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5명의 소소한 인원으로 구성된 행성인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은 제가 무려 한 달 전부터 기다려온 행사였습니다. 성정체성의 자각은 아주 오래전 중학생 시절에 있었지만 대학에 와서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는 않고, LGBT 유튜버들의 동영상과 개인이 블로그에 올리는 성소수자 관련글들만 읽으며 벽장 안에 꽁꽁 박혀있었죠. 제가 다니는 학교도 보수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서로서로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기에 2년간 온갖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나온 것이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구 동인련)였는데요! 지금은 여러 단체가 동시에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체계적으로 활동을 하는 단체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활동가능 분야를 알아본 뒤 메일을 보냈습니다. 곧바로 한달 정도 후에 있을 신입회원모임 디딤돌에 오라는 답장을 받았지요. 그 후부터 미친 듯이 행성인 발행물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1년간 업데이트된 글 중 디딤돌 후기, 모임 인터뷰, 활동내용 등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심히 공부했지요. 그리고 그날이 되자, 대전에서 서울에 올라오는 기차안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행성인 사무실이 4층인데 3층에 서서 몇 분간 서있었습니다. 무서워서요.

 

 

 

 

활동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디딤돌에서 첫 번째로 한 활동은 옆 사람 소개하기입니다. 둘이 손을 마주잡고 자기소개를 한 후, 본인은 옆 사람을 전체에게 소개시켜줘야 했습니다. 제 옆 분은 여행을 좋아하고 제주도여행을 계획 중이시고 사진 잘 찍고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서로를 알아갔죠. 우직한 분, 발랄한 분, 도도한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럼없는 분위기 속에서, 기본적 존중을 전제한 상태에서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공감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편견 덩어리인 일반인 커뮤니티에서 저를 드러낸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는 걸 아니까요. OB님들이 가끔 끼어드셔서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어주시기도 했지요. 그 다음 활동은 소개하기의 연장선인 얼굴 그림그리기. 랜덤으로 정해진 상대방의 얼굴을 크레파스, 사인펜으로 그리고 첫인상과 궁금한 점을 써 냈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그림은 해와 달과 물로 사람을 표현해놓은 제 옆자리 인상파의 그림이었어요. 제가 소개한 분이었는데 이런 면도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참 놀라웠습니다. 그 외에도 실사화에서 오징어까지 여러 그림이 나왔는데 저는 오징어였죠.. 잠깐 눈물 좀 닦을게요.

 

 

 

 

그 다음은 순발력 게임을 했습니다. 보리-쌀 게임의 응용인 듯 한데, 왼쪽사람은 내 손가락을 잡아야하고 나는 오른쪽사람의 손가락을 잡아야하는, 원형으로 앉아서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입니다. 사회자가 초를 세면 재빨리 손을 빼면서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이건 무엇보다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자기 소개를 하면서 이 사람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 게임을 통해 긴장이 그냥 없어져 버렸다고나 할까요? 대신 손톱이 긴 분 옆에 앉은 분들은 좀 아팠을 겁니다.

 

순발력 게임으로 디딤돌 공식 일정은 끝이 났지만 곧바로 청소년 인권팀에서 기획한 ‘그 시간의 나에게’ 프로그램이 시작 됐습니다. 청소년은 10년 후의 자신에게, 비청소년은 10년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편지를 쓴 후 랜덤으로 배포하여 해당 편지의 장본인이 아닌 사람이 그것을 읽게 되는데, 당사자의 기분이나 다짐이 나에게도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본 웹진의 ‘청소년 성소수자’ 카테고리에 편지들의 일부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동무, 인권불알 키셨습네까?” - 첫 번째 모임 '그 시간의 나에게' 바로가기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디딤돌에 오면 내 고생이 무색할 만큼 사연이 깊은 사람들을 만날 뿐 아니라 공감과 힘을 얻을 수 있어요. 부담 가지지 마시고 오시면 일반인 사회에 찌든 당신을 위로할 수 있는 친구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팀, 노동권팀, 웹진팀 등 기존의 팀에 가입해도 되고 여기 사람들과 새로운 팀을 조직할 수도 있으니까 주저하지 말고 오세요.
 
앞으로 전 웹진팀에서 일하게 됩니다. 디딤돌에도 일반회원으로서 꾸준히 얼굴을 내밀 계획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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