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2015 하계 LT 후기

Posted at 2015. 9. 5. 16:30// Posted in 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어나더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올해 첫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에 참석했을 때 본 몇몇 사진이 절 부럽게 만든 기억이 납니다. 바로 행성인 하계 MT 사진이었는데요, 여름이 거의 끝나가도록 소식이 없길래 실망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8월 마지막 주말에 행성인 하계 LT를 간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하마터면 개인 사정 때문에 가지 못할 뻔 했지만 주변의 권유에 제 첫 LT를 떠났습니다.

 

출발부터 떠들썩 했습니다. 호림님이 직접 만드신 음식부터 시작해서 엘티 프로그램에 쓰일 여러 장의 전지와 필기도구들, 그리고 개인 짐과 장 본 물건까지 필요한 짐들을 들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뵌 분들의 안부도 묻고 오늘 무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여쭤보기도 하다가 가던 중 ‘천생연분 마을’을 지나면서 한참 웃으니 금세 숙소 근처까지 도착해 있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하천이 많이 더러워져 있는 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었어요.

 

2층이었던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잠깐 쉬는 사이 단체 깃발 옆에 붙여진 프로그램 시간표를 보니 촘촘히 짜인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였을까요? 제가 마냥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가... 처음엔 좀 걱정이 됐습니다. 프로그램 제목들이 다 딱딱해서요. 단체 조직 논의, 하반기 사업계획, 행성인 20주년 사업논의까지, 뭐 하나 쉬워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 사소한 걱정을 안고 ‘단체 조직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조직 논의라고 해서 뭔가 거창하고 어렵게 접근할 것 같았는데 대뜸 스마트폰을 열고 각자의 성격 유형을 검사해보라고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했죠. 저는 오소리님과 같이 ‘사교적인 외교관’인 ESFJ-T형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다들 성격 유형 검사를 마친 뒤 자기 소속팀마다 본인의 성격 유형을 붙이고 다른 포스트잇엔 본인이 소속된 팀의 좋은 점, 바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써서 붙였습니다. 그렇게 다 모은 걸 진행자님이 읽어주셨는데 뭔가 성격 유형별로 각자의 팀에 대해 쓴 내용이 일치하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큰 그림으로 행성인 전체에 관해 의견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행성인 회원들이 성적 지향, 나이, 성별할 것 없이 구성이 참 다양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고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조금 더 대중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이었습니다. 직접 회원들끼리 본인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휴식시간을 가진 뒤 하반기 사업 계획을 짰습니다. 여러 카테고리 별로 나눠서 ‘이런 주제로 내가 회원 모임을 기획한다면’이라는 주제 아래 조별로 열심히 브레인스토밍을 해봤습니다. 제가 속했던 조는 ‘동성 결혼’을 골라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던져봤습니다. 평소에 동성 결혼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뭔가 그 안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기획을 해보고 다른 분들에게 칭찬을 들으니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조들은 정치나 노후, 공동체 등등의 주제로 또 다른 사업을 훌륭하게 기획한 기억이 나네요. 저희가 머리를 맞대서 만들어낸 프로그램 기획이 실제 사업으로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열심히 프로그램을 쫓아가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고 오손도손 야외 테이블에 모여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다른 회원님들도 그랬겠지만 이렇게 단체로 여행을 와서 저녁 식사로 BBQ가 아닌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색다른 경험이어서 좋았고, 채식을 고려한 식단에서 회원들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행성인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배불리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뒷정리도 하고 산책도 즐기다가 남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바로 ‘행성인 데이’ (가칭) 기획이었는데요, 올해는 따로 MT를 가지 않았고 평소에 다른 팀 회원들이나 후원회원들과의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런 행사를 열게 되었다고 해요. 우리들을 위한 날인만큼 여러 회원 분들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습니다. 얼른 행성인 데이에 즐겁게 많은 회원들과 어울려 놀고 싶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행성인 20주년 기획이었습니다. 본 기획에 앞서 나만의 행성인 타임라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행성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어느 연도에 어떤 추억이 담겨 있는지를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시절 홍대에서 대흥동으로 이사할 때쯤 이삿짐 싸는 것을 도우러 온 것이 생각나 적었습니다. 생각보다 10년 넘게 활동하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존경스럽기도 했고 미래의 제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추억까지 훑고 나서 본격적으로 아까와 같이 카테고리 별로 행성인의 2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속했던 조는 ‘기금 모금’ 조였고, 주변을 둘러보니 각자 다른 분야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기획을 해서 20주년인 2017년까지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개인 사정으로 마지막 프로그램을 뒤로 하고 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LT에서 필요로 한 여러 기획에 참여를 한 거 같아 그런 점에 있어서는 제 임무를 다 한 거 같아 좋았습니다. 다음 날 행성인 무지개 깃발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보고 그 사진에 제가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요.

 

행성인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타지에서 여러 회원들과 어울려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성인이 지향하는 가치를 몸소 느끼고 온 거 같아 새삼 내가 여기에 가입을 잘 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5년, 10년 뒤에도 MT나 LT를 떠나서 행성인 25주년, 더 나아가 30주년 기획을 하는 모습도 상상해봤습니다. 짧았지만 굵었던 2015년 행성인 하계 LT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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