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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170

게이들의 여성비하적인 언어사용에 대한 소고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찰진 언어 생활, 쫄깃한 관계를 위하여 이달 초 웹진팀은 여성의 날을 맞아 게이들이 사용하는 여성비하적 언어를 주제로 글을 제안했다. 주제만 따진다면 게이들의 언어에 여성비하적인 표현이 있다는 문제를 사전에 설정해 ‘꽂은’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게이들의 언어세계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다분히 발화자보다는 청자의 입장에서 건넨 제안일 터, 아마도 게이들의 언어에 대해 평소 느낀 불편함의 발로가 아닐지 유추해본다. 그런데 왜 하필 게이의 언어를 대상으로 삼은 걸까. (하필 내게 청탁을 넣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묻지 않는다) 사방이 여성혐오의 비아냥과 공격으로 넘쳐나는 지금, 그 어떤 여성 개인도 ‘김치녀’의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게이들의 언어에 .. 2014. 4. 1.
[정휘아의 퀴어뮤직쌀롱#3] 두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보다 더 많은 걸 바라보고 꿈의 세계로 초대하는 밴드 Sigur ros(시규어 로스)의 보컬 ‘Jon Thor Birgisson’ (욘 쏘르 비르기손) 정휘아 (동성애자인권연대) 봄이 왔다. (왔겠지. 안 왔음 말고) 뭔가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날씨는 참 좋은데 어딜 가야하나 생각하다가 막상 할 일 없이 늘어질 때, 이 사람의 음악을 만나보면 어떨까. 충분히 당신을 꿈의 세계로 데리고 갈 수 있다. 오늘은 아이슬란드 출신 밴드 Sigur ros(시규어 로스)의 보컬인 Jon Thor Birgisson(욘 쏘르 비르기손)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어휴, 이름이 길다고 투정 부리지 마라. 이 남자 이래뵈도 별명 있다. ‘Jonsi’(욘시)다. 참고로 이름에 관한 썰을 좀 풀어주고 싶은데 ‘Sigur ros’라는 이름도 사실 영문 표기이며 원어민 발음은 각자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자. 참고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이름 짓는 방법이 참 웃긴데 사람 이름을 보면 거의 대.. 2014. 4. 1.
퀴어 비타민-퀴어웹툰 소개 및 작가와의 인터뷰 바람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3월에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삶에 비타민이 되어줄 퀴어 웹툰과 작가와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거리로 나가면 흔히 보이는 연인들 사이 좋은 가족 너무 당연하고 너무 자연스러운 사람들 하지만 집에는 동성애자가 있다. 20년 동안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언제부터, 어디서 존재하고 있었던거지?” [3화 中에서] 이 웹툰은 2008년도에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와난작가의 웹툰이다. 김상중의 소개로 룸메이트를 구한 대한 건아 김정현(주인공)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취 생활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시트콤에 나오는 자취의 로망을 상상하지만 룸메이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취 생활을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룸메이트는 거리낌 없이 게이 포르노를 보고 룸메이트.. 2014. 4. 1.
[LETSSAY] 3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 너와의 첫 만남은 시더분한 여느 날들과 다르지 않았나보다. 열두 살, 어린 기억에도 적지 않은 일들이 손에 걸리는 것을 본다면, 아무런 인상도 기억도 남지 않은 너는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여린 모습만을 보여줘 왔던 너는 이렇게 말한다면 분명히 상처받겠지. 그런 너를 상상해보며 일부러 나쁘게 말해본다. 어차피 네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 내가 지금 앉아있는 경전철의 창 밖에 너의 집이 비친다. 경전철이 한창 지어지던 2009년 7월, 너는 경전철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딱 이 자리에서 사고가 났었는데, 그런 생각을 해보며 약간 불안한 눈빛을 보낸다. 처음으로 시공되던 2009년부터 경전철은 항상 문젯거리였다. 언제나 말하듯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평범함과 무난함 .. 2014. 4. 1.
게이 청년과 함께 떠나는 샌프란시스코 퀴어 역사 탐방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12월 초,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내 돈 내고 가라면 못 갔겠지만 여차저차하여 직장에서 경비를 지원해주는 기회를 받게 되었다. 사실 완전 여행은 아니고 해외 출장 같은 개념이지만 그래도.. 으앙 씬나! 샌프란시스코라니! 하비 밀크가 카스트로 거리에 카메라샵을 차렸던 그 샌프란시스코라니! 영화 에서만 보던 카스트로 거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사실은 내 첫 해외여행이기도 해서, 기내식 맛부터가 궁금했다는 건 부끄러우니까 말하지 않겠어! 반나절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2013년 초에 ‘하비 밀크 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이 제안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바뀌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2014. 2. 26.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혹은 <파란색은 따뜻하다> 한빛(동인련 웹진팀) *주의: 이 글에는 영화와 만화원작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토마와 데이트 하러 가는 날. 약속 장소인 공원으로 가는 길에, 아델은 예감한다. '오늘은 무척 중요한 일이 일어날거야'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예감은 그녀를 덮친다. 밝은 햇살 속 눈부신 그녀의 미소와 흩날리는 파란색 머릿결. 단 한번 눈길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그렇게 아델은 파란머리 여인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날 일기장에 아델은 이렇게 적는다. '두 발이 한꺼번에 묶인 채 원 안에 갖혀버린 느낌' 그 뒤 아델의 머릿속은 온통 파란머리 여인으로 가득하다. 파란머리 여인은 한밤 중 꿈 속에 나타나 아델의 가슴과 음부를 애무한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촉촉한 여인의 손길. 아델은 흥분에 몸을 떨며.. 2014. 2. 26.
[정휘아의 퀴어뮤직쌀롱#2] 쉬지 않고 소리 지르는 밴드 THE GOSSIP(더 가십)의 보컬 ‘BETH DITTO’(베스 디토) 정휘아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람들은 보통 외적인 것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일단 이 글을 쓰는 필자처럼 남들보다 예쁘고 우아하며 멋진 사람들은 누굴 만나든 좋은 인상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근데, 사람들을 접하다보면 생긴 게 다는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잘 알거라 생각한다. 멀쩡하게 생긴 인간이 왜 저러지? 하는 일들은 다반사인데다가 외모가 별로인데 실제로 잘 보니까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많지만 사람들이 누군가를 대할 때 단순히 외모로만 평가하는 일들은 아주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외모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진다. 빡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근데 음악 소개해주는데 왜 외모 이야기부터 하냐고? 오늘 소개해줄 아티스트는 이런 것들에 모두 반대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 대차.. 2014. 2. 26.
[LETSSAY]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 똑같은 목도리들. 아무렇지도 않게 비가 내린다. 이렇게 성긴 눈발은 비라는 이름이 붙어 마땅하지 않을까. 미적지근하고 메마른 위성도시에 비슷비슷한 눈이 내린다. 눈은 딱딱한 아스팔트를 적시지도 못하고 녹아내린다. 진눈깨비는 눈이 아니래, 어느 어린 기억. 마른 눈발은 점점 더 굵어져만 간다. 버스 창밖으로는 우산 하나를 나눠 쓴 세 명의 여자들이 보인다.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빨갛게 칠한 입술은 지나온 세월을 가려주지 못한다. 나는 눈을 맞이하며 마른 입술을 뜯는다. 추위는 무섭지 않다. 무서움, 공포, 두려움, 기피, 포외, 불안. 무서움과 비슷한 말들을 나열해본다. 추위라는 말에 붙기엔 무겁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무거움이 어색해서 나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 패딩은.. 2014. 2. 26.
[정휘아의 퀴어뮤직쌀롱#1] 뿅뿅싸운드의 재발견, PET SHOP BOYS(펫샵 보이즈) 정휘아 (동성애자인권연대) 누구나 TV채널을 돌리다가 들었을 수도, 클럽에 가서 들었을 수도 있는 음악. 요즘 음악들치고 뿅뿅싸운드가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이지만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일랙트로닉 장르의 선구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음악들이 가능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PET SHOP BOYS'(펫샵 보이즈)에 대해 다룬다. (진짜 옴팡지게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 곡은 PET SHOP BOYS의 ‘Go West'(고 웨스트). 1993년 ’VERY'(베리) 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영상을 틀고 글을 감상하면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할지도?) 이들의 소개는 하고 넘어가야겠다.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영국 남성들이며 둘은 1981년 런던의 한 전자상품 가게에서 처음 만나서 팀을 결성했다. 당시엔 PET .. 2013. 12. 25.
[LETSSAY] 우리가 느낀 나날들 달, 물, 불, 나무, 돌 (레즈비언 에세이 LETSSAY) 달(月) : 저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이름 석 자 마저 나에게 맞춘 듯, 내가 좋아하는 글자로만 이름 지어진 그런 여자가 있다. "달" 이라는 잘 어울리는 가명까지 선택했지만, 가명을 쓰는 게 슬프리만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달. 둥그런 달처럼 빛나는 그녀, 달. 내 사랑하는 여자는 달이다. 짝사랑은 아니다. 나는 달을 사랑하고 달 역시 나를 사랑해주니까. 그렇다고 연인관계도 아니다. 달은 남자친구가 있었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단 한 번도 우리는 사귄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으니까. 우리는 자매도, 친척도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친구일 뿐 이다. 악연. 새 학교 새학년 .. 2013. 12. 25.
“제가 정상인가요?” - 영화 <킨제이 보고서> 리뷰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학교에서 동성 커플의 연애를 허용하라구요? 학교에선 이성애자들도 연애 금지에요.”“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누군가와 섹스를 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 아마 기절하실 거에요.”“직장에선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성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 얘기를 꺼내는 건 커밍아웃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퀴어문화축제에서 옷 벗는 건 사람들에게 거부감 일으키는 것 같아서 싫어요.” 위에 적은 것은 동인련에서 활동하다 듣게 되는 기운 빠지는 말들이다. 동인련의 활동은 대부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맞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성 그 자체에 대한 혐오를 맞닥뜨렸을 때는 커다란 벽을 만난 것 마냥 그저 무기력함을 느끼는 .. 2013. 10. 22.
김수용 감독의 <시발점>에 나타난 탈이성애규범성을 향한 남성들의 욕망 김경태 (동성애자인권연대) 1960년대 후반, 김수용 감독은 일련의 작품들, 즉 (1967), (1968), (1969) 등을 통해 여성과의 정상적인 성적 결합에서 이탈하는 남성들을 탐구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 체제하에 고도성장의 동력으로 강조된 근대적 가부장의 엄격한 이성애규범성은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많은 남성주체들을 남성성이 결핍된 남성, 혹은 여성화된 남성으로 낙인찍었다. 이성애적으로 보이고 이성애자가 되기 위한 이성애규범성의 지령에 따르면, 재생산이 가능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순수하게 이성애적인 것으로서의 재생산이 가능한 섹슈얼리티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명확하게 대립적인 성이 필요하다. 동성애뿐만 아니라 일부다처제와 삼각관계처럼 표준에서 벗어나는 .. 2013. 7. 18.
<비토루소>를 통해 미국 성소수자 문화정치사 리뷰하기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으레 운동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면 문제의 배경과 더불어 구호가 만들어지고 조직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주장의 명분을 넘어 증언과 기록을 통해 운동의 구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삶의 주름들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관객들을 단순한 기록 관찰자로 평가할 수는 없을 터, 매순간 투쟁해야만 하는 삶의 기록을 보고 듣는 관객의 위치는 생존자의 증언, 희생자들의 기록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구호에 아로새겨진 슬픔과 분노는 어쩌면 시공의 거리를 가로질러 지금 여기 있는 우리를 가능케 했는지 모른다. 더욱이 그것이 침묵과 망각 속에 있던 목소리들일 경우, 영화를 보는 행위는 그 자체 만으.. 2013. 7. 18.
우리도 당당한 고객님, 핑크 산업 재성 (동성애자인권연대) 1) 핑크 산업 ‘핑크 산업(Pink Industry)’은 성소수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모든 종류의 산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성소수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대상만 다를 뿐 다른 모든 사회, 경제적 요소에서는 이성애자와 차이가 없다는 것에 비추어, 핑크 산업 역시 이성애자가 영위하는 모든 종류의 산업군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다. 핑크 산업은 성소수자 권리보장 운동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태동한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역한 남성 동성애자 군인들이 집단 거주촌을 형성하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수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일거에 유입되면서 이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필요한 각종 업종에서 성소수자를 상대하는 비즈니스의 수요가 급.. 2013. 7. 18.
협동조합 하실래예? 두해(동성애자인권연대) 오리, 모리, 나리, 조리, 두리는 홍대 앞에 있는 동인련 무지개 텃밭에 둘러 앉아 있습니다.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니 놀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학교 친구도 아니고 동네 친구도 아닌, 생김새도 성격도 매우 다르게 보이는 다섯 명은 동인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리는 사회단체 활동가로 모리는 학생, 나리는 잠시 일을 쉬고 있고 조리와 두리는 회사원으로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도 취미도 기호도 다른 이들이 무엇을 위해 불타는 금요일에 머리를 마주대고 있을까요? ‘너도나도무지개 출판사’(이하 너나무) 오늘은 미국의 유명한 게이 소설인 ‘You are my Big Bear’를 번역하여 편집회의 하는 날. ‘너나무’는 동성애 관련 해외 서.. 2013. 7. 18.
사이먼 후지와라 개인전 리뷰 '스토리텔링의 즐거움: 부권질서의 해체를 통한 부자(父子)관계 다시읽기' 2013. 2. 2- 3. 24 아트선재센터 2층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어머니와 아이의 이자관계에 아버지가 개입하여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심어놓는다는 서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일반적 내러티브로 알려져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근중심주의, 가부장제로 환기되면서 이성애주의의 가족과 민족, 국가와 문명의 골격을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근친상간과 동성애는 이성애 가족모델 아래 터부로 그려지며 부권의 ‘번식’을 강화하는 기제로 자리매김한다. 부권질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규율함으로써 제도화되어왔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비판과 저항에 당면함에 따라 해체 또는 전복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의 작업 역시 이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이번 국내 개인전에서 .. 2013. 3. 13.
떨림을 느끼다, 용기를 배우다 -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를 읽고 세하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고른 책들은 모두 두서도 순서도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라는 책을 가장 먼저 집은 것은, 신의 계시 같았다. 이야기는 리자의 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히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 그 와중에 일어나는 서로 향한 갈망과 갈등,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어리석은 실수, 그리고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편견과의 싸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두 어린 소녀의 사랑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편견에 맞서 싸워나간다. 또한, 이야기 내내 편지는 결국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몇 번이고 적어 내려가면서 자신의 내면과의 갈등을 계속하여 반복하.. 2013. 3. 13.
[전시리뷰] 김두진 <걸작(傑作)masterpiece> - 세상의 프레임을 지우는 삶을 빚어내기, 선컨템포러리, 2012. 12. 13- 2013. 1. 6.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주문, 경계, 해골 빨간 마법의 구두를 세 번 부딪히며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No place like home)’ 라고 주문을 외는 순간, 도로시는 이상한 나라에서 일상의 현실로 돌아온다. L. 프랭크 바움의 원작소설이지만 우리에겐 주디 갈란드의 영화로 친근한 에서 주문은 현실로 돌아오는 열쇠이자 모험의 끝을 알리는 신호로 작동한다. 오즈와 캔자스, 마법과 현실, 낯선 영토와 익숙한 공간을 분리하고 연결하는 문지방처럼 주문은 두 세계 사이에 있다. 십여 년 전 김두진 작가는 영화에 다소 짓궂은 변형을 가한 영상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다. 말하자면 구두 끝이 부딪치는 부분만 자르고 늘여놓음으로써 현실로 돌아오는 주문만을 끝없이 외도록 했던 것이다. 주문 한마디에 즐거운 모험이.. 2013. 2. 5.
퀴어 유토피아를 찾아서 -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연작 <백야>, <지난 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김경태(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이 세상의 지도가 유토피아라는 땅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지도를 들여다볼 가치란 전혀 없다." - 오스카 와일드 이송희일 감독은 일찍이 (2006)에서부터 ‘퀴어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대도시의 게이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수민(이영훈)’은 시골 고아원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 개울가에서 고아원 동생과 나체로 유영을 즐길 수 있었던 그곳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계급 착취로부터 자유로운 이상적 유토피아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그는 그토록 혐오하는 대도시를 떠나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돈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모으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이미 ‘돈의 맛’, 즉 자본의 논리에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과연 무엇이 그를 망설이게 한 것일.. 2012. 11. 30.
[청춘 진구의 영화 후기] 에브리바디 올라잇. 올라잇? 진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가족이란 것은 무엇일까?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일까? 가족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 안에 남자와 여자는 필요조건일까? 법을 떠나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가족을 이루고 살면 안되는 걸까? ※이 글은 영화의 모든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레즈비언 부부 여기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부부와 다른 부부가 있다. 여자와 여자다. 이 두 명의 여자는 각자 같은 남자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아 수정시켜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다를 뿐, 아빠는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이복남매이다. 그들의 관계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빠가 생겼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아빠가 궁금했던 아이들은 정자기증기관을 통해 아빠를 만난다. 그는 생각보다 쿨하고 조니와 레이저의 마음에 들었.. 2012.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