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파란만장한 겨울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얘 남자랑 섹스도 해 봤어. 바이섹슈얼이라고 했고, 여자랑 섹스도 했고." 내 삶이 무너지는 순간은 짧았다. 저 문장이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타고 지나갔다. 아빠와 동생(동생에게는 커밍아웃 했지만)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다니, 힘들게 말한 것을 단순한 문장 하나로 파괴해버리다니, 내가 아빠한테 맞아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전에 투신자살 해야지, 그러면 얼마나 걸리려나, 자살 직전에 잡혀서 더 맞진 않을까, 집에서 쫓겨나진 않을까, 생존을 위해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우리 부모님은 좋은 사람들이다. 엄마는 내가 집에 있을 때면 삼시세끼 밥을 꼬박꼬박 해주시고, 방 청소도 해주시고, 나갔다 온 사이에 옷장을 정리해놓으..
2015. 12. 10.
[LETSSAY] 1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애기 취급 하지마! 시간을 거슬러 9월 말, 야자 중간에 뛰쳐나온 세 인물, 나와 수민과 도경을 다시 무대에 세운다. 배경은 어두컴컴한 학교 운동장으로, 을씨년스러운 낡은 건물, 맨 꼭대기 층만 희멀겋게 불을 켜놓은 음침한 교사를 세우고, 닳아빠진 스탠드와 흙바닥 가득 먼지가 이는 운동장을 깐다. 나에게는 짤막한 반바지를 입히고, 수민에게는 하복셔츠, 도경에게는 얇은 가디건을 입힌다. 그렇게 무대가 갖춰지면 인물이 등장하고 대사가 읊어지기 마련, 오늘의 대사는 도경이 먼저 뱉도록 되어있다. 여잔데, 여자도 좋아는 하는데, 스킨십도 하고 싶은데 어떤 성적인 관계까지는 거부감이 든다면, 그걸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 새카만 하늘에는 흐르는 별과 구름 몇 점을 올린다. 아직 밝게 빛나지 않아 노르..
2014.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