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소식/성소수자 인권포럼

[2016 LGBT 인권포럼] <판깔았슈 – 퀴어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섹션을 다녀와서

by 행성인 2016. 3. 18.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3 6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진행된 제8 LGBT 인권포럼 6-1 세션은 '판깔았슈 퀴어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이었다. 퀴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마련된 섹션이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우야님이 사회를 맡았고 퀴어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생산물의 플랫폼을 열고 있는 박철희 님(햇빛서점), 선영 님(레인보우스토어), 송지은 님(이야기채집단), 이도진 님(스튜디오 앞으로), 장수정 님(청량엑스포)이 패널로 참여하여 90명 가량의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패널로 나온 분들 모두 2015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떻게 2015년에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세션의 첫 질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레인보우스토어'는 2014년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기념품을 택배로 받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수령인의 아웃팅을 피하고자 티셔츠나라라는 가명으로 보낸 것이 시초가 되었다. 주변에서 선영 님을 티셔츠나라 사장님하며 농담삼아 부르는 사람이 늘자, 쇼핑몰 프로젝트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여 이듬해인 2015년, '레인보우스토어'를 오픈해서 퀴어문화축제 기념품들을 위탁 판매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이야기채집단'은 2015<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라는 동화책을 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던 인턴 3명이 같이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셋다 기록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어서 함께 좋아하는 매체 중 하나인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며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 퀴어문화축제에 첫 판매를 목표로 삼아 시간을 쪼개면서 책을 내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스튜디오 앞으로'에서 낸 매거진 <뒤로>는 디자인을 전공한 이도진 님이 막연하게 한국에서 한국어로 된 게이잡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신촌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가 예년과 규모가 달라졌음을 느꼈고, 그 해 겨울 시청 점거 사건을 경험하며 지금이 때가 아닌가, 지금이 아니면 나 말고 누군가 하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컨텐츠 생산자의 욕심은 자신의 영역을 먼저 '침 바르는 데' 있다고 생각하여 준비 과정을 거쳐 2016 1월에 발간을 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청량엑스포'는 청량리에 있는 다목적 공간이고 내년 4월까지 운영되는 다목적 공간이다. 다양한 기획자들이 모여 장르와 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을 만들려는 목적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햇빛서점'을 운영하는 박철희 님은 28살에 성정체성에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좀 늦게 가진 편이라 그때부터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축하 받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게이로서 밤에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는 것은 재미 있지만, 낮에 데이트 하면서 갈 곳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철희 님이 가고 싶은 서점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햇빛 서점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어려운 점이나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햇빛서점'은 첫 활동이 서점을 홍보하려고 일명 똥꼬 부채라 불리는 부채를 만들었다. 앞면은 남성의 성기가 되고 뒷면은 항문이 연상되는 부채다. 그 부채를 만들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즐겁게 나누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퀴어퍼레이드에서 나눠줄 거라고 트윗을 하니 굉장히 무서워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걸 만들었는데, 나는 소비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나싶어서 고민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햇빛서점'이 이태원 데이트 코스에 있다 보니 찾아오는 LGBT보다 데이트하다 온 이성애자 커플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성애자와 성소수자가 모두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컨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청량엑스포'의 경우, 성소수자 전용 공간이기보다는 누구든지 모여서 뭐든 해보자고 열린 공간을 표방한다. 한데 성소수자 이슈로 전시가 이어지자, 현재 성소수자 전용 전시 공간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비성소수자 작가들은 저기에 내 작품을 갖다 놓으면 성소수자로 알지 않을까’, 성소수자 작가들은 내가 저기 작품을 놓으면 성소수자로 알겠지?’ 우려한다고 하는데, 현재 전시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큰 고민이라고 한다.

 

'스튜디오 앞으로'는 미디어 컨텐츠 생산자들이 웹진으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종이책이라는 매체가 지속가능할지 고민한다고 한다. 컨텐츠 구성에 있어서 어떤 관점을 독자에게 보여줄 것인가 역시 고민된다고 한다. 이도진 님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성애자 사회에서 불화하는 LGBT 피해자로서의 LGBT를 그리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면, 2015년의 시점에서는 무언가 많이 달라졌고 달라져야 했다. 그런 맥락에서 즐겁고 쾌활한 퀴어라는 관점에서 매거진 <뒤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채집단'은 스토리를 만드는 지점에 있어 교훈적이거나 슬프고 설명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치마 입은 꽁치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인데, 이야기 속 꽁치 가족을 아빠 엄마로 이루어진 가정으로 그리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준비중인 2권에서는 여자친구에게 뽀뽀하고 싶은 여자아이 이야기를 기획 중인데, 팸/부치로 그려야할지, 다른 무언가로 그려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레인보우스토어'는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단체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팔아 해당 단체에 후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활동하는 분들이 해당단체를 재차 후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활동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도 후원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소비층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레인보우 스토어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는 없을지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신촌에 있는 오프라인 편집샵에 입접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전한다. 현재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수익을 키우기 위해, 퀴어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소비자 층을 늘려야 할텐데, 그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퀴어 생산자들이 1년 내내 생산을 지속할 수 있을까도 고민하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일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레인보우스토어'는 타투 스티커를 발행했을 때, 생산자 분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활동이 처음이라 3일 밤을 새면서도 너무 재미있고 의미있게 여긴 점이 가장 뿌듯했다고 한다. '레인보우스토어'가 누군가 만들 수 없었던 생산물을 나오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정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야기채집단'은 2015년에 그림책을 팔던 부스가 시청 광장에서 부채춤을 추는 바리케이트 바로 앞이었다고 한다. 그 분들이 하루 종일 큰 소리로 북을 쳐서, ‘그림책이 출판되었고 꽁치가 치마를 좋아해요하고 '이야기채집단'도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며 홍보해야 했다고 한다. 부스 앞에는 책을 읽으며 울고 계신 독자들이 있고, 건너편에서는 북을 치고 자신들은 그 가운데에서 큰소리를 홍보를 하는 모양새가 그 시기의 한국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스튜디오 앞으로'가 <뒤로>를 만들면서 재밌었던 점은, 인쇄소 아저씨들이 책이 나오기 전에 먼저 보는데 남자 버전의 저질 잡지를 만드나 보다, 생각하신 점을 재미있는 부분으로 꼽았다. 인쇄소 문화가 굉장히 남성중심적인데, 거기서 게이 잡지는 만드는 작업물 사이의 괴리감을 재미로 꼽은 것이다.

 

'청량엑스포'는 <큐브젝트> 전시 당시, 신생공간이라 이성애자 커플이 많이 왔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그분의 남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홍보차 똥꼬부채를 드렸는데 많이 놀라셨다고 한다. 이렇게 한 명의 관객을 또 잃은 것인가 싶었던 그 때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햇빛서점'은 어느 날 가게를 보는데 꼬부랑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이반, 이반..이라고 하시기에 아 이제 드디어 보광동에 토종 게이 분이 오셨구나했다고 한다. ‘아, 예. 여깁니다.’ 하고 안내했으나 의자에 앉으시더니 계속 뭘 찾으셔서,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실은 이발을 하러 오신 분이었다고 한다.

 

                 

 

 

 

이어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부모님들이나 주위 분이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냐고 물은 참석자도 있었고, 향후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의 콜라보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질문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것을 모색해가는 패널들과 그것을 궁금해 하는 참여자가 모인 섹션이라 내내 분위기가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깊고 진지하게, 어떤 다음을 모색하고 있는 진취적인 태도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성소수자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의 성장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