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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171

진보를 두려워하는 '불온한' 세력의 뿌리와 고리에 맞서는 방법 Zinn(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겹치기 출연 먹방이 대유행이다. 공중파에서 종편에 이르기까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지지고 볶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유명해진 쉐프들이 끊임없이 겹치기 출연을 한다. 유사 프로그램이 많아지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개성 없고 식상하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을 보면 차별과 소외를 드러내고 싸우는 사람들 중 집회현장에 지겹도록 겹치기 출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집회,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 성소수자들의 축제와 각종 인권과 관련한 회의… 요리도 다르고 재료도 다른데 신기할 정도로 같은 말을 반복하며 칼날을 휘두른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그들의 겹치기 출연은 티비 프로그램처럼 채널을 돌리며.. 2015. 10. 4.
이쪽 용어 총망라 요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0월 9일은 한글날.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이쪽 용어 총망라를 기획하였는데,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게이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총망라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왜냐하면 각양각색의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용어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어떤 이들은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보편적인 용어로 조사해보았다. 이 기획을 보고, "이 용어는 그 의미가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깐. 이쪽 : .. 2015. 10. 4.
‘사랑하기에 우리는 존재한다’ - 연극 <스탑키스> 후기 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8월 13일,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연극 스탑키스를 보게 되었다. ‘레즈비언 연극이라니!’ 라는 호기심에 보게 된 연극이었지만,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지와 폭력에 관한 내용도 함께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는 부산의 외고 교사였던 은수가 서울의 특별학교로 발령받아 오면서 애완고양이를 교통리포터인 혜연에게 맡기면서 시작된다. 은수는 겁이 없고 적극적인 반면, 혜연은 목요일 6시마다 발생하는 반복적인 소음에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소극적인 성격이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첫 만남 때부터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되던 그날, 홍대 놀이터에서 첫키스를 하다 끔찍한.. 2015. 9. 6.
영화 <스톤월>: 논란과 그 이후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번에 개봉할 영화 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실제로는 유색인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면모들이 ‘표백’되었다, 트랜스 여성들의 존재가 삭제되었다 등의 내용들이 을 향한 주된 비판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때문에여러 담론 역시 촉발되었다. 이를 더 깊게 파헤치기 위해, 실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젠더퀴어 운동가 D(익명으로 남길 원했다)를 인터뷰했다. 스톤월 항쟁, 그 배경과 지워지는 정체성 Q: 스톤월 항쟁이 촉발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D: 스톤월 항쟁은 1969년에 시작되었는데, 당시는 미국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나던 때였다. 리처드 닉슨이 막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가하.. 2015. 9. 5.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9. 에필로그 - 행위, 문학의 長篇小說 金 飛 29. 에필로그 - 행위, 문학의 “어, 뭐야? 너도 왔어?” “누가 연락했니, 성준이 네가 연락 했냐?” “너 엄마한테 또 혼나려고 그래? 집에서 쫓겨나는 거 아니냐?” “내가 우리 집에서 살게 해 준다니까? 용호 정도면 난 동거 가능. 우경이도 이해해줄 걸?” “뒤는 잘 살폈니? 또 어디 엄마가 너 따라오신 거 아니니? 너희 엄마, 정말 대단하시더라!” “야야… 어머님도 오죽 답답하시면 그랬겠어?” “우리 데리다 형은 또 멀리까지 간다. 이해력도 정말 넓고 넓으시지. 형 인프제라고 했지, 참?” “이거 또 사람 분류하는 버릇 아직도 못 고쳤네? 그게 다 어떻게든 정답을 내고 싶어 하는 입시교육의 잔재인 거라고 그게. 인간을 그거 하나면 이미 알겠다고 퉁쳐버리는 그 태도가 그게, 그게 .. 2015. 7. 20.
이갈리아의 딸들을 통해 본 성소수자 운동 마롱(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28일 개최되었던 퀴어 문화축제와 7월 5일 열렸던 대구 퀴어 문화축제는 모두 극우 기독교 세력과의 충돌이 있었음에도 성공적이었다. 미국의 동성혼 합법화와 한국에서의 김조광수 · 김승환 부부 동성혼 소송 심리 등으로 인해 성소수자 문제는 가시화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비판과 비난 역시 눈에 띈다. 현재의 성소수자 운동과 그에 반하는 비판을 이라는 책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은 가부장 세계의 남성과 여성이 누리는 지위가 뒤바뀐 가상의 세계관에서 맨움(생물학적 남성)이 사회와 가정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소설 내에서 맨움은 가부장 사회의 여성만큼이나 오랫동안 억압당해왔던 성별이지만 맨움 해방운동에.. 2015. 7. 18.
성소수자 문화를 들여다보다! - 프라이드페어 방문 후기 글 : 마롱(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사진 : 오소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 편집자 주: 사진은 신나는센터의 허가를 받고 공식적으로 촬영했음을 알립니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프라이드 페어가 열렸습니다. 프라이드 페어는 성소수자를 위한 사단법인 ‘신나는 센터’가 개최한 첫 성소수자 문화생산자 마켓입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뿐 아니라 퀴어 문화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친환경 기업 러쉬와 배우 소유진님이 만든 소이캔들 부스 역시 참가했습니다. 퀴어 문화축제가 아닌 장소에서 성소수자가 주최하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마켓을 만날 수 있다니 몹시 설렜습니다. 일을 마치고 태평홀에 도착한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내부는 활기찼습니다. 그날은 3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 2015. 7. 16.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8. 새, 산 - 찾아서, 대리 보충을 長篇小說 金 飛 28. 새, 산 - 찾아서, 대리 보충을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싶던 때가 있었다. 아니 소설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픈 사람들은 모두 별이 된다는 유치한 문장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득히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광량으로 빛나는 미약하지만 끈질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믿음 말이다. 사실은 빛이 아니어도 좋고, 하루 온 종일 빛나던 순간이었는데 빛일 리 없다고 해도 좋고, 보이지도 않는 그 빛이 어떻게 빛일 수가 있느냐고 어쩔 수 없는 불가능이어도 괜찮은 그 빛 말이다. 말을 잃어도 우리의 말이 있고, 언어를 잃어도 우리의 언어가 있듯이, 빛을 잃더라도 우리의 빛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그 확신. 아마도 나는 그 확신을 제대로 적기에 소설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 2015. 7.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7. 데리다 - 이론, 화행 長篇小說 金 飛 27. 데리다 - 이론, 화행 “영상이요? 정말 괜찮겠어요?” “응, 행성인에서 이번에 피엘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하나 한다고 그래서.” “행성인? 행성인은 또 뭐야? 외계인, 이방인 뭐 그런 거야?” “이 자식은 퀴어라는 놈이 그 이름도 모르냐? 헌데, 형 왜 이렇게 용감해 졌어? 오랜만에 애인 생기더니 무서운 게 없어졌어? 앞뒤 분간이 안 돼? 모르는 사람들한테 얼굴 팔리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봤지, 상우 형. 형은 남자인 척 어른인 척 어깨 빳빳하게 세워도, 여기 눈치보고 저기 눈치 보고 가슴팍이 콩알만 하지만, 우리 데리다 형 봐. 이 정도는 돼야 어른이고, 당당함이지.” “이 자식이 또 슬슬…” “형, 지난번에도 불 났을 때 쫄려서 이 근처에는 오지도 못했지?” “야야, .. 2015. 6. 30.
[LETSSAY] 6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빨강 차쨩 목소리만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고 뿌연 사진으로 기억하고 있다. 단발과 컷트머리 사이의 애매한 경계, 은색 안경, 쭉 뻗은 콧대와 오밀조밀한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167.5라고 했다. 한사코 쩜오를 강조했다. 자기는 얼굴이 못생겨서 내세울게 키밖에 없다며.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 본 적이 없으니 그녀의 키가 정말 167.5인지 알 길이 없다. 그녀가 말을 할 때는 어떤 몸짓을 취하는지, 어떤 향수를 쓰는 지, 심지어 그녀의 진짜 이름조차도 알지 못한다. 낮고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너 참 예쁠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녀를 만난 것은 한 채팅 사이트였다. 23살 차쨩이예요. 왜 차쨩인가요... 2015. 6. 19.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6. 산 - 그리워하다, 사랑하다 長篇小說 金 飛 26. 산 - 그리워하다, 사랑하다 “니 진짜 혼자 지낼 수 있겠나?”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말에 오 팀장은 난감해했다. 어머니마저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따라 최 씨 형님만을 남겨둔 채 일찍 퇴근을 해버린 터여서, 자책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였다. “야, 인마… 뭐가 괜찮노? 까딱하다간 몸뚱이가 날아갈 판국이었구만… 그게 허리 위쪽으로만 튕겨 올랐어도 니는 지금 여가 이리 누워있지도 몬한다. 허허 거릴 일이 따로 있지, 인마!” ‘까딱’하는 시간은 얼마나 여러 번 행운과 불운으로 나를 비껴갔던 걸까. 그의 말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까딱’의 시간은 어떤 흉터를 남긴 채 나로부터 멀어져갔을까. 다행히 철판은 무릎 인대를 끊어내.. 2015. 6. 19.
5월 여성모임 후기 - 여성모임과 함께하는 영화 상영회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를 보고 민해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여성모임) 안녕하세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여성모임 민해리입니다. 5월 여성모임에서는 3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여성영상집단 움, 이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아이다호데이,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불거진 성소수자 반대 및 혐오에 대해 다시금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이반검열이란 2000년대 중반, 학교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머리가 짧거나 손만 잡아도 제재를 가하고, 스킨쉽에 따라 벌점을 매겨 행동을 규제했던 것을 얘기하지요. 영화는 이반검열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갈등을 겪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반검열은 .. 2015. 6. 1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5. 새 - 적의(敵意), 여기 長篇小說 金 飛 25. 새 - 적의(敵意), 여기 그래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그런 적은 없다. 아마도 나는 나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보이지 않는 힘이 일말의 여지없이 ‘적의(敵意)’라고 믿었을 것이다. 깊이 빠진 나를 구해내기 위해 어떤 손이든 나를 움켜쥘 수밖에 없을 텐데, 놓으라고, 그건 폭력이라고 버둥거리며 스스로 더 깊이 매몰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온전히 선의뿐이었나? 나를 구하려는 그 손이 내 몸을 찌르고, 나를 아프게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몰아넣을 때, 그러면 그 때 내 온 몸을 지배했던 고통은 가짜인가? 고통을 느낀 자로서의 내 감정과 통증은 의미 없이 얄팍하기만 한가? 구원이나 치유가 고통일 수밖에 없단 정의는, 고통은 곧 구원이고 치유란 .. 2015. 6. 1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4. 산 - 자유로운, 부유(浮游)하는 長篇小說 金 飛 24. 산 - 자유로운, 부유(浮遊)하는 사랑에 관해 생각하는 일은 그만뒀다. 그 마음을 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쓸모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지나간 것들이 그러하듯 문득 떠오르긴 하겠지만, 나는 이제 그걸 ‘자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닌가, 자학을 한번 더 학대하는 일인가? 그럼 그걸 뭐라고 불러야하는 걸까? 직업교육원에서 수업을 듣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침 아홉 시부터 네 시까지 주로 엑셀이니 워드니 컴퓨터 관련 수업을 듣긴 했지만, 그 역시 지금의 나에게 쓸모 있는 건 아니었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았던 수업은 즐겁고 경쾌했지만, 그 역시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가 이런 직업 교육을 받기엔 늦은 것이 아니냐, 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뭐 했느냐, 예.. 2015. 6. 10.
[LETSSAY] 5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빨강 피어오르다 12살이었나, 그 해 내 달력은 한 인테리어회사에서 받은 것이었다. 모던한 분위기의 침실과 부엌이 매달 교차했다. 그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7월의 부엌이었다. 화이트 톤의 모던한 수납장과 아일랜드 식탁, 무광 스테인리스 후드와 4구짜리 가스오븐, 그곳에서 만드는 음식은 어디 레스토랑에 내어놓아도 뒤지지 않는 맛이 나올 것만 같았다. 본격적으로 부엌에 들어간 것도 그 해였던 것 같다. 프라이팬 한 가득 달걀을 부쳐내서는 밥그릇에 올리고, 그 안에 볶음밥을 담아서 동그란 오므라이스를 만들기도 하고, 밀가루-계란물-빵가루를 차례로 묻힌 돈까스를 튀기기도 했고, 손에 하얀 밀가루를 잔뜩 묻히고 만두를 빚기도 했다. 전자렌지로만 쓰던 컨벡션오븐에 빵을 구워본 것도 그쯤이었다. 밀가.. 2015. 5. 2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3. 데리다 - 그리워하며, 환대를 長篇小說 金 飛 23. 데리다 - 그리워하며, 환대를 “여보세요? 아, 아닙니다. 잘못 거셨어요. 아니에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사장님 계십니까?” “예, 무슨 일이신데요?” “여기 가게를 내놓았다고 해서 찾아 왔는데요.” “아닌데요, 저희는 가게 내놓은 적 없습니다.” “사장님이세요? 아닌데… 건물 주인에게 아직 이야기를 못 들으신 건가요? 아, 아닌가? 박 사장이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가? 이거 미안합니다. 나중에 확인을 하고 다시 오지요. 실례했습니다.” “뭐예요, 가게 내놨어요?” “아니, 아니야.” “근데 저 사람은 뭐야?” “모르겠어. 웬일이야, 내가 한 동안 모이지 말자고 문자 보냈는데, 못 받았어?”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 말아야 하는 곳인 거야, 여기? 치사하게 왜 .. 2015. 5. 2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2. 산 - 사람들, 오독(誤讀)하는 長篇小說 金 飛 21. 산 - 사람들, 오독(誤讀)하는 나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도구이고 생존의 방식일 테지만, 모든 걸 다 안다고 말할 때, 이제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확신할 때, 바로 그때 이전까지 읽었던 그 모든 것들은 틀린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소통은 혐오스럽다. 이해는 혐오스럽다. 안다는 건 혐오스럽고, 알겠다고 말하는 것도, 알아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알고나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모조리 혐오스럽다.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그 행위들은 알 수 없어야 당연하고, 몰라야 당연하고, 그걸 두고 괴로워하거나 자학하고 자멸하는 일은 다시 잘못 읽는 행위일 뿐이다. 한 쪽 다리의 인대가 망가져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2015. 5. 10.
국내 퀴어 팟캐스트 디제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4편 어나더미, 바람(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최근 몇 년 동안 퀴어 관련 콘텐츠들이 증가했습니다. 최근 1~2년 동안 각광받는 콘텐츠는 바로 '퀴어 팟캐스트'입니다. 말 그대로 퀴어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입니다. 청취자들과 가깝게 이야기와 감정을 공유하는 퀴어 팟캐스트 디제이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7 - 로이&쿤 은 캐주얼 퀴어 팟캐스트를 지향하는 시즌제 방송입니다. 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방송이기도 합니다. 2013년 5월에 올린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15년 3월 현재 시즌 4의 3화까지 업데이트 됐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6607 다양한 퀴어 문화콘텐츠 사이에서 '팟캐스트' 라는 플랫폼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우연인 것 같습.. 2015. 5. 1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1. 새 - 저녁, 훼손된 長篇小說 金 飛 21. 새 - 저녁, 훼손된 그녀의 근거 없는 비난을, 우린 고스란히 듣고만 있었다. 불결하고 더러운 그 모든 것들은 그녀가 만든 그녀 자신의 머릿속에 불과한데, 우린 고스란히 그 비난을 감내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몇몇 손님들도 ‘게이바’ ‘동성애바’ 어쩌고 하는 그녀의 비명을 견디지 못해 카페를 빠져나갔고, 평소 목소리가 크던 상우 오빠의 대꾸도 그녀 앞에 힘없이 흐트러졌다. 죄송한 짓은 저지른 적 없으면서, 친한 동생의 어머님을 대하는 예의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지, 데리다 오빠는 자꾸 그녀 앞에 허리를 숙였다. 소리를 지르는 엄마를 끌어내며 용호는 얼굴이 벌게졌지만, 그녀는 아들의 곤혹스러움은 헤아리지 못하는 듯했다. 윤락가에라도 빠진 사춘기.. 2015. 5. 3.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0. 데리다 - 침입, 생각의 長篇小說 金 飛 20. 데리다 - 침입, 생각의 “그건 너무 쓸데없는 생각이다. 생각이나 고민이란 건 해답을 찾기 위한 거 아냐? 근데 그거에 그렇게 매달리는 건 비효율적이다.” “그게 생각처럼 되냐? 생각처럼 안 되니까, 그게 사람이지. 결과 값이든 오류든 툭 떨어지면 그게 사람이냐고?” “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감지할 수는 있지 않을까? 아, 내가 지금 소모적인 생각에 붙들려 있구나. 내가 가진 게 이것뿐이구나. 그러고 털어버리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야.” “완벽히 검은 색 꽃은 왜 없는 걸까, 네모난 생명은 왜 존재할 수 없는 걸까… 뭐 그런 생각, 도움이 안 되긴 하지.” “왜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될 수도 있죠.” “도움이 되긴 무슨 도움이 되냐? 호기심이.. 2015.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