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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KTX 해고 승무원들의 승리를 바라며

by 행성인 2015. 12. 5.

소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KTX 해고 승무원 복직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다녀왔다. 서부역이 뭘 말하는 건지 몰라 잠깐 헤맸다. 많은 분들 가운데 손수 피켓을 써서 든 분들도 계셨고 나처럼 들렀다가 가는 사람, 서울역을 향해 지나치는 사람, 북한으로 가지 왜 못 사는 나라에서 이러냐며 한소리 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페이스북을 보니 피켓을 든 여성민우회 분들은 과거에 지지 엽서 캠페인도 진행했던 것 같다. 저런 지지 방법도 있구나 하고 배웠다. 발언 중에는 투쟁을 계속 하시라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신부님 말씀이 와 닿았다.

 

전날 노동권팀에서 관련 기사를 두고 한마디씩 의견을 나누었는데, 나는 'KTX 타는게 앞으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본 영화 '프라이드'에서 LGBT들이 왜 광부를 지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만든 석탄을 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대던 장면이 인상 깊게 남은 일 이후로 어떤 사건을 볼 때 나와의 접점을 애써 생각해 보게 된다. 고향이 남쪽 끝이라 KTX를 1년에 최소 열 번은 타는 것 같다. 그때마다 서비스 이용자로서 윤리적 소비에 대해 고민하거나, 공공 서비스에서 고용의 문제를 내 안전의 문제로도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멀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치적 책무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사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이 갔던 것은 돈이었다. 1인당 8,640만원이라는 금액은 1심과 2심의 승소를 통해 철도공사 근로자로서 받은 임금이다. 하지만 올 2월 대법원의 파기환송과 패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다시 돌려줘야 한다. 적은 액수도 아니거니와, 한 달만 급여가 밀려도 생활이 엉망이 되는 임금 노동자에게 거짓이나 부당한 해고에 맞서 10년 가까이 투쟁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저항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단지 잔인하다거나 최종심을 기다리지 않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마땅히 제도가 보장하고 사회가 지불했어야 할 대가가 용기 있는 몇몇 개인의 몫으로 돌려지고 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법원 이야기가 나오지만, 변화는 멀고 청구서는 가깝다. 한편에는 파업 이후 엄청난 금액의 손배소를 당하는 이들도 있다. 연대하기 위한 '손잡고'의 후원금액은 긴급생계지원과 제도개선 요구에 쓰이며 잘못된 배상 금액 납부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령 십시일반 모아서 내려고 해도 쉽게 납부할 수 없는 그 금액들을 누군가는 끝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돈을 보태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지를 통해 힘이 되는 것도 중요하고 시민과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변화의 시기를 앞당기는 일도 필요하다. 어쩌면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는, 차별과 혐오를 겪었던 성소수자의 고통을 대할 때처럼 당사자들의 눈물 앞에서 머뭇거리게 한다. 그것은 타인으로서 먼저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고, 훈련되지 않은 희미한 책임의 감각이기도 하다.

 


* 관련 기사:
[경향신문] "KTX 여승무원 34명, 7년간 ‘해고무효’ 법정 공방…결국 패소" (2015년 11월 27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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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해고승무원 1인당 8,640만원을 부담해야하는 가처분임금 반환과 패소비용. 후원에 동참해주세요! -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2-953-538017 (예금주 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