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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7

[회원 에세이] 퀴어에게 운동이란 해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퀴어에게 운동이란, 이 주제를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내가 퀴어를 대표할 순 없으니, 퀴어이자 여성 그리고 내 안의 부치성을 담은 운동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 운동과는 담을 쌓은 직장인으로 성장했다. 행성인에서 6년 정도 등산 소모임을 했으나, 그 당시 퀴어 친구가 전무했던 나에게 등산 모임은 유일하게 퀴어 언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고, 같이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가기 싫은 마음을 부여잡고 참여했던 정도가 나의 운동 경험이 되겠다. 2019년 12월 31일, 연애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체중과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 보고자 집 근처에 있는 크로스핏을 등록했다. (여기서 잠깐, 크로스핏이란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단기간에 고강도 운동을 하는 운동으로 .. 2022. 10. 28.
2016년, 행성인과 함께 한 첫 1년간의 무지갯빛 잔상 퐁퐁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첫눈이 내렸다. 공교롭게도 150만의 촛불이 모인 그 날이었다. 첫눈을 보고 있노라면 한 해의 끝이 보인다고 했던가. 수많은 촛불의 불빛들처럼 따스하게 날 감싸는 눈송이의 향기가 지난 1년의 잔상과 함께 맴돈다. 내가 ‘행동하는성소수자 인권연대(이하 행성인)’에 회원으로 들어온 지는 이제 8개월쯤 되었다. 심지어 도중에 한달 간은 육군훈련소를 다녀왔으니, 행성인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들 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어느 때보다 알차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확언할 수 있다. 행성인과 함께하면서, 나는 성소수자로서 모습을 드러냈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속하게 됐으며 마침내 잃어버렸던 프라이드를 되찾았기.. 2016. 12. 3.
KTX 해고 승무원들의 승리를 바라며 소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KTX 해고 승무원 복직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다녀왔다. 서부역이 뭘 말하는 건지 몰라 잠깐 헤맸다. 많은 분들 가운데 손수 피켓을 써서 든 분들도 계셨고 나처럼 들렀다가 가는 사람, 서울역을 향해 지나치는 사람, 북한으로 가지 왜 못 사는 나라에서 이러냐며 한소리 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페이스북을 보니 피켓을 든 여성민우회 분들은 과거에 지지 엽서 캠페인도 진행했던 것 같다. 저런 지지 방법도 있구나 하고 배웠다. 발언 중에는 투쟁을 계속 하시라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신부님 말씀이 와 닿았다. 전날 노동권팀에서 관련 기사를 두고 한마디씩 의견을 나누었는데, 나는 'KTX 타는게 앞으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본 영화 '프라이드'에서 LGBT.. 2015. 12. 5.
지긋지긋한 혐오와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회원/후원회원 여러분, 운영회원 나라입니다. 행성인은 상반기 평가를 바탕으로 하반기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상반기 행성인은 지난해 12월 무지개 점거농성이 보여준 혐오에 맞선 행동과 연대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에는 한국 최초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혐오에 맞서 공동행동을 벌였고, 퀴어문화축제도 폭넓은 지지와 연대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과 인권 의식, 평등을 향한 열망은 전진하고 있고,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 운동이 성장하는 만큼 반동성애, 반성소수자 세력의 방해도 집요합니다. 평등과 인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과 희망은 운동의 원동력이지만.. 2015. 8. 18.
스톤월 항쟁과 자긍심 행진의 정신 호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자긍심 행진에 참여해 본 성소수자들은 누구나 각별한 첫 행진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처음 행진하던 날, 광장에서 거리로 첫발을 떼던 순간의 떨림, 함께 걷던 사람들의 벅찬 표정, 거리에 크게 울리던 음악소리,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던 순간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내가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임을 한껏 드러내며, 행렬을 함께 하는 수많은 성소수자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낮의 도심 거리를 걷는 순간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성소수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종교를 제 명분 삼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선동하는 이들이 활개 치는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자긍심 행진은 즐거운 축제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자긍심.. 2015. 6. 10.
역전의 OB! Come Back 행성인! Tei.J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의무감을 가지고 무언가 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땐, 관심도 없던 일들이 재밌어진다. 시험기간에는 TV에 나오는 다큐도 재밌고 어려운 일을 하는 중에는 괜히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웅님의 원고 청탁 문자를 받고 마감 쫓기듯이 노트북을 열어서 글을 쓰는 와중에 괜시리 책장 한켠에 꽂힌 책들이 궁금해져서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82년에 발간된 나랑 나이가 비슷한 책부터 무려 15년 전 친구에게 빌려서 되돌려주지 못한 책, 그리고 1편만 훑어보다 도저히 어려워 읽지 못했던 책들도 있다. 옛 추억의 간접적인 기록들이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낸 20대에 나는 어떤 고민과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던가에 대한 즐거.. 2015. 6. 10.
러시아 LGBT 투쟁의 역사와 오늘: 평등과 정의를 꿈꾸는 사람들 종원(동성애자인권연대) 동성애가 비전통적이라고?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해 말하거나 보도할 때 흔히 ‘비전통적 성적 지향(нетрадиционная сексуальная ориентация)’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즉 이성애는 전통적이고 동성애는 비전통적이라는 말인데, 조금이라도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단어 조합이 사실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잘 안다. 다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사료 중에도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등이 언급되는 부분은 무수히 많다. 11세기의 ‘보리스와 글렙에 관한 이야기(Сказание о Борисе и Глебе)’, ‘키예프 페체르스크 성자전(Киево-Печерский патерик)’이 대표적인 예이며, 모스크바 공국 시대에 러시아를 여행했던 유럽..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