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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잘 알지도 못하면서

by 행성인 2009. 7. 6.

 


욱이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음 그러니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했습니다.
때문에 지금껏 지레짐작으로 욱이의 본모습을 혼자 상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욱이는 인터뷰 내내 저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그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내심 미안했어요.


여하튼, 그간 신데렐라처럼 밤 12시가 되기 전에 도망치듯 술자리를 빠져나가던 욱씨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이번의 인터뷰로 어느정도 해소되었음 합니다.
그럼 이제,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인이 된 욱씨의 더 적극적인 활동 모습을 기대해 보면서,
저렴한 질문공세를
시작(!)합니다. 





신이 : 우선, 동인련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해줘요.


욱 : 2005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대학 입학 당시에 진보적인 지식들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진보 모임에 참여하게 됐었어요. 그 때 동성애자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티를 못 내고 있던 차에, 진보 모임에 계시던 분이 관심 있는 운동 분야를 물어봤었는데, 제가 그때는 동성애자라고 말하기가 어색해서, 여성과 성적소수자 분야라고 대답했죠. 그런데 그분이 동인련의 후원회원이었던 거에요. 그 후에 그 선배가 동인련에서 활동하시던 이경이라는 분을 소개시켜 줬어요. 그래서 동인련과 만나게 되었던 거죠.


신이 : 음, 그러면 동인련 활동 전까지는 데뷔를 안 한 셈이로군요?


욱 : 그렇죠. 오프라인, 온라인 둘 어느 곳에서도 동성애자들과 만나지 않은 상태였어요. 동성애자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사실 좀 무서웠고, 어느 곳에서 이런 걸 얘기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계속 감추고 살았던 거죠.


신이 : 생각보다 데뷔가 늦네요. 그렇게 안보였는데...


욱 : 얼굴이 노안이라 그렇죠?


신이 : 그러게요. 하하. 어쨌든, 이경씨와의 만남은 어땠나요?


욱 : 처음에 직접 만나지는 않고, 전화 통화만 했는데, 이경누나가 퀴어문화축제에 나와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05년도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나가게 되었어요.


신이 : 그럼, 그 이후에 어떤 변화가 생겼어요? 동인련과의 인연을 시작한 것도 그때 이후인가요?


욱 : 네. 동인련과의 인연은 05년에 시작됐어요. 사실 05년은 제가 대학입학을 하면서 뭐든지 덤벼보자는 정신으로 살았던 한해였어요. 많은 문화생활도 했고, 많은 강연도 듣고, 될수록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하던 시기였는데, 그때 동인련은 저에게 문화적 충격도 주면서, 동시에 많은 자극을 주는 만남의 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신이 : 화려하게 데뷔를 하셨네요. 동인련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죠?


욱 : 동성애자들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람들도 저를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신이 : 원래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해요. 그걸 몰랐군요.


욱 : 그러게요. 좀 있어보니까 나 아니라도, 처음 온 사람들한테는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하하. 저한테만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없는 해방감을 맛봤던 것 같아요.


신이 : 그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욱 : 2005년 여름캠프 준비에 참가했어요. 그리고 뭘 했더라...


신이 : 한 게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욱 : 아니에요. 뭘 하긴 했는데, 제대로 한 게 없어서 그럴 거예요. 그냥 되는대로 끼어들고, 맡는 대로 일을 했어요. 잡일을 해서 그런가 봐요.


신이 : 저도 퍼레이드 때 이후로 욱 씨를 지금껏 종종 봐왔는데, 눈에 띄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욱 : 그건 제가 신이형 식이 아니어서 잖아요.


신이 :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것보다, 욱씨는 늘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해요. 밤늦게까지 놀 때도 혼자 집에 가버리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저 혼자 욱씨는 참 바쁘구나, 뒤로 다른 짓을 많이 하고 다니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제가 오해했던 건가요?


욱 : 오해였지요. 전 집에서 떨어져서 밤을 보내는 걸 불안해해서, 꼭 막차시간 전에 집에 들어갔던 것뿐이에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지금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없어서 어색했던 점도 있었고요.


신이 : 아니, 맨날 그렇게 신데렐라처럼 가버리니까 어색한거죠. 우리는 다 욱씨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하여튼, 욱씨의 벅찬 사생활에 대한 나의 의심 또한 오해였던 건 아니죠?


욱 : 이젠 정착했으니, 자세히 말할 순 없어요.


신이 : 아쉽군요. 그럼 다른 의문점을 풀어보도록 하지요. 욱씨가 번개를 참 많이 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욱 : 처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로 학교 활동을 좀 했고, 음, 가끔 1:1 만남을 했어요.


신이 :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가요?


욱 : 그런 건 세는 게 아니에요.


신이 : 어머, 대충 말해 봐요.


욱 : 형은 세고 다녀요?


신이 : 저는 세기도 하고, 기억했다 글로 쓰기도 하잖아요. 알면서!!


욱 : 그거 참 변태 같아요. 그걸 왜 글로 남겨?


신이 : 다 추억이잖아요. 웬 변태? 아직 자기 안에 호모포비아가 남아있는 거 아니에요? 번개가 어때서 말을 못하는 거에요? 어서 말해봐요!


욱 : 셀 수 없어요.


신이 : 얼마나 많길래?


욱 : 기억하지 않아요.


신이 : 그럼 이렇게 질문할게요. 한 달에 평균 몇 명을 만났죠?


욱 : 1.5명 정도?


신이 : 좋아요. 이정도로 하죠. 그럼 다시 진지하게, 대학교 초반에 진보운동에 가담했다고 하셨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타고난 빨갱이였나요?


욱 : 원래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에요. 그냥 고등학교 때가지는 학교에서 알려주는 건 뭐든지 맞다고 생각했고,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세상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강했어요. 그래서 강연을 많이 들으려고 했는데, 그 때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가판이 있었고  거기서 신문을 받았는데 신문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를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반성이 있던 시기라, 사회를 알아 가는데 적극적으로 노력을 했었죠. 그러면서 진보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성적으로도 진보 운동에서 주장하던 내용들과 사회를 읽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신이: 그럼 동인련에서 하는 활동들도 그런 방식의 접근이었나요?


욱 : 초반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인련 활동은 진보단체에서 활동하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우선 저는 동성애자를 주변에서 만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그래서 그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또 보통 이쪽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좀 건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보수적 편견이 강했는데, 동인련 활동은 그런 편견도 벗어나게 해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동인련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들이나 지식들을 많이 가르쳐 주었어요. 그래서 동인련 활동에 더욱 호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신이 : 그럼 동인련이 욱씨의 정체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거군요. 동인련에서 활동하면서 욱씨가 정체성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인가요?


욱 : 음. 좀 애매하긴 하지만.....전에도 확신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자리 잡게 해준 건 동인련의 영향이 큰 셈이죠. 동인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체성에 대해 창피해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이 : 정서적으로 도움을 준 셈이군요. 그러면 동인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뭔가요?


욱 : 음, 다양한 활동을 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활동한 흔적이 없더라구요. 우선 그래도 항상 재밌었던 건 캠프준비였던 것 같아요. 항상 같은 사람들만 북적이는 동인련 사무실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우선 놀러 가는 거라서 맘 편히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같이 놀면서 더욱 친해지는 것 같았고요.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습지만, 소속감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신이 : 소속감이라니. 학교 같아요. 그러면 앞으로 동인련과 욱씨는 어떤 관계로 인연을 만들어 갈 것 같아요?


욱 : 음, 요즘 동인련에 청소년들이 참 많이 와요. 요즘은 워낙 인터넷도 많이 활성화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동성애에 대한 문화적 소재들도 언급이 되는 편이라서, 성적소수자 청소년들이 긍정적으로 성적정체성을 많이 인정하는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아직도 음지에서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고민하거나 부정하는 청소년들도 참 많을 거예요. 저처럼요. 그런 친구들이 동인련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청소년들이 맘 편히 찾아올 수 있도록 동인련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청소년들이 밝게 자신을 긍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동인련과 함께요.


신이: 그렇군요. 최근 내가 소개시켜준 학교 후배랑 잘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기뻐요. 사귄지 얼마나 된 거죠? (사실 처음엔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흥!)


욱 : 음, 얼마 되진 않았어요. 사실 신이형한테 이번 일로 참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형이 소개시켜준 사람이 제가 예전부터 얼굴을 봐오면서 좋아했던 사람이거든요.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 내심 좋았어요. 근데 상대편이 맘에 안 들어 하면 어떡하나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다행이 잘 연결이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신이 : 욱씨 생각보다 소심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전 연애와 지금의 모습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차이점이 있다면, 대해 좀 얘기해 줄래요?


욱 : 음, 우선 예전의 연애같은 경우는 덥석 손을 잡는 듯 한 느낌이었어요. 좋다는 건 있었지만 어떤 확신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작용했었구요. 물론 다들 좋았긴 했습니다만. 쿨럭.. 이번엔 순전히 제 의지가 많이 반영됐던 것 같아요. 좋은 만남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구요.


신이 : 아 그렇군요. 깨가 쏟아지네요. 앞으로 더 잘되길 간절히 빌게요. 그럼, 마지막으로 동인련에서 어떤 활동들을 더 하고 싶나요?


욱 : 아까 말했던 것처럼 LGBT들이 자신을 긍정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활동들을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동인련은 참 좋은 활동들을 하는 단체구요. AIDS활동도 제가 아는 것이 많이 부족해 항상 불안해하는 분야였는데, 이젠 더 많이 배우고 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지금 활발한 청소년 활동도 관심이 많아요. 웹진팀에도 들어가게 됐는데, 웹진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포럼이나 캠프같이 모두들 뛰어들어야 하는 큰 행사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구요.


신이 : 이제 좀 더 자주, 길게 봐요. 애인이랑도 잘 지내구요. 오늘 인터뷰 즐거웠어요.


욱 : 고마워요. 형도 얼른 사랑하는 사람 만나길 바래요!^^


신이 : 고… … 마 워 요. 앞으로 좋은 모습과 활동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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