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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10

육아#22. 퀴어 패밀리의 가시화: 인구주택총조사표를 뜯어 고쳐야만 한다.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인구통계총조사의 정의 호주 통계청(호주통계청, 2022)은 인구주택총조사를 ‘호주의 인구를 추정하고 정부 예산을 분배하며 호주 전역의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를 계획하는데 이용되는 자료’라고 정의 합니다. 예를 들면 교육, 보건 및 인프라를 위한 국가 예산, 노인과 돌봄의 계획 및 웰빙의 개선 그리고 지역사회 건강관리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 2025년이면 인구주택총조사 100주년을 맞.. 2024. 2. 20.
육아#21. 연구리뷰2: 동성부모 슬하의 자녀들은 건강하고 행복한가?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행성인 회원님들, 그리고 행성인 웹진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동의 건강과 웰빙을 연구한 Crouch와 동료들의 연구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Crouch박사가 호주에 살고 있는 동성부모 슬하에서 자라나는 자녀들의 건강과 웰빙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가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아주 멋집니다. 한눈에 보기 쉽도록 논문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제목 동성부모 슬하의 가정에서 자녀의 건강과 웰빙에 관한 연구 Parent-reported measures of child health and wellbeing in same-sex parent families : a cross-sectional survey 연구배경 .. 2024. 1. 26.
육아#20. 연구리뷰1: 동성부모 슬하의 자녀들은 건강하고 행복한가?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어제는 아이가 태어난 지 2년 7개월이 되어 키와 몸무게를 쟀습니다. 어느새 우리 품에 안겨 생후 30개월을 맞이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는 짓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들이 한 살 때까지는 매달, 그리고 두 살부터는 6개월 단위로 큰 변화를 보였던 것 같아요. 요즘에 이 녀석이 돈이란 것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과자를 카트에 담으면 계산도 하기 전에 바로 먹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갑을 보여주며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막무가내 이지요.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었을까, 지난번 마트에서 계산 전에 먹겠다고 하여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다고 알려준 뒤 시험 삼아 지폐를 주었더니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지폐를 건네 주더라고요. 그리고 돈을.. 2023. 12. 24.
육아#19. 할로윈은 즐거운 축제 마을 어린이들 신났네, 할로윈 축제 우리 마을에서 할로윈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별로 준비할 마음이 없었어요. 그러나 아이와 좋아하는 찰스 아빠는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어요. 아빠와 코알라 딸내미는 신이 났답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검은 원피스를 입히고 검정 스타킹과 검정 구두를 신겼습니다. 아이는 눈 주위를 검게 칠해 너구리가 되었습니다. 아빠의 컨셉으로 아이는 온통 까만 색으로 변했어요. 그리고 우리 옆집에 사는 조 이모에게 선물 받은 마녀 모자를 쓰고 호박 바구니 들고 공원으로 출발. 공원에는 온갖 장식을 한 어린이들이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정말 많이 왔더라구요. 여러 조로 나뉘어 조별로 각기 코스가 다른 부스를 방문하는 코스 였습니다. 각 부스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2023. 11. 23.
육아#18. 한가위, 그리움 그리고 만두 빚기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아이의 치아가 제법 많이 났습니다. 어금니가 나려고 그랬는지 아이가 갑자기 보채기 시작하더니 평소와 다르게 컨디션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낮에는 제법 잘 가렸던 소변도 매트와 마루 바닥에 쉬아를 보았어요. 예전에도 이빨이 날 때마다 몇 번의 이앓이를 치루었는데, 유치가 흔들려 뽑을 때엔 또 한번 전쟁을 치루겠지요. *헌혈을 맞이하여 부부 데이트 한번 해볼까? 모국에 살면서 저는 단 한번도 헌혈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헌혈할 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내포한 질문지가 내심 불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남편과 저는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헌혈을 했습니다. 헌혈 전 질문에서 (성매매를 의미하는) ‘위험한 성관계’만 물었고, 대놓고 동성과 섹스를 묻지 않았습니다. .. 2023. 10. 20.
육아#17. 거실 벽에 그린 도토리 키재기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감소하여 OECD국가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30일 레즈비언 김규진, 김세연 부부가 딸 라니(태명)를 출산했다는 뉴스를 보고 기뻤습니다. 퀴어가족으로서 라니(태명)가 태어남은 참으로 경사 중에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구 감소로 머리 아픈 대한민국은 이들 레즈비언 모모(母母)의 출산을 축하하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엄마와 아기는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국가의 공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습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성결혼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를 한 가지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동성결혼 법제화는 동성커플 배우자의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슬하에서 자라나는.. 2023. 9. 22.
육아16# 산책과 운동: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달 아이 입양에 관한 법적 절차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이 놀라셨지요? 다행이 저도 남편도 충격에서 벗어나 예전에 평온했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과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분유에서 우유로 갈아타기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먹었던 분유를 우유로 갈아타야 하는 시기가 되어 저희 가족은 마트에 가서 팩으로 된 우유를 구입하였습니다. 멸균 우유라서 실온에서 보관하기도 편리하고 칼슘도 풍부하다고 하니 아이의 근육과 뼈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우리의 부푼 꿈과는 달리, 우유를 먹였더니 표정이 달라지고 먹지를 않았어요. 이 녀석 기존의 분유 맛이 달라진 것을 귀신같이 알았어요.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 2023. 8. 22.
육아#15. 법적 입양은 무산?, 그래도 우리 딸내미 인걸!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최근 우리는 전에 살던 집에서 가까운 새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나무가 많아 시원하고 정원도 넓은 월셋집을 얻었습니다, 지인들이 짐을 나르는데 손을 보태 주셔서 그나마 좀 수월했습니다. 이사 후 방충망을 설치하고 문 손잡이 등 수선이 필요한 것을 수리했어요. 필리핀에서 무언가를 신청하면 함흥차사로 진행되어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그런데 웬일이니? 인터넷 회사를 방문하여 신청을 했더니 몇 일 만에 아주 빠르게 핑 개통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뉴스와 다큐 보기 그리고 한국 음악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딸내미의 엄지 척, 나는 최고라고 응답 인보가 어느 날 갑자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나에게 내밀었답니다. 아마도 유아 동영상에서 보았거나, 동네 언니 오빠들과 놀.. 2023. 7. 26.
육아#14. 어느덧 아가는 두 살, 엄마는 환갑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잠이 올 땐 아빠, 아플 땐 엄마 아가들은 잠이 오면 보채면서 잠투정을 하지요. 우리 딸내미가 아빠를 찾을 때는 졸리거나 잠잘 때 아빠 옆에 코알라처럼 딱 달라붙어 자는 껌딱지가 됩니다. 내가 자신과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누우려고 하면 (엄마 자리)저리로 가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이 녀석 엄마를 찾을 때는 어디가 아프다고 약을 바르고 호 해달라고 달려 옵니다. 모기가 물어서 가려울 때 물파스를 발라 달라 하고요. 다리에 상처가 나서 밴드를 붙일 때는 연고를 발라 달라고 합니다. 문제는 물파스나 상처 연고를 만진 손을 입으로 빨아 먹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구강을 상쾌하게 해주는 스프레이는 먹어도 괜찮아서 그걸 뿌려주고 호를 해주는데, 이 녀석 여기.. 2023. 5. 27.
[활동가 편지] 헬육아 오렌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간간히 얼굴을 비추던 오렌지라고 합니다. 작년 송년회에서 임신사실을 말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규리(:귤.태명)를 낳았네요. 작년만해도, 규리는 하리보보다 작았을텐데, 지금 50cm가 넘는걸 보면 신기해요. 운이 좋아 진통도 아프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편하게 낳았어요. 회복도 빠른 편이고요. 다만 육아는 좀 힘드네요. 아기를 낳고도 멀쩡하던 관절들이 찌그러진 페트병 같다고나 할까. 작년 겨울,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집에서 나오고, 알바를 그만두게 되면서 미혼모 시설에 입소했었어요. 원래 입소하려면 대기해야 했지만, 먼저 입소해있던 친구가 도움을 줘서 그나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임신 기간은 좀 힘들었어요. 임신-출산의 과정 자체도 너무 힘.. 2016.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