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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파리 특파원 디에고

프랑스 파리에서 보내는 디에고의 소개와 난민 신청 이야기

by 행성인 2015. 6. 10.

 디에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에펠탑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회원 디에고입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글로써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니 감회가 정말 깊어요. 사실 제가 저번호부터 파리 특파원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와우! 프랑스에서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여러분들께 보여주고자 노력할게요. 중요한 역할이라 기대가 되네요! 오늘은 지난번에 이은 두 번째 연재인데 제 얘기를 조금 길게 해보고자 합니다. 편지의 형식을 빌어서요. ^^ :)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시고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제게 주저하지 마시고 질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

 

제가 무작정 프랑스에 온지 1년 하고 5개월이 약간 넘었네요. 그동안 제 게이 라이프를 양껏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네요. ㅎㅎ 여기 이반들이 가끔 제게 말을 건네요. 머릿결이 곱다고 ㅎㅎ 그때마다 후훗 하면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낀답니다. 각설하고, 저는 프랑스에서 정치적 난민을 신청한 한국 국적의 시민입니다. 군대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정치적 병역거부로 국외로 망명을 했거든요. 군대 문제는 저에게 정말 큰 시련이자 어려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군대에 강제로 징집해 놓고서 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멸시당하고 폭력에 노출되는 등 이런 나쁜 군대의 상황이 저의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스스로의 존엄성을 굉장히 위협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기 위해서 군대를 거부하기로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군대 조직에 내가 복무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물론 컸고요. 그렇게 나라를 떠나서 먼 나라로 와야만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군대를 거부하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13년 12월 23일 여기로 왔지요. 온지 한달이 되어서 한국의 통일과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한 프랑스인을 알게 되어서 그 분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지내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개인과 단체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프랑스에 오고 세 달이 지나서야 난민 신청을 하게 되었어요. 난민 신청을 하는 과정 자체가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먼저 이곳 경시청(la préfecture)에 가서 난민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시간을 잡아 다시 방문해서 난민 신청을 위한 서류를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 후 3주 안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 후에 6개월 임시 체류증이 생기고 3개월마다 그것을 갱신받게 되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지내고 있어요. 지난 1월에는 난민 심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했는데 한국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았던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운 경험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저에게 묻기도 했어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정치적 난민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난민들은 정치적 의견, 특정 사회적 소수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거나 기타 사유로 인해서 자기가 소속한 국가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겪어야 하거나 인권의 침해를 받는 경우 더욱이 그 나라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경우에 인정된다고 난민 지위에 대한 ‘제네바 협약(1951)’에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유럽 연합에서는 또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큰 억압을 받거나 인권 침해를 받는 경우에 난민으로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 회원국별로 자리잡아 있다고 해요. 저는 아직 난민 신청자 신분이지만 프랑스 정부의 보호를 받고 또 정부에서 난민 신청자에게 제공하는 주거 공간 검색이 진행되는 동안에 월별로 일정 금액 상당의 지원금(L’ATA : L’Allocation Temporaire d’Attente)을 받고 있어요.

 

무엇보다 성소수자로서 난민을 가야 하는 지금의 처지가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처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개탄스러운 현실이지만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 제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 파리에서 할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지내고 있어요. 일단 제가 할 일은 사람들과 만나고 한국의 상황과 하고 있는 행동들을 알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여기 동향과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는지도 행성인을 통해 한국에 알리고 또 연대맺는 일에 다리를 놓는 것도 하려고 해요. 파리에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드문데 제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글을 통해서 아무쪼록 성소수자이면서 군대 문제로 혹은 이런저런 문제로 걱정이 많으신 분들과 온라인으로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교적 최근에 프랑스의 한국학 박사 과정 수강생들이 모여 있는 학회인 EHESS라는 곳에서 주최한 세미나  “Queer Activism and Postsecular Geopolitics in South Korea“에 갔어요. 한국의 척박하고 또 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떤 운동들이 결실을 보고 있는지, 어떤 모습들로 우리는 살고 있는지 소개하고 또 이런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운동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이었죠. 연사로 오신 Judy Han님과 세미나가 끝나고 얘기를 나눴는데 그리운 여러분들이 보고 싶어서 눈시울을 붉혔죠. 여러분들의 사진도 보았어요. 같은 세미나실에 있던 프랑스분들도 모두 감명 깊게 보면서 저희 상황에 큰 공감과 연대를 표해 주셨어요. 이런 계기들이 가끔씩 있어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게 되기도 하고 또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다시금 앞날의 변화에 내가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어서 좋네요.

 

한국의 고궁을 생각나게 하는 파리 외곽 공원에 위치한 한국 정자

 

그 공원에 같이 있는 담벼락의 시. 읊어 보면 좋겠다!

 

이제 글을 정리하려고 해요. 앞으로 이곳의 상황에 대해서 쓰는 글로 여러분과 만날게요.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퀴어 행진이 곧 있어요. ㅎㅎ 이 나라의 퀴어 행진이란 어떤지 그 진가를, 그 참맛을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밖에도 여기가 대체 어떤 나라인지, 여기도 우리와 똑같이 그렇게 만나고 사랑하고 자고 지지고볶고 다 하는지, 어떤 모습,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제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릴 수 있는 특파원 역할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정말 사랑하고 보고 싶고 생각나는 행성인 여러분들께 꼭 다시 만날 그날까지 마음 담아서 그리고 이곳 특유의 음란한 기운까지 모두 담아서 여러분께 드립니다. 평등한 세상 같이 만들어요!

 

 

 

파리에서 디에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