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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9

‘일터’와 ‘성소수자’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 - '나, 성소수자 노동자 - 두 번째 이야기' 인터뷰 결과 발표회 후기 이가현(알바노조 전 위원장) 2015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일터와 성소수자를 연결시켜 인식하게 된 건. 그 전에도 알바를 했지만, 그 전에도 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알았지만(그리고 내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지만), 이 둘이 연결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활동하고 있는 알바노조에서 한 조합원이 일터에서 커밍아웃 당해 해고당한 일이 있었고, 이 사건을 통해 ‘일터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하구나 깨닫게 됐다.당시, 마음 한 켠에 계속해서 뭔지 모를 감정이 남아있었다. 아마 부끄러움인 것 같다. 2014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맥도날드에서 해고된 이후로 나는 계속해서 알바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당시 맥도날드를 상대로 한 싸움에 집중하느라 나 스스로 아웃팅으로 인한 부당해고.. 2018. 1. 25.
나 성소수자 노동자 인터뷰 후기 토브(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1. 서로 다른 ‘우리’ ‘성소수자’라는 범주 하에 묶여있는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범주에 있는 모든 성소수자들이 동일한 강도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별, 외형, 재산, 사회적 지위 등 여러 요소에 의하여 개개인이 받는 차별의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성소수자는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온몸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차별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성소수자는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획득한 권력으로 차별의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자신’이 받는 차별의 강도가 전체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의 수준인 양 착각한 체 성소수자 인권운동 자체를 폄하하며 ‘그냥 조용히 살면 된다.’는 말을 너무.. 2018. 1. 24.
[스케치] 전태일 평전을 읽는 밤 스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0월 29일 늦은 오후, 저는 ‘전태일 평전을 읽는 밤’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 동네 나무그늘’에 갔습니다. 평전에서 발췌된 좋은 구절들이 벽에 주렁주렁 걸려 있었고, 숙제를 안 한 저는 빠르게 글자들을 눈에 담았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맘을 울리는 구절들이 꽤 많았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저는 노동자-남성 집단에 대한 선입견(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에서 과장되는 그들의 폭력적인 이미지에 거리감을 느껴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전 그들이 여린(?) 게이에겐 너무 거친 존재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발췌된 구절들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 거리감이 일시에 좁혀졌습니다. “투쟁하는 존재들은 비슷한 구석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 2016. 11. 15.
일하는 성소수자 모임 세 번째 시간 “전태일 평전을 읽는 밤”을 다녀와서 준태(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지난 10월29일, 일하는 성소수자 모임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 “전태일 평전을 읽는 밤”이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개최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전태일 열사를 접한 것은 부모님과 함께 보게 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란 영화를 통해서였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에 하루에 15시간씩 피복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것은 물론, 동료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노동 조합을 만들기 시작했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 중 하나인 분신을 택했다는 점 모두 마치 나와 동 떨어진 세계에 사는 듯한 인물 같았다. 그로부터 약 20년만에 읽은 전태일 평전은 나에게 ‘노동자로서의 나.. 2016. 11. 15.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사회 그리고 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반올림의 투쟁을 지지하며 소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 사옥 앞에 ‘반올림’의 작은 농성장이 꾸려져 있다. 지척에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꼭 들러야지 마음먹었지만, 막상 혼자 두드리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야근으로 인해 '221인의 방진복 선언'도 놓치고, 도시락 연대를 기다린다기에 언제 몇인분이나 준비할지 물어보려다가 머뭇거리곤 했다. 그러다 마침 행성인에서 연대 지지 방문을 한다기에 조금 긴장한 채로 따라 나섰다. 반올림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영화 (2013)과 (2012) 이야기가 한창일 때 그 영화들을 외면했고, 도서는 의무감에 구매했으나 채 펴보지 못하고 오래도록 집안에 꽂아놓기만 했다. 타인의 고통을 보는 일이 힘들다. 언론에서 반도체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집회에서 황.. 2016. 1. 22.
KTX 해고 승무원들의 승리를 바라며 소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KTX 해고 승무원 복직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다녀왔다. 서부역이 뭘 말하는 건지 몰라 잠깐 헤맸다. 많은 분들 가운데 손수 피켓을 써서 든 분들도 계셨고 나처럼 들렀다가 가는 사람, 서울역을 향해 지나치는 사람, 북한으로 가지 왜 못 사는 나라에서 이러냐며 한소리 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페이스북을 보니 피켓을 든 여성민우회 분들은 과거에 지지 엽서 캠페인도 진행했던 것 같다. 저런 지지 방법도 있구나 하고 배웠다. 발언 중에는 투쟁을 계속 하시라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신부님 말씀이 와 닿았다. 전날 노동권팀에서 관련 기사를 두고 한마디씩 의견을 나누었는데, 나는 'KTX 타는게 앞으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본 영화 '프라이드'에서 LGBT.. 2015. 12. 5.
일터 안의 유령, 성소수자도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형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노동권팀)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 2003년 10월 22일 정은임의 FM 영화 음악 오프닝 멘트입니다. 귀족 노조라는 말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공격하던.. 2015. 5. 11.
러시아 LGBT 투쟁의 역사와 오늘: 평등과 정의를 꿈꾸는 사람들 종원(동성애자인권연대) 동성애가 비전통적이라고?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해 말하거나 보도할 때 흔히 ‘비전통적 성적 지향(нетрадиционная сексуальная ориентация)’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즉 이성애는 전통적이고 동성애는 비전통적이라는 말인데, 조금이라도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단어 조합이 사실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잘 안다. 다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사료 중에도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등이 언급되는 부분은 무수히 많다. 11세기의 ‘보리스와 글렙에 관한 이야기(Сказание о Борисе и Глебе)’, ‘키예프 페체르스크 성자전(Киево-Печерский патерик)’이 대표적인 예이며, 모스크바 공국 시대에 러시아를 여행했던 유럽.. 2014. 10. 15.
박근혜 집권과 2013년 - ‘법과 질서’가 공격할 인권과 민주주의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정치적 양극화 속에 탄생한 대통령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유례 없이 높은 투표율, 엄청난 정치적 양극화를 통한 박-문 양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 속에서 말이다.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보다 270만표나 더 얻고도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다. 우리는 박근혜 당선 이후 줄줄이 이어진 노동자들과 활동가의 죽음을 목도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총결집한 우파들이 얼마나 혹독한 방식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낭떠러지로 내몰지에 대한 절망과 두려움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박근혜는 진보 운동과 인권, 민주주의 의제들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조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공언한 각종 복지.. 2013.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