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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벽장문을 깨고, 밝은 내일로!

by 행성인 2017. 1. 25.

용용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 HIV/AIDS인권팀)


 

 

 

안녕하세요, 행성인 회원 여러분!! HIV/AIDS인권팀과 청소년인권팀에서 활동하는 용용이라고 합니다. 근근이 여러 활동에 얼굴도 내비쳤지만, 이렇게 편지로써 인사드리는 건 처음입니다. 행성인에 처음 온 게 재작년 1월쯤 이었으니, 어느새 2년이 지났네요!

 

평소에 알던 친구가 같이 행성인 청소년인권팀 모임에 나가보자고 해서, 처음엔 많이 고민했어요. '할 것도 없는데 한번 가보자.' 는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처음 나갔던 청소년인권팀은 신기하고 이상했습니다. 저 말고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다른 또래 성소수자들이 있었고, 서로 존댓말을 썼던 것이 인상에 남았거든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성소수자인 사실이 드러날까 겁이 났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한 상태였지만, 인권 활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그 사실이 드러날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게이인건 상관 없지만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고요.

 

하지만 활동을 계속 하면서 걱정은 사라져갔어요. 제가 퀴어인 것에 자신감이 생겼고, 저의 삶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먼저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처음 커밍아웃할 땐 두려웠지만, 많은 친구들이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였어요. 더욱 자신감을 얻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었어요. 우선 차세기연(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란 단체를 알게 되었고, 섬돌향린교회에도 나가면서 퀴어 크리스찬으로서 저를 깨달았습니다.

 

이전에 저는 성소수자가 죄인지 아닌지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예수, 성경, 동성애>라는 책을 읽으면서 죄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몇 년동안이었던 고민이 해결되어 너무 행복했던 기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올해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해서 울기도 하고, 퀴어퍼레이드에 깃발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HIV/AIDS인권팀에서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HIV/AIDS에 대해 평소 궁금한 점이 정말 많았는데, 팀에 와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엔 '내가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아마도 매우 끔찍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요? 잘못된 정보들과 수많은 혐오발언 속에서 고통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저에게 행성인 활동은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해준 원동력입니다. 소위 말하는 '벽장게이'였던 저를 '가슴 벅찬 게이'로 만들어줬기 때문이에요! 아직까지도, 주변 성소수자들을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혐오·차별 발언을 듣고 아파하고, 성소수자 기독인들은 종교와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서 그들을 어둠뿐인 벽장 속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문을 깨고 나온 것처럼 말이지요.

 

올해는 더욱 벅찬 활동가가 되고 싶습니다. 목소리도 많이 내고, 퀴어퍼레이드 때 트럭에도 올라가보고 싶어요. 아직은 제 바람이지만요. 일단 쓰고 싶던 활동가 편지를 쓰게 되면서 올해 할일을 하나 이뤘네요

 

 

회원여러분, 작년 한해 바쁘게 달려오시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행성인 20주년을 맞이해서 같이 열심히 달려봅시다. 모든 퀴어들이 벽장문을 깨부수는 그날까지 우리 멈추지 말도록 해요.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