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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Anima의 자긍심 찾기 Story! _ 6월호

by 행성인 2008. 6. 21.
우리소리 :  동인련 회원들의 목소리



[Episode 1] 자기 소개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Anima : 네, 안녕하세요. Anima라고 쓰고 아니마라고 읽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20대의 게이 활동가입니다.

 

: 특이한 닉네임인데 뜻이 뭔가요?

 

Anima : 심리학 용어로 ‘남성의 내면에 있는 여성성’이라는 뜻이에요. 온라인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새로운 닉네임이 필요했는데 마음에 드는 닉네임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니마’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Episode 2] 활동, 그리고 나

 

: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Anima : 동인련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용기가 없어서 활동 같은 걸 못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작년에 블로그를 돌다가 성소수자 진보포럼이 열린다는 걸 보고 무작정 나갔죠. 그 때 동인련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어요.

 

: 원래부터 활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Anima : 동인련, 친구사이 같은 단체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고, 예전엔 그냥 막연한 관심 정도만 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깊이 감명 받았고, 그 때부터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저에 관련된 일이니까요.

 

: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nima : 음, 좀 넓은 테두리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제가 고3 때 정치의 정의를 배웠는데, 그 중 가장 좁은 범주가 이것이었어요. ‘자신에게 이익이 되게끔 하는 모든 생활양식.’ 즉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큰 무엇인가만이 정치가 아니라 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모든 활동이 정치란 말이었어요. 그 때부터 정치란 것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제 일상으로 느껴졌어요.

동인련 활동도 마찬가지로 제 생활에 있어서 정치에요.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구요. 손해만 보면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저는 제가 이익을 보기 위해 정치 활동을 하는 셈이죠.

 

[Episode 3] Fight For Your Rights!

 

: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바뀐 점, 느낀 점 같은 것은 무엇이 있나요?

 

Anima : 음,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하면 맞을 거 같아요. 이전보다 저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많은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러한 차별에 맞서기 보다는 외면하거나 뒤로 숨으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것은 일부분이라도 이 사회에 저의 본모습을 내비치는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당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당해지기 위해서 당당할 수밖에 없는 거죠.

느낀 점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조금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거에요. 물론 예전의 저처럼 관심은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동인련 같은 단체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거든요. 또 이런 활동을 해봤자 바뀌는 게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많이 안타깝기도 하고, 끌어들이고 싶기도 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 동인련에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Anima :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난관인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무관심은 ‘관심은 있는데 용기가 없는’ 사람까지도 포함해요. 물론 처음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 후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웃팅에 대한 걱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이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최근에 무지개 행동 10대 팀에서 주최한 ‘커밍아웃 가이드북 발간 후원 파티’를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다녔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없었어요. 참여한 사람은 온라인 홍보를 보고 온 사람이 아니라 전부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들이었죠. 더군다나 게이들은 이런 활동에 잘 나오질 않아서 게이 커뮤니티에 많이 홍보를 했는데 결국 아는 사람들만 와서 더 속상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 때문에 화날 때도 있어요.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너넨 뭔데...’라고 보는 사람도 있더군요.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저런 소릴 듣고 나니까 참 힘이 빠지더라구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한테 알릴 수 없다는 거에요. 집에서 나올 때는 어딜 간다고 늘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늘 둘러대거든요. 친구 만나러 간다, 영화 보러 간다, 고등학교 친구가 군대 가서 술 마시러 간다 등등...이렇게 거짓말을 할 때면,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거짓말을 해야 할 일이 아닌데 해야하니까 괜히 서글픈 생각이 들죠. 친구들한테도 인권 활동을 한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실제로 어디서 뭘 하는지는 가상으로 둘러대야 하니 기분이 참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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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퀴어퍼레이드에서 동인련이 만든 머리띠를 하고 있는 anima


 

: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Anima :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처음 발 들여놓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체도 노력을 해야될 것 같구요. 동인련 활동을 오래한 건 아니기 때문에 동인련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라는 점은 찾기 힘들지만 그래도 편하게 사람들이 찾아오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웃팅에 대한 걱정은 물론 활동을 하기에 앞서 드는 다양한 걱정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딱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 짧은 인터뷰였지만 깊이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찬 것 같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Anima : 아직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뿌듯할 때가 참 많아요. 이런 뿌듯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들과 같이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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