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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①] 한국레즈비언상담소 - 만다린님

by 행성인 2016. 11. 13.

행성인 웹진 '랑'에서는 11월호부터 '성소수자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연대 활동이나 큰 행사 등에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함께 만나지만, 각 단체의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 외에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여 웹진 '랑'은 성소수자 단체 상임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구독자 분들께 여러 성소수자 단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만남 첫 번째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만다린님입니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로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상임활동가 만다린입니다. 상담소에서 상임활동가로 지낸지는 이제 1년 조금 안됐어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 이전에는 어떤 활동 혹은 일을 하셨나요?
 
상담소 활동 전에는 정말 이 활동 저 활동 했던 것 같아요. 카페 마리에도 잠깐 있었다가,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에서도 활동을 했었어요. 그리고 강정에서도 있다가, 생활이 힘드니까 활동을 쉬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기도 하고요.
 
‘아, 돈은 벌어야겠는데 계속 이렇게 정체성을 숨기고 일을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계속 했어요. 다들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보니까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런 환경이 힘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회사를 찾아서 거기서 2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근데 일이 바쁘니까 다른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그 동안은 활동을 쉬었던 거죠.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멤버십은 언제부터 갖게 되셨나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존재한다는 건 오래 전 부터 알았지만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상담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 당시에는 회원단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회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멤버십은 상임활동가로 들어온 이후부터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단체에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는 어떤 상임활동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있나요? 추가로 원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있나요?
 
매주 제가 상담한 상담일지를 놓고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어떤 이야기를 더 보강하면 좋을지를 상담활동가 전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눠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특정 주제에 대해 상임 활동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 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기도 하구요.
 
생겼으면 좋겠다! 같은 프로그램도 있어요. 폭력 피해자 같은 경우 재빠르게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그것을 즉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관련 교육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요.
 
상임활동가로서 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현재 상임활동가가 저 혼자라서 전반적인 상담소 업무를 모두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상담소 외/내부 연대활동과 재정관리, 사무실 관리, 각종정보 문의안내, 전화, 대면상담 등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회원 분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자주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어요.
 
상임활동가 업무 외에 단체 내에서 활동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전반적인 활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소식지도 제작하고, 퀴어문화축제 기획이나, 상담팀, 홍보팀 활동, 운영위 소집 등 여러 활동들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연혁을 살펴보니 상임활동가가 없던 때도 있었는데, 상임활동가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상임활동가가 없던 때에도 상담소 활동은 계속 이어졌답니다. 운영위 회의도 열렸고, 상담도 진행되었고, 회원 프로그램 및 팀 활동들도 진행되었고요. 활동가들이 자원해서 전화상담/대면상담을 했었기 때문에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하지만 각자 하는 일들이 있고 상담소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활동가가 없었기 때문에 상임활동가가 있는 지금 만큼 외부 연대활동을 욕심껏 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금은 항상 사무실에 사람이 있다 보니 회원 분들이 놀러오기도 하세요.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신데 오셔서 이야기 나누고, 다시 이야기 할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는 분들이 있으셔서 저도 힘을 얻어요.

이제부터는 좀 더 단체에 촛점을 맞춘 질문을 드립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조직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상담소는 상임활동가, 운영위활동가, 팀장을 맡은 활동가, 팀 활동가, 회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수직적인 조직구조가 아니라 수평적/민주적인 조직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 상시적인 팀들과는 다르게 TF팀이나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기도 해요. 그리고 회원들이 있구요. 의결구조는 회원총회가 가장 상위의 의결기구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요?
 
현재로선 상담이 주력활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담소의 활동가들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이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도 오랜 시간동안 단체 활동 내용과 체계/방식에 대해 고민을 했었어요. 새로운 지형 속에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모아 지금의 상담소를 만들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라는 이름을 달기 전 끼리끼리 시절부터 상담은 이미 일상 업무였고, 상담이 단체가 만들어 갈 운동의 핵심위치로 거듭 자리매김 함으로써 내용면이나 형식면에서 상담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했어요. <끼리끼리>의 역사가 곧 레즈비언 상담 역량 축적의 역사였다면 그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져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상담을 여성성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현장으로 보고, 운동 이슈를 발굴해 내는 데에 그 현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다른 기관에서도 마음을 놓고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상담 받을 수 없는 성소수자들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가길 바랬구요.
 
상담 활동이 주력하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상담과 다른 팀 활동이 아주 동떨어지지 않은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벽장이반 프로젝트 ‘노크’나,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 등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것들을 담아 활동으로 가져오고 있어요. 하지만 좀 더 확장된 활동을 하기 위해 운영위와 각 팀들, 그리고 사무국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력 활동인 상담을 전담하는 조직 기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상담팀과 상임활동가가 상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게시판상담은 상담팀이, 전화상담과 대면상담은 상임활동가인 제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저도 상담팀 팀원이기도 하구요. 상담팀은 상담게시판에 사연을 남기신 내담자 분들 한 분, 한 분께 최대한 세심하고 충실하게 답변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담소 상담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항상 고민하고, 점검하고, 상담원 개인과 상담소 전체의 사례별 지원 역량을 더욱 단단히 하고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구요. 상담팀이 구축해 온 상담 자료들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담팀원들은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인가요?
 
상담소에서 지속적으로 구축해온 상담교육을 수료한 활동가가 상담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문적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리는데요. 기존 한국사회에서 '자격증'을 가진 ‘전문 상담가’가 그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상담가 보다 무조건 상담을 더욱 잘한다고 볼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있어요. 상담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더 ‘전문적’일지 몰라도 기존 '전문' 상담 체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에 있어 상담소의 상담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전문' 상담체계에서는 비트랜스젠더/이성애자가 아닌 존재는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고, 그 이야기를 상담원으로부터 지지받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그렇다고 '전문 상담원'이 있는 모든 '전문 상담소'가 다 성정체성/성별정체성에 대해 놓치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팀원들의 상담 역량 강화를 위한 단체 내 프로그램이 있나요?
 
역량강화는 상담원들이 상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해요. 상담 주제/내용/기술과 관련된 역량강화는 프로그램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상담원이 상담을 하거나, 혹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자유롭게 그 의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예민한 주제일수록 더더욱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공유하고 뜻을 모으는 자리를 자주 가져요.
 
이외에 감정이 소모되는 상담활동을 하는 상담활동가 자체에 대한 역량강화 또한 매 상담팀 회의 때 진행되고 있어요. 상담활동가들도 각자 삶에서 제각각 다른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각자 내담을 마주쳤을 때 감정도 각자 다른데, 이 감정들을 다루어주는 이야기들을 팀 회의에서 하면서 서로 임파워링 하기도 하구요.


 

 
레즈비언만 상담을 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들어오는 상담 중 성정체성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상담을 요청하세요. 성정체성 비율이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여성성소수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트랜스젠더와 남성성소수자에요. 이건 전화상담의 비율이고, 게시판상담은 여성성소수자 분들이 가장 많으세요.
 
어느 빈도로, 어떤 고민 위주로 상담이 들어오나요?
 
전화상담의 경우 하루 평균 두세건 정도인데, 아무래도 정체성 고민이 가장 많아요.
 
상담 사례별로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하나하나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정체성 고민의 경우 자신이 정말 레즈비언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지로 많이 상담을 요청하세요. 보통 내담자분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러다보면 스스로 답을 찾으시는 분들도 많고, 몇 회기에 걸쳐 내면의 포비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사실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단번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꼭 레즈비언뿐만 아니라 어떤 성정체성이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자신이 무엇이라 이름 붙이기까지는 탐색과정이 필요하고, 그 탐색하는 시간이 얼마나 심각할지, 또 얼마나 걸릴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탐색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자신이 레즈비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물어봐요. 좋아하게 된 사람이 여성인지, 아니면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전화를 하신 내담자는 자신이 ‘내가 레즈비언인가?’라고 생각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같이 고민을 나누고, 천천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같이 가지자고.
 
사회적으로 규정해놓은 이성애중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을 검열 없이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상담소까지 전화를 하신 분들은 그 틀에서 벗어나기 까지 정말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선 스스로의 감정을 검열 없이 긍정해보시라고 많이 말씀드리고,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탐색의 시작이라고 이야기를 나눠요.
 
상담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받을 수 있나요?
 
전화상담의 경우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담전화 02-718-3542로 전화를 주시면 됩니다. 전화상담은 30분 동안 진행되고,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 다음 회차를 예약, 진행하게 됩니다. 대면상담의 경우 현재 상임활동가가 1인이라 진행하지 않고 있어요. 게시판 상담, 이메일 상담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담게시판에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로서 드는 고민이 있나요?
 
아무래도 활동가 부족이 가장 고민이에요. 상담소 활동가가 아니었던 예전의 저를 생각했을 때 왠지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이다 보니 회원단체가 아닌가? 상담만 하는 곳인가? 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상담소가 상담만 하는 곳이 아니라 상담소 회원들을 기반으로 여성성소수자와 관련된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가 더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상담팀의 경우, 상담이라는 것이 상담활동가의 감정적 소모를 요하는 일이다 보니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활동가들도 있거든요. 반면에 상담교육을 수료한 분들만 상담활동가로 활동을 할 수 있다 보니 바로바로 상담활동가 확충을 할 수 없는 상담활동의 특성도 있어요.
 
상담소는 상담소에 내담하셨던 분들이 회원으로 많이 가입하시는데 이분들과 어떻게 어떤 활동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가 최근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리고 모든 단체가 그렇겠지만 재정불안정…도 큰 고민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청소년과 비청소년 여/성소수자 분들의 세대교류 활동을 하고 싶어요. 내담하시는 분들 중, 특히 청소년 분들이 다들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 하고, 자신이 나이를 먹고 비청소년 성소수자가 되었을 때를 많이 걱정하고, 두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
 
만다린님은 행성인 회원이기도 합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와 행성인이 연합해서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특히 여성모임 분들이나 행성인 활동가 분들을 만날 때 마다! 그런데 명확하게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하고 싶다! 같은 정확한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막연하게...
 
마지막 한 마디!
 
상담소는 언제든 열려있어요! 상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한탄이나,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이야기들,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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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전화   02-703-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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