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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3

애도의 기억, 무지개 봄꽃들의 시간- #1 추모를 위한 기억, 기억을 위한 추모 남웅(행성인 미디어TF)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슬쩍 봄내음을 남기며 떠나보내고야 마는 4월의 끝자락. 2019년까지 행성인은 장애운동과 ‘이상한 문화제’를 했다. 연대문화제는 성소수자와 장애인 뿐 아니라 홈리스, 청소년, 세월호 유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촘촘한 기획이랄 것도 없을뿐더러 이렇다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접점을 애써 만들지도 않지만,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부당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 애도조차 어려운 이들을 기억하는 행동들이 연결되었음을 감각한다. 그렇게 연결 다음의 걸음을 상상할 만 하면 문화제가 끝나곤 했다. 연결의 기쁨만큼이나 한시적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을 매번 느꼈다. 연결을 지속할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매년 이맘때쯤 평가회의에 나왔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단체에.. 2022. 4. 29.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서로를 지지합니다 - 올랜도 총격사건에 부쳐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6월 12일 새벽, 열광적인 행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뉴스를 접했습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라 일컫는 6월 한복판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자긍심에 고무될 시간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퀴어퍼레이드에 역대 최대인원이 참여했다는 고무적인 뉴스에 뒤이어 증오의 표적으로 희생된 50여 명의 이름들이 화면에 오르내렸습니다. 클럽 펄스는 올랜도지역 성소수자와 지지자, 성소수자의 가족과 동료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클럽은 HIV/AIDS 합병증으로 잃은 형제를 기리기 위해 개업했다고 합니다. '펄스(Pulse)'라는 이름처럼 세상을 떠나고 없는 형제의 박동이 지금 여기서 울리기를 소망하며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클럽으로 운영되지 않는 시간에도 친교와 교육이 이뤄지는 일상의 커뮤니티입니다... 2016. 6. 21.
세우고, 모이고, 버틴다 - 공간이 주체를 만든다 X 행위가 공간을 구축한다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장소를 구획하는 체제, 공간을 채우는 대기의 온도가 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관계를 엮는다. 반대로 공간은 행위자에 의해 사후적으로 의미 부여되고, 이질적인 사건과 행위의 개입으로 새로운 장소성을 얻기도 한다. 주체의 내적 성찰은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공간에 힘을 불어넣는다. 공간을 논하며 주체를 숙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의 계층과 지위, 정체성을 부여하는데 있어 공간은 빠질 수 없다. 공간은 물리적 속성 외에도 사회체제로, 추상화된 공동체의 이미지로 나를 둘러싼다. 구성원마다 경험을 채우고 공유하는가하면, 기억으로부터 나를 구축하고 우리의 공간을 생성한다. 기억하기 위한 주체와 공동체의 노력은 당사자가 속해있는 공간에 의미를 덧붙이거나 충돌과 협상의 과정을 거쳐 공.. 2016.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