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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회원 에세이] 변화한 것들

by 행성인 2025. 6. 22.

바을(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안녕하세요, 웹진에 처음 글을 기고하게 된 바을이라고 합니다. 대학생이고, 2024년 11월에 행성인에 가입했어요.

사실 웹진에 글을 쓰는 건 꽤 오래된 소망이었어요.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성인 웹진에 연락을 드렸더니, “6월 웹진을 목표로 글을 보내주세요”라는 답을 받았죠. 이 글에서는 행성인에 들어오고 나서 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를 소개하는 첫 글이라면 제가 행성인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를 쓰는 게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처음 행성인을 알게 된 건 한 친구를 통해서였어요. 사랑했던 사람, 지금은 하늘로 떠난 사람이예요. 저는 부고 소식을 듣고 한동안 세상과 거리를 두며 지냈어요.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고 나서 문득, 그 사람이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행성인이라는 단체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퀴퍼 때마다 봤던 저 단체는 뭐하는 단체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요. 그렇게 마음이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24년 11월, 행성인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첫 참여는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이었어요. 마침 그날은 송년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디딤돌에서는 나만의 미니북을 만들고, 앞으로의 목표를 나눴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 말이 잘 통했고, 그 자리에서 이런 감정을 처음 느꼈어요. '아, 나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구나.'


그 감정이 제게는 행성인에 들어온 뒤 처음 겪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어요. 또한 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인연이라는 건 설명보다는 감각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날의 저는 그저 한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지만 분명한 건 그 자리에서 아주 작고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이 공간에 나의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 행성인에서의 시간은 그 감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송년회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몸짓패 분들의 공연도 봤어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몸짓패 분들의 공연을 보고 나서 너무 멋져서 말을 걸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송년회라는 행사 자체를 처음 가봤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고(내향인으로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 분위기도 활기찼어요. 무엇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퀴어 혹은 엘라이라는 사실이 저를 안심하게 했죠. 낯선 곳에서도 저를 편안히 있게 했어요.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구나 싶은 순간들이 그날 저녁 내내 이어졌어요. 낯선 곳이 익숙해지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 반가워지기 시작했죠. 처음으로 나한테도 이런 자리가 생길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저 참여한 것뿐인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환해졌어요. 이제야 제 집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행성인에 들어오고 나서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평소 트랜스 인권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는 몰랐던 저에게 팀은 길을 열어주었어요. 첫 회의에서는 너무 피곤해 졸았고, 두 번째 회의에서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런 스스로가 창피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트랜스 관련 책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를 빌려 읽고 글도 써봤죠. 그렇게 천천히 공부하고 나니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생기고, 말문도 조금씩 트이더라고요. 그 후 트랜스팀 산하에서 ‘트랜스혐오대항언어만들기 TF' 팀을 모집했는데, 그 곳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능력이 안 되니까 못 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망설였을 테지만, 스스로와 천천히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지나며 ‘이유 있는 용기’가 생겼고 그 용기가 저를 가입할 수 있게 이끌어주었습니다.


또한 몸짓패 등 여러 소모임에도 들어갔어요. 평소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던 저는 지금이 아니면 스스로의 용기로는 가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몸짓패와 트랜스팀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장을 써 넣었어요. 그 선택 덕분에 현재는 몸짓패에서 좋아하는 춤을 마음껏 추고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나며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모임이 되었답니다.

 

파면축하파티에서 몸짓 공연을 마치고 팀원들과 찍은 사진

 

 

신입회원이 들어올 때에만 회식을 하는 독특한(?) 문화 덕분에 첫 팀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당시 저는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조용히 앉아만 있었어요. 그 모습을 돌아보니 충격이 컸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죠. 그 과정에서 사회성이라는 건 단순히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라는 감각이라는 걸 배웠어요. 덕분에 사회성이 향상되고, 나도 노력하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오랫동안 느껴왔던 열등감이 치유된 느낌이라 정말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어서 행복해요.


최근엔 ‘큐림’이라는 회원 소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림 소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연스럽게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확장되어 ‘큐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큐림은 ‘퀴어+그림’의 합성어로 ’퀴어의 드림(dream)을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매월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취미활동도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후로도 저는 행성인이라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꺼내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들이 저를 움직이고 활동하게 만들었어요. 

결론적으로 행성인에 들어온 뒤 저는 집이라고 느끼는 공간을 만났고, 전보다 더 자신감 있고 외향적으로 변했습니다. 전부 긍정적이고 제가 바랐던 변화들이라 만족해요. 앞으로도 이러한 좋은 변화와 새로 알게 된 인연들을 놓지 않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