 그룹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기소개와 수다회에 참석한 계기 등을 가볍게 나누는 시간이 첫 순서였다. 그 후에 약 40분간 스톤의 발제가 이어졌고, 나머지 시간동안 다시 조를 나누어 주제와 관련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이쯤 되면 도대체 ‘게이’란 무엇인지, 게이가 어디에 위치 지어져 있는지 불분명해진다. 게이는 호모 소셜 가장 깊숙한 곳에, 소셜 밖 변두리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가적인 존재다. 이런 모순적인 위치성은 게이의 이중적인 여성혐오 -여성 화자적이면서 동시에 대상적인- 와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게 아닐까.”
 
수다회 개최의 목적도 그렇지만, 스톤의 발제는 “이것 저것은 게이들의 여성혐오다. 땅땅땅!” 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고, “어째서? 왜? 이건 어때?” 하면서 사람들이 쉽게 생각했던 부분을 흔들며 궁금증과 의문을 남겨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나 또한 게이 내의 여성혐오에 대한 원인분석이 부족했고 그 양태와 결과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를 다층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스톤의 발제는 매 순간 듣는 이로 하여금 눈을 번뜩이게 했다. “저는 여러분들이 해답이 아니라 궁금증만 더 안고 가기를 바라요.” 라는 스톤의 마무리 멘트. 그의 의도는 이번 수다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보아 성공적으로 실현된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며 선을 확고히 했다. 그는 재현에 대한 ‘스피박’, ‘모한티’, ‘헤러웨이’의 분석을 나열하고, ‘로테리스’의 “오히려 비(非)가시화 됐던 것을 가시화하고 자연적인 것을 탈자연화하면서, 젠더의 재현 안팎과 사이를 넘나드는 주체 생산이야말로 긴급한 사안이다.” 라는 분석을 인용하면서도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해체, 탈(脫)자연화에 의한 재구성이 누구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라고 첨언했다.


아직까지 어떤 이론가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기 위해 수다회가 개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대신, 던져주고, 제시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자들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난코스임을 보여준다.
 
“재현을 검토하고, 재현을 문제시하고, 절합의 정치처럼 재현의 대안을 내놓고,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세. 내가 재현하는 현실이 어떤 현실이고 어떤 현실을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우리를 변화의 길로 이끌지 않을까.”
 
이번 수다회의 주제는 “게이와 여성혐오” 였지만, 그것에 국한된 인식으로 끝나지 않고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한 ‘트랜스포빅’ ‘바이혐오’ 등의 이슈와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공고히 연결되어 있는 일련의 문제들이 우리들의 연결을 방해한다. 나는 성소수자 운동이 1세계 백인-시스젠더-남성-게이-비장애인-비청소년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연대하고, 배제적이지 않고, 최대한 함께할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유와 행동, 그를 이끌 의지와 성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게이들이 여자들과 더 사교해야 한다.”는 일상적 해결방안을 제시한 어떤 분의 말마따나 ‘소통의 경험’이란 굉장히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조를 나누어 자유토론을 하면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배워간 이번 수다회처럼 일련의 건강한 소통과정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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