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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2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영화<알이씨>를 보고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영화를 보고 ' height=465> 올해 3월,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좋아하는 밴드가 부산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다. 기차를 타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었다.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빠순이가 된 기분이야”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말없이 웃었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은 핑계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부산을 보고 싶었다. 아니, 그녀와 함께 어딘가에 가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눈이 건조하고, 입술이 도톰한 그녀는 경상도 어디 출신이어서 그런지, 말끝을 이상하게 흐렸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렌즈를 끼는 그녀의 눈은 언제 어디서든 반짝거렸다.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가 없었다. 가끔,.. 2011. 12. 22.
어느 염세주의자의 낭만적 사랑 - 소준문 감독의 <REC> 게이 옴니버스 영화 중 소준문 감독의 데뷔작 은 서울을 떠나 보길도라는 섬에 정착한 게이 커플의 갈등을 다룬다. 그들은 그곳에서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서 2년간 함께 살아왔으나, 커플 중 한 명이 그 섬을 떠나고 싶어 하자 이별의 순간은 다가온다. 여기에서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그들의 관계를 규정짓는 은유이다. 섬 안에 갇혀 버린 것처럼 그들은 관계 안에 갇혀 버린 셈이다. 이제 사랑은 자의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 조건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이별에 대한 욕망, 즉 식어버린 사랑에 결별을 고하고자 하는 욕망의 다름 아니다. 소준문은 영원한 사랑을 부정하고 슬픈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섬이라는 공간에 게이 커플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다음 영화 에서.. 201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