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7. 데리다 - 이론, 화행
長篇小說 金 飛 27. 데리다 - 이론, 화행 “영상이요? 정말 괜찮겠어요?” “응, 행성인에서 이번에 피엘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하나 한다고 그래서.” “행성인? 행성인은 또 뭐야? 외계인, 이방인 뭐 그런 거야?” “이 자식은 퀴어라는 놈이 그 이름도 모르냐? 헌데, 형 왜 이렇게 용감해 졌어? 오랜만에 애인 생기더니 무서운 게 없어졌어? 앞뒤 분간이 안 돼? 모르는 사람들한테 얼굴 팔리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봤지, 상우 형. 형은 남자인 척 어른인 척 어깨 빳빳하게 세워도, 여기 눈치보고 저기 눈치 보고 가슴팍이 콩알만 하지만, 우리 데리다 형 봐. 이 정도는 돼야 어른이고, 당당함이지.” “이 자식이 또 슬슬…” “형, 지난번에도 불 났을 때 쫄려서 이 근처에는 오지도 못했지?” “야야, ..
2015. 6. 3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3. 데리다 - 그리워하며, 환대를
長篇小說 金 飛 23. 데리다 - 그리워하며, 환대를 “여보세요? 아, 아닙니다. 잘못 거셨어요. 아니에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사장님 계십니까?” “예, 무슨 일이신데요?” “여기 가게를 내놓았다고 해서 찾아 왔는데요.” “아닌데요, 저희는 가게 내놓은 적 없습니다.” “사장님이세요? 아닌데… 건물 주인에게 아직 이야기를 못 들으신 건가요? 아, 아닌가? 박 사장이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가? 이거 미안합니다. 나중에 확인을 하고 다시 오지요. 실례했습니다.” “뭐예요, 가게 내놨어요?” “아니, 아니야.” “근데 저 사람은 뭐야?” “모르겠어. 웬일이야, 내가 한 동안 모이지 말자고 문자 보냈는데, 못 받았어?”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 말아야 하는 곳인 거야, 여기? 치사하게 왜 ..
2015. 5. 2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2. 산 - 사람들, 오독(誤讀)하는
長篇小說 金 飛 21. 산 - 사람들, 오독(誤讀)하는 나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도구이고 생존의 방식일 테지만, 모든 걸 다 안다고 말할 때, 이제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확신할 때, 바로 그때 이전까지 읽었던 그 모든 것들은 틀린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소통은 혐오스럽다. 이해는 혐오스럽다. 안다는 건 혐오스럽고, 알겠다고 말하는 것도, 알아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알고나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모조리 혐오스럽다.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그 행위들은 알 수 없어야 당연하고, 몰라야 당연하고, 그걸 두고 괴로워하거나 자학하고 자멸하는 일은 다시 잘못 읽는 행위일 뿐이다. 한 쪽 다리의 인대가 망가져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2015.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