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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회원 인터뷰] 연구하는 활동가, 주원님을 만나다!

by 행성인 2016. 12. 3.

인터뷰 한 사람: 겨울,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주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겨울: 안녕하세요 주원씨!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원: 저는 밥을 천천히 먹고 연애가 너무 하고 싶은 주원이고요. 지금은 대학원 준비하고 있고, 딱히 어디 소속되어 있진 않아요. 활동하고 있다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체화에 대해 얘기하면 좀 긴데, 일단 게이라고 하긴 하는데요. 저는 참 게이라는 말이 입에 안 붙긴 해요. 그냥 편의를 위해서 게이라고 해요. 남성을 대상화하고 남성을 좋아하고 제가 남성으로 패싱되고. 딱히 남성으로 정체화하진 않지만 제가 남성이 아닌 건 아닌거 같고, 그래서 이렇게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소속을 찾아

 

내게 맞는 소속은 어디일까?

 

겨울: 행성인에는 어쩌다 가입하게 되셨나요?
 
주원: 행성인 가입은 군대에 있을 때 했는데,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대학을 진학하려고 미국을 갔어요. 한국 상황은 전체적인 흐름만 알고 아는 게 없는거죠. 고등학교 때 딱히 친한 친구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구요. 졸업하고 한국에 왔는데 갈 데가 너무 없는 거예요. 평생을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가 갑자기 그게 없어지니까, 군인 누구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고 어디에 소속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인권활동 위주로 학업을 했으니까 그걸 놓고 싶지 않아서 관련한 곳을 찾아봤어요. 고등학교 때 찾아보다가 동인련이란걸 알았었는데 다시 검색해보니 이름이 행성인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뭔가 좀 더 포용적으로 된 거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이 때가 의경 생활 후반 쯤이었을 거에요. 초반에는 너무 힘들어서 어디 활동할 생각을 못 하다가 후반에 좀 편해지고 외박 때 처음 왔었죠. 오소리님도 계셨고 디딤돌에 왔어요. 그런 계기로 온 거 같아요. 어딘가 소속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해서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왔어요.


겨울: 행성인에 오기 전에는 어떤 공부나 활동을 하셨나요?
 
주원: 바로 전에는 군인이어서 딱히 한건 없고요, 그전에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전공 자체도 ethnic studies라고 해서 한국에서는 좀 생소한데, 비교인종/민족학? 이라고 해야 될까요? 굉장히 미국적인 담론이긴 해요. 백인중심사회에서 유색인종들의 사회, 정치 부분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공부거든요.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학을 부전공 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퀴어들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한국 퀴어학도 같이 했었고 졸업할 때는 학사 논문으로 "왕의 남자" 분석을 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왜 갑자기 난데없이 왕의 남자가 흥행할 수 있었나 분석 했었죠.

 

학교 활동은 1학년 때부터 열심히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가면서 "난 자유인이 될거야!"하면서 갔어요. 여건이 따라 줘서 다행이었죠. 기숙사생활을 커밍아웃한 상태로 활동했었고, 유색인종 퀴어 친구들이랑 같이 클럽에 가입했어요. Shades라고 원래는 오하이오 대학에서 시작했는데 저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로 오게 된 거에요. 친한 친구가 회장을 하고 첨엔 회원으로 있다가 그 다음해에 3학년 때 임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었죠. 아시아계 미국인 퀴어영화 보고 대화나누고, Freedom Festival이라고 다양성 축제같은게 있는데, 부스 있으면 행사 진행하고, 그땐 엄청 열심히 했어요. 지금이랑 너무 비교될 정도로. 아침엔 수업갔다가 기숙사가서 좀 쉬었다가 밥먹으러 가자고 하고요. 매주 행사가 많고, 제가 임원을 하기도 하고, 다른 활동도 있으니까. 제가 성격이 나서지는 못하는 성격인데도 정말 많이 활동했어요. 이건 정말 자랑스러운 부분인데, 캠퍼스가 진짜 커요. 그런데 1~3학년때는 수업 들으러 가면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사를 정말 계속했어요. 활동 많이하고 컨퍼런스도 많이 참여하고. 그러다가 4학년 땐 논문을 썼죠. 학술적으로 퀴어적인 것을 연구했었고 졸업하고 잠깐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서비스, 사회복지 센터에서 인턴하고, 이민자들 영어 가르치거나 가정 폭력이랑 아시아계 미국인 건강 조사 서류 등을 도와주는 일을 했어요.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 가르치고요.
 
오소리: 그때 학교에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원: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요. 진심으로 내가 싸워도, 내가 누구랑 언쟁을 하고 난리 부르스를 쳐도 나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뒤에 있다는 믿음이죠. 그냥 알고 있는 거죠. 친구들이랑 있는게 즐겁고 그게 활동의 일부고, 퀴어가 아닌 친구들도 있으니까 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구나 그런거도 있었고, 정의감에 불탔죠.
 
오소리: 행성인은 안 그래요? (웃음)
 
주원: 행성인이 안 그렇기보다는 (웃음) 제가 많이 못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것 같아요.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지 하는 그 부분이 저도 많이 힘들어요. 그냥 제 자신이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편안하지 않은 거 같아요. 그 때는 학생이잖아요. 학생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또 안정감을 주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학생일 때는 그래도 소속감이 있잖아요. 항상 여기있고 항상 가고 무언가 내가 연결이 되어있는데 졸업을 하면  미국대학은 칼같잖아요. 동문같은 것이 딱히 없어요. 그때부터 어중이 떠중이였어요. 대학원에 갈 거라는 믿음이 컸는데, 한국에 너무 들어오기 싫었어요. 그때는 한국에 대해 편협하게 생각해서, 아무것도 안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군대때문에 오는 거니까 얼마나 싫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을 접하고 군대에서 너무 힘들었어요. 전역을 하고 나면 딱 ‘행복!’ 이럴줄 알았는데, 인간이 그게 아니더라고요. 굉장히 오래걸리고, 사람들이 군바리 티 난다고 하잖아요. 시키는대로만 2년동안 산다는 것에 거부감이 컸었는데, 그 세계에 젖어있다가 나오니까 능동적으로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대학교때의 열의도 없어지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혼자인 것 같고, 내가 싸운다고 해서 누가 제대로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요. 만약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으면 또 달랐을 것 같아요. 미국이 좋아서 라기보다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제가 많이 힘을 얻었던거 같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서포트 그룹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요즘엔 QUV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제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활동이 벅찬 부분이 있어요. 미래가 불안하고 현실이 불안정하다 보니까요.
 

겨울: 그럼 지금 행성인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세요?


주원: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안해요. 회비는 꼬박꼬박 내고 있답니다. 후원 회원으로 (웃음) 그 전 주까지 퀴쓰 계속 나갔었고, 그리고 웹진팀 발행날만 가서 편집 좀 도와주고, 최근에 구술사 아카이빙 하는거, 질문지 만드는 데 조금 의견 제시하고요. 그리고 행성인 책읽기 모임에서 책 열심히 읽고요. 들쑥날쑥 하지만, 존재감만 어필하는 중이에요. 시험 준비하고 원서를 써야하니까 계속 끊기는 것 같아요.
 
겨울: 책읽기 모임이나 스터디에 많이 참여하시는데, 관심있는 분야가 무엇인가요?


주원: ‘나는 학자야’ 라는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봐요.  그렇게 정체화를 하고 싶은지 글읽고 글쓰는 모임들 위주로 시작을 했어요. 다른 데는 자신이 없으니까, 성격이 앞에 나가서 뭐 하는 그런게 아니니까요. 사람들 많이 있으면 부담스럽고 무섭고 그래서 일단 그렇게 시작했는데 좀 더 활동범위를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세이프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원서 마감일자가 다다음주라 잠시 접어두고 있고요. 관심있는 분야라고 하면, 한국 성소수자, 비규범적인 성문학 규범화요. 자료들은 많지만 제가 느끼기엔 여기저기 흩어져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아우를 수 있는 학술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요즘 학자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게 제 목표인거 같아서요.
 
겨울: 주원씨 특징 중 하나가 채식을 하고 있는 건데요. 웹진에 채식 관련 글도 많이 쓰셨구요.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주원: 계기는 ‘애인’이요. 오래 사귀었던 전 애인이 비건이었어요. 처음에는 ‘채식을 하는구나’ 하고 만났는데 1년 정도 사귀게 되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하면서, 왜 채식을 하냐는 질문을 계속 물었어요. 애인이니까 열심히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얘기를 듣다보니까, 인종적 성적 젠더적인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공부하면서, 굉장히 억압적이고 문제가 있는 공장식 사육을 막기 위해 그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천을 하기로 마음 먹기까지 1년이 걸린것 같아요. 걔가 강요를 한적은 없으니, 그냥 하나의 계기죠. 저희 집도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고, 저도 고기를 찾아먹는 스타일은 아니기도 했고요. 채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까 채식을 하기에 편했어요. 간혹가다 사람들이 헤어졌는데 왜 계속 채식을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계기는 그 친구지만, 걔 때문에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나고 헤어진거랑 상관없이 채식을 계속하고 있어요.  

 

 

눈물짓던 의경 시절


 

 

겨울: 의경을 나왔다고 알고 있어요. 의경 생활은 어땠나요?


주원: 시위막는 의경은 아니었어요.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단 이유로 외국어 특기병으로 갔어요. 그때 한창 의경이 군대가려던 사람에게 인기가 절정이었던 때였어요. 예전엔 의경이 구타랑 악습으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의경의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안갔었는데  그때 당시 집단 탈영과 자살사건이 강원도 의경부대에서 퍼진 거 같고, 소문으로는 그때 경찰청장 아들이 의경이어서 확 바뀌었다는 말도 있어요. 그때부터 악습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경찰서 내에서 강해져서 뭔가 견제하는 시스템은 많이 생겼어요. 저도 그 때 지원을 했죠. 외국어특기병으로 가면 뭔가 영어나 그런걸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근데 영어는 거의 안썼고 제가 발령받은 부대는 대사관 사저 순찰하는 데였어요. 중국대사관저랑 일본대사관저가 핵심이었죠. 거기 경비하는 거였어요. 훈련도 별로 없었고, 힘들지도 않았어요. 힘들었던 건 경비였어요. 24시간 돌아가다보니 잠자는 시간이 계속 바뀌어서 잠을 계속 못 잤거든요. 그러면서 몸이 상했는데 더더군다나 저는 채식을 계속 해야하니까요. 채식을 하더라도 균형 있게 영양 섭취를 해야하는데, 원래 주는 밥에서 고기를 빼는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 하니 몸이 많이 망가진 것 같아요.

 

처음에 발령을 받았을 때, 거기서 저보고 채식한다니까 ‘네 몸이 네 몸인줄 아냐고. 나랏몸이라고 주는대로 쳐먹으라’고 얘기해서 혼자 울었어요. 너무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꼈어요. 그때 나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인간 이하의 무언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4주 논산에서 훈련받을 때 애국가, 국기에 대한 경례 이런거 하는데 제가 못하겠다고 했어요. 나중에 안 거지만 그때 관심병사로 찍혔어요. 몰랐어요. 안 찍힌게 이상하긴 했어요. 채식하는 사람은 채밍아웃이라고 해요. 커밍아웃도 그렇지만 채밍아웃도 장난아니거든요. 군대라는 집단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데. 너는 뭐길래 특별대우 받냐는 시선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관심병사기 때문에 아무도 안건드린 것 같아요. 저는 몰랐는데 상관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우울증도 너무 심하게 오고, 훈련소 있을때. 맨날 울었어요. 행군할 때 두 줄로 앞만 보고 걷는데. 엄청 무겁잖아요. 무거운거 다 필요없고 애인생각만 나는 거에요. ‘내가 여기서 죽어도 쟤는 모르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요. 그 때 3일만에 10kg 이 빠졌어요. 채식 하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 급작스럽게 살이 빠졌어요. 훈련은 하고 밥은 못먹으니까요. 정말 김치랑 밥만 먹었 거든요. 68kg에서 58kg까지 빠진거에요. 그때 우울감이 많이 온데다가 면역력 떨어지니까, 감기에 걸렸는데 열이 40도까지 올랐어요. 어지러워서 걷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병원을 갔는데 군의관들은 진짜, 관심도 없어요. 티비만 보고 있고, 주사도 못 놔서 두번 놓고. 많이 듣잖아요, 군의관이 잘못해서 죽었다더라, 어떻게 되었더라 이런 얘기요. 내가 죽거나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나가면 국가에서 아무것도 안해줄텐데 그런 생각 들었어요. 편지를 맨날 썼죠. 애인과 엄마, 아빠, 동생 모두에게 따로 썼어요. 그런 나날이다가 자대 배치받고 나서 시간이 지나니까 위계가 있는 집단이니까 제가 위로 올라가면서 밑에서는 제가 채식을 하건 뭘 하건 아무말도 못하니 나중에는 편해졌죠. 어쨌든 군대는 싫어요. 물론 육군보다야 휴가도 많이 있고 외출도 많이 있지만 자유가 박탈당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거 같아요.
 
겨울: 그럼 외박이나 휴가 나오셨을때 영양보충을 하신 거에요?


주원: 그렇죠. 거의 맨날 채식식당 투어했죠. 그런데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뭘 가지고 들어갔어요. 엄청 뒤에서 씹는 거에요. 눈치보여서 제대로 못 가져오다가 나중엔 일경 말쯤에 별로 안건드리니까 그때는 아이허브 닷컴같은데에서 외국에서 직수입한 과자 가져왔어요. 애들이 맨날 뺏어먹었어요. 그런데 이게 성소수자처럼, 좋은 이미지를 채식인으로서 대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맨날 "먹어봐, 맛있어" 이런 얘기 하면서 줬지요.
 
오소리: 군대에서 성적지향으로 인해 불편했던 점은 없어요?
 
주원: 그 부분이 저도 참 신기한 게, 저희 부대는 외국에서 대학 나온 애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건지 소단위 부대라서 그랬는지 신경 못써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게이들이 많았어요. 딱히 그부분으로 힘든 건 없었고요, 그것보다 여성혐오가 힘들었어요. 듣고 있지를 못 하겠던 거예요. 나중에 짬이 차고나서는 가끔 말이 통하겠다 싶은 후임들하고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부터 시작해서 얘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제가 이해를 못하겠던 부분이 그 친구들은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다고 믿고 있더라고요. 그 전제가 다르니까 제가 얘기해도 모르는 거죠.
 
오소리: 안에서 썸같은 건 없었어요?


주원: 전혀 없었어요. 아 전혀는 아니고요. 따로 썸은 없었고. 좋아하던 후임이 있었어요. 그 친구랑 저랑 한살차이고, 그 친구도 미국에서 오래살다 왔는데, 그 친구가 너무 적응을 못했어요. 제 옛모습 같아서 마음이 쓰였죠. 나중에 무슨 계기로 친해지고, 그런데 또 잘생기고, 몸도 이쁘고, 고등학교 때 트랙을 해서 달리는 선수 몸이에요. 그래서 그냥 좋아했어요. 티는 안내진 않았죠. 하루는 전 애인이랑 헤어지고 얼마 안됐을 때 연락했는데 상처받는 말을 들어서 후임한테 갔어요. 커밍아웃 한 상태는 아닌데, 영어랑 섞어가며 얘기를 하던 중에 전 애인이 미국사람이니까, 전 애인이 나한테 이런저런 소리를 했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전애인이 남자니까 영어로 he라고 해야하는데 항상 he라고 안했거든요. 그냥 my ex라고 하거나 한국어로 전애인이나 그사람이라고 하거나 그랬는데, 전애인이 "난 너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라고 한 걸 전해줬는데, 후임이 "did he say that?"이라고 한 거에요. 즉, 눈치챘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끄러워하면서 도망갔어요. 일부러 커밍아웃 안하고 있었거든요. 같이 생활하는데 불편할것 같아서요. 샤워를 같이 하잖아요. 커밍아웃하면 걔가 날 신경쓰는게 불편할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샤워를 같이 못했죠.
 
겨울: 지금은 비연애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이상형이 있나요?


주원: 이상형은 딱히 없는데, 연애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딱 봤을때 매력적인 사람요. 구체적이지 않아요. 딱 봤을때 잘생기고, 말했을때 섹시미가 넘치고 그럼 되는 거고요. 외모적인 것만 놓고 보면 뭐 잘생기고 몸좋고 이런게 좋은데, 최근에 안 게 제가 눈이 쳐지고 강아지상을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딱히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잘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요. 전반적으로 좋으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세계관이 제일 중요한거 같아요. 어떤 특징이 잘생겼다 말하고 싶지 않은데, 세계관이 맞으면 그런것도 별로 중요하게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오소리: 맞는 세계관이 뭐에요?
 
주원: 일단 정치색이 맞아야 해요. 소수자성에 대한 공부를 하고, 투쟁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그런 부분을 이해를 못하는 사람하고는 연애를 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얘기를 할때 듣고 마음을 열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될 거 같은데 또 이제는 설명하기 귀찮은 부분도 있더라고요. 요즘엔 세계관이, 그러니까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 바라보는 생각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이해를 하고 뭔가 맞으면 그 나머지 부분은 제가 커버할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 소수자성중에 한국 사람들 만나면서 가장 힘든부분은 여성혐오인 거 같아요. 게이든 아니든 너무 많아서 차라리 여성혐오가 나쁘다고 인지하고 성소수자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 반대보다 더 연애하기 편한 거 같아요. 요즘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성혐오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연애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만날때마다 얘가 무슨 얘기를 할까 조마조마하고 싶지 않거든요. 대학때처럼 막 논쟁할 에너지가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리고 채식하는거 맞춰줄수 있는 사람요.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겨울: 미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시점에서 드는 고민이 있나요?


주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정말 절망이었어요. 걱정은 했는데, 절대로 될거라고 생각은 안 해서요. 채식 관련 글 네시간쓰고 페이스북 들어갔는데 난리가 난거에요. 어떡하냐고, 미국가지 말라고 문자가 오기도 했죠. 트럼프라는 인물이 가지는 공포는 그사람이 어떤 정책을 휘두르고 안 휘두르고에 앞서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됨으로 인해서, 그전에도 있어왔었던 성소수자, 인종, 여성 혐오자들이 자기들의 폭력을 합리화하게 된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힐러리도 그렇게 좋은 주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만 트럼프가 되었을 때랑 달랐을 거란 점 한가지는, 미국내부에서 성소수자, 여성, 흑인들이 적어도 이런 직접적인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 거란 차이가 있어요. 당장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거니까 굉장히 큰 차이죠. 그런 부분에서 참담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미국에 있었을때 겪은 차별이나 억압이나 친구들이 생각이나고, 또 내가 다시 미국가면 안전할까 라는 두려움이 분명히 있죠. 무서운데, 일단은 지원을 하고 있는중이기 때문에 지원하고 합격하는거 봐서, 일단 합격은 해야 결정을 하는거죠. 그게 1, 2월에 결과가 나요. 그때까지 미국에 어떤 혐오적인, 표면적인 폭력들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내 생명을 위해서라도 안갈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학교는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큰 도시는 덜하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기는 해요. 미국에서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거인단 투표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르죠. 지켜보고 있는 중이에요.

 

요즘에 미국 트럼프 대선 문제 뿐만아니라 제가 학자의 길로 가는게 맞나라는 고민이 있죠. 미국으로 가는 게 맞나 하고요. 제가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가고 싶었을때의 저는 이분법적이었어요. 여기는 불가능한 공간이고, 나는 친구도 없고 난 나야 이러면서 살았단 말이에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어서 더더욱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절실했죠. 그런데 한국에 군대 때문이긴하지만 와서 감사한 점이 있어요. 청소년때 한국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고립감을 느꼈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는 거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게 된 거죠. 행성인도 그렇잖아요. 어떻게 보면 내가 한국은 불가능한 공간이라고 말하는게 노력하는 분들에게 실례 잖아요. 채식하는 커뮤니티도 생겼어요. 맘편하게 채식하고 페미니즘 얘기하고 퀴어 얘기하고. 그 절실함이 조금 덜해진 것 같아요. 불가능한 공간이 아니어진 상황이 기쁘면서도, 미국에 간다는 게 모든 해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찰나에 트럼프가 된거죠. 어쨌든 퀴어 쪽에서 학술적인 부분은 미국이 잘 되어있으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겨울: 앞으로 행성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요?


주원: 앞으로 행성인에 좀 정기적으로 나오고 싶고요. 좀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싶어요. HIV/AIDS인권팀에 관련해서 잘 모르니까 참석도 해보고 싶어요. 지난번에 부모모임도 간다고 했다가 강아지 구조해서 못 갔어요. 부모모임 메세지를 볼 때마다 울어요. 머리로 아는거랑 동영상을 보는거랑 또 다른게 있으니까요.
 
오소리: 그런데 주원씨는 성소수자 관련해서 부모님이랑 틀어진 건 없지 않았나요?


주원: 부모님이랑 성소수자 관련으로 틀어진 건 아니구요. 그냥 사이가 안좋아요. 엄마 아빠가 성소수자적인 면에서는 나름 좋은 편이죠. 내쫓지도 않았고, 전환치료 하라고 데려가지도 않았고. 아빠한테 감사한 면은 그건 있어요. 고등학교 때 아빠한테 커밍아웃 했는데, 제가 대답하기 싫어하니까 아빠가 강남에 트랜스젠더 클럽 운영하시는 분이랑 친해서 자주 만나고, 홍석천씨도 만나보고, 아빠 스스로 나름 노력을 했더라고요. 엄마한테는 커밍아웃 한지 아직 얼마 안되었어요. 그것도 제가 하려고 했는데 아빠가 하시겠다고 해서 엄마한텐 아빠가 해줬어요. 그런 부분은 되게 감사한데. 그런 거랑 별개로 여성혐오 아직 심하시고, 딱히 정치적 보수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위치상 보수인 척하는데 돈이 없어서 보수가 못 되는 그런 위치, 그런 집이에요. 사이가 안 좋은 이유는, 아빠가 언어폭력이 심했었어요. 요즘에는 그걸 알아서 안 하려고 하는거 같긴 한데, 감정, 언어폭력이 심해서, 제가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고 아빠랑 사이 안좋고요. 엄마도 방관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딱히 챙겨주거나 관심이 없어요. 돈 대줬으니 됐다라는 그런 마인드 있잖아요, 표현도 안하고. 가끔씩 그게 너무 서운했던 게 내가 분명히 다른 남자애랑 다른데, 여자에 대한 얘기도 안하고 여자친구 얘기도 안하고, 어떻게 보면 감사한건데, 다른 부모는 그거 관련해서 물어보기라도 할텐데 서운한거야.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엄마는 없고 아빠는....모르겠어요, 이 얘기 하려면 또 한도끝도 없어요. 상담도 아빠땜에 시작한거고, 동생도 되게 힘들어했구요. 부모모임 팜플렛 올려놓고 나오긴 했어요. 한편으로는 가면 되게 민폐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안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섭섭하기도 했고, 복잡해요.
 
청소년팀도 한번가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라틴에서 만난 십년지기 친한 친구가, 라틴 10주년이 됐다고 영상 같이 찍겠냐고 해서 찍어서 보냈는데, 그때도 딱히 활동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공간이었어요. 메세지 보내면서 청소년이란, 난 더이상 청소년이 아니지만, 청소년은 누구나 겪는 시기니까 다르게 생각을 해보는 기회였어요. 관심은 있었는데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활동은 많이 있으니까. 책읽기 꾸준히 하고 싶고 퀴쓰도 다시 나가고 싶고, 그런데 행성인에서 하는게 너무 많아서 다 나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이거 말고도 채식하는데에서 하는 게 있고,  지금 돈도 못벌어서 돈도 벌어야 하니까 조율하는게 힘든 것 같아요. 경제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하고자 하는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요. 학계를 간다는게 두개를 동시에 할수 있는 곳이라 이상적으로 생각해요.  
 
겨울: 얼마 전, 웹진 활동가 편지 말미에 ‘신입회원들이 행성인에 발을 끊지 않을 수 있도록 초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남겨주셨어요. 주원씨에게 관심이란 무엇인가요?

 

주원: 저는 이걸 쓸 때, 이제서야 하는 얘긴데, 웅한테 따로 술마시면서 얘기했었어요. 처음 들어가고 군인이라 계속 못나오고 전역하고 몇번 나갔는데, 너무 뻘쭘한 거예요. 제가 사교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봤는데 아무도 모르는데 뭐 하고 계시고, 그냥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어요. 민중총궐기 때도 그렇고. 인권학교 때는 오소리님만 말걸어주시고. 또 한번 어디 갔었다가 뻘쭘해서 그냥 온적이 있고. 그럴때 사람한테 말 잘거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참 좋거든요. 처음에 와서 어색할수 있는 사람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성인 활동을 하지 말아야지 하려던 찰나에 블로그에 올린 글을 웹진에 올려도 되냐고 오소리님이 연락주셔서 연결이 된 거였거든요. 안그랬으면 행성인 활동 안했을지도 몰라. 제가 말하는 관심이라는 것은 딱히 대단한 것이 아니라 계속 할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할 수도 없는 건데, 처음 들어온 사람이 외부인이란 느낌을 받지 않도록 그런 작용을 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어요.
 
겨울: 이제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려요.


주원: 농담이지만, 저 외로워요. (웃음) 아니에요. 이런거는 좀...


겨울: 아니에요, 좋아요.


주원: 아니, 여기 무슨 애인 찾으러 온 것처럼 보이잖아요.


겨울: 그럴 수도 있죠! (웃음)


주원: 안돼...


겨울: "안돼"도 써드릴께요.


주원: 글쎄요, 제가 얼굴을 자주 비치거나 그런 게 아니고, 와도 가만히 혼자 있는데, 저 친해지면 말 엄청 많이 하거든요. 처음에만 좀 낯을 가리고. 친해지면 활발한거 같으니까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고, 행성인에 소속감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아직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제가 뭘 아직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이걸 유지해야 되지? 이런 생각을 해요. 학교가 아니잖아요. 바쁘면 못나올수 있는 거고, 일 생겨서 못나오고 이러다보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얼굴비추고 해야하는데. 제가 낯설어 하지 않게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