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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성모임 인터뷰

by 행성인 2017. 5. 9.

인터뷰 한 사람: 조나단, 겨울

인터뷰 받은 사람: 박장군, 민해리, 아인



 

겨울: 안녕하세요 웹진팀 겨울이라고 합니다. 세분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장군: 저는 박장군입니다. 행성인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직장인이며, 레즈비언입니다.

민해리: 민해리라고 합니다. 행성인 회원이고 여성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직장인입니다.

아인: 저는 아인이고 저도 행성인 회원이고, 직장인이고, 레즈비언입니다. 여성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겨울: 행성인에는 언제,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어요?

박장군:  저는 2011년 노동자대회날 무지개 깃발을 보고 가서 그 후원 가입서를 쓰고 한 1년 동안은 활동을 거의 안 하다가 2013년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조나단: 1년 쉬었을 때는 뭐 하셨어요?

박장군:  처음 (당시) 동인련에 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 거든요. 쉬었다기 보다는 직접적인 활동을 못했다는게 맞는 것 같아요. 후원회원으로 있었던 거죠.

민해리:  저는 원래 여성인권, 노동권,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았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보니 2013년도에 행성인, 당시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호모포비아 세미나를 하더라고요. 그 세미나를 듣고 상근 활동자가 행성인 내에 어떤 팀들이 있는지 얘기해줘서 그날 바로 노동권팀 활동을 하겠다고 참여의사를 밝혔죠. 그게 시작이었죠.

아인: 저는 2013년도에 여성모임에 처음 참여 하면서 행성인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여성모임을 만드셨는데요. 이전에도 여성모임은 있었지만 현재 운영진이 함께하고나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지금의 여성모임이 시작되게 되었고 그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소개도 간단하게 덧붙여주세요.

여성모임: 원래 있던 여성모임과 지금 여성모임은 성격이 좀 달라요. 이름만 똑같다고 보면 되고요. 전에 있었던 여성모임은 행성인 회원 중심의 여성모임이었거든요. 지금 저희는 처음부터 바로 인권단체로 오기가 조금 부담스럽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편안하게 여성들끼리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2013년도 11월에 처음 만들어졌어요.


 

겨울: 그럼 그 전의 여성모임은 성격이 어땠나요?

여성모임: 그 전 여성 모임은 정기적이진 않았고 1년에 두어 번,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이렇게 행성인 여성 회원들 중심으로 한강에 모여서 치맥 하고 직장다니는 사람은 직장 얘기, 학교 다니는 사람은 학교 얘기하는 그런 모임이었어요.

조나단:  예전에 한번 참가했었는데, 행성인 여성 회원들끼리 최현숙씨가 레즈비언으로 국회의원 도전한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영화 보고 뒷풀이 하고 그랬었어요. 정기적이지는 않았고요.

여성모임: 네, 이름만 유지하고 성격은 달라졌지요.


 

겨울: 여성모임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조나단: 여성모임 소개도요. 지금 대략 몇 명 정도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성모임: 홀수달에 한번 여성모임이 있는데요. SNS랑 행성인 메일링 통해서 홍보를 하고요. 사전 신청을 받는데 비 회원이 60% 정도 돼요. 한번 모임을 하면 대략 40명 가까이 오시는 것 같아요.


 

조나단: 올해 한 활동이나 특별히 기억나는 활동은 뭐가 있었나요? 얼마 전에 한 행동도 괜찮고요. 또 해보고 싶은 활동도 이야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성모임:  보트 포 페미니즘이나 여성의 날 집회에 참여했어요. 늘 행성인 깃발 아래에 있다가 지난주 토요일에 처음 여성 모임 깃발이 나왔는데요. 행성인 깃발과 똑같은데 여성모임이라고 적혀있어요. 깃발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있으니까 확실히 좋았어요. 어떤 분은 트위터에 ‘행성인 여성모임 깃발이 보인다’라고 올리셨더라고요. 또 모리라는 다른 행성인 회원도 페이스북에 ‘여성모임 깃발 데뷔’ 라고 글 남겨주고요. 이제 어디 나가도 여성모임 깃발 보고 찾아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겨울:깃발도 이제 있으신데, 퀴어 퍼레이드 때 부스를 따로 열어보면 어떨까요?

여성모임: 매년 그 생각은 하는데,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다 직장인이라서 일하면서 따로 뭔가를 꾸리기가 힘들더라고요. 항상 생각은 하고있죠.

겨울 아무튼 정말 축하드려요.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민해리: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올해 해보고 싶은 행사를 저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재작년부터 여성혐오가 굉장히 이슈 되었잖아요. 그러다보니 행성인 내 여성모임 안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나눠보고 싶어요. 또 여성인권이나 여성주의 활동에 여성모임 깃발을 들고 회원들과 직접적으로 참여해보는 게 올해 저의 작은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박장군:  저는 사실 올해에는 여성모임 회원들에게 HIV/AIDS에 대해서 알리는 캠페인을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성소수자 하면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게 ‘항문섹스’나 ‘에이즈’ 잖아요. 여성 성소수자로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그 워딩에 공격을 받는 건 아니지만, 같은 성소수자를 향해 하는 공격임에도 정작 레즈비언들은 여기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알리면 좋겠다 싶어요.

그리고 다음주에 하는 3XTFM 상영회가 저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대돼요. 작년 1월에 여성모임에서 트랜스젠더 주제로 토크와 세미나를 했었는데 몇 부치 당사자분들이 트랜스젠더와 부치의 경계에서 고민스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저도 당시에 그 부분에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결이 다른 고민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요.

겨울: 여성 성소수자들에게도 혐오를 드러내는 말들이 생겼는데요. 반동성애 콘서트를 갔을때 임신을 안하니까 자궁암과 유방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때 이야기 나온거는 임신과 출산이 하나님이 여성의 몸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방식인데 레즈비언들은 그게 없으니 아픈 거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드디어 레즈비언들에게도 질병으로 공격하는 뭔가가 생겼나 싶었어요. 만약 어디를 갔는데 동성애 에이즈 유방암 이렇게 있으면 화가 날 것 같았어요.

아인: 올해부터 직접적으로 여성모임 운영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늘어났어요. 고정된 운영진이 모임을 주도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느슨한, 열린 형태의 운영방식입니다. 지금까지는 큰 인권 관련 이슈를 많이 다루다 보니 드나드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적었어요. 올해처럼 운영진을 확충한 형태에서는 회원 개개인의 관심에 맞추어 주제를 정하고, 더 재미있고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회원 간에 결속도 다지면서요.

겨울: 엠티 계획은 없으신가요?

박장군:  작년에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올해는 아직 계획이 없어요. 2년에 한번씩 하게 되네요. 총 두 번 했는데, 재작년에는 안 했어요.

조나단: 올해는 부산 퀴어퍼레이드에서 모이면 되죠! 광안리 아니면 해운대에서요.

여성모임: 와 너무 좋아요.
 

겨울: 현재까지 진행했던 프로그램중에서 제일 좋았던 프로그램과 아쉬웠던 프로그램을 하나씩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아인:저는 '20~40대 수다회'가 제일 좋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일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어요. 보통 어떤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게 끝나면 쉽게 어색해지곤 하잖아요. 그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참여자들간에 테이블을 바꾸어 앉으며 일종의 스피드데이팅 형태로 진행했거든요. 그때 제일 재미있고 흥했었어요. 대부분 초면이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로간에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아쉬웠던 모임은 엠티에요. 제일 좋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컸어요. 원래 엠티 주제가 커뮤니티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40~60대 연령대 레즈비언들의 삶에 대한 토크쇼였는데 일정상 문제로 듣지 못했어요. 그날 어쩌다 가무를 즐기는 분위기가 되어서 무대에 나가 춤추고 노래하고 놀았거든요. 결국 계획했던대로 순서가 진행되지 못하고 나중에 뒷풀이 자리에서 조금씩 담소를 나누는 정도가 되었어요. 그게 제일 아쉬웠어요.

민해리:  저는 요리모임이 제일 좋았어요. 그때는 기존 여성모임 방식과 다르게 미리 조를 나눴어요. 그때 조가 다섯 개 있었나? 그랬었는데, 미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뭘 만들지를 고민하며 준비물도 같이 챙겼어요. 그래서 사전에 어떤 회원들이 오는지도 알게 되고 한번씩 얘기를 나눴으니까 친밀감이 있는 상태에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조별이다 보니까 회원들끼리 다양한 얘기도 하고 서로 요리하면서 친밀감도 생기고 요리도 서로 먹여주면서 사소하지만 친밀한 모임이 되었어요.

아쉬운 모임은 너무 기대를 해서 오히려 그랬는지 모르지만 20-40대 수다회에요. 40대 50대 언니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비중이 좀 차이가 있었거든요. 여러 언니들이 왔으면 그 언니들이 3~40대, 혹은 20대 때 겪었던 고민을 더 상세하고 포괄적으로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박장군:  저는 첫 모임이 가장 좋았어요. <더 월2>이라는 영화를 레즈비언업소에서 큰 전지를 붙여 가지고 거기에 빔 프로젝트 쏴서 보았거든요. 18명이 처음에 왔는데, 같이 영화보고 이야기 했던 게 좋았어요. 그때를 시작으로 사장님과 좋은 인연이 되어서 성소수자 관련 캠페인 같은 게 있으면 적극 도와주세요. 아쉬운 것으로는 매 모임이 아쉬워요. 매번 좀 아쉽지 않아요?


 

겨울: 이번에 여성모임 운영진들이 확대되었다고 들었어요. 확대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효과를 기대하세요?

박장군: 행성인 운영회의를 진행할 때 주제가 한 번 소모임인 적이 있어요. 행성인 내에 소모임이 여러 개가 있어서, 돌아가면서 평가 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여성모임이 참여자 수에 비해서 운영진 수가 적은 것 같다. 더 늘려서 진행하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의견이 있어서 여성모임 워크샵을 통해서 여성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분들에게 제안을 드렸죠. 고정적인 운영진으로서의 참여보다는 관심 있을 때마다 일회성 참여를 해서 운영 하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어요.

아인: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주제에 관련된 정보가 있는 분들이 프로젝트성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모임에 참여만 하는 것을 넘어 운영진의 입장에서 모임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박장군: 저희가 다 직장인이에요. 사실 좀 힘에 부쳐요. 지금은 두 달에 한번 하는데 사실 예전엔 한 달에 한 번 했었거든요. 한 달에 한번 하려면 적어도 2주에 한번 회의를 해야 하고 어떨 때는 일주일에 한번 회의해야 하는데요. 이게 너무 힘에 부쳐서 부랴부랴 준비하다 보면 실수도 좀 많고 실무를 놓칠 때도 많죠. 그래서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어요. 그런 찰나에 운영회의에서 얘기가 나와서 프로젝트 기획단 식으로 모이기로 했어요.

조나단: 어떠세요? 그 이후에 잘 되시는 것 같아요?

아인: 앞서 말씀드린 기획단 형태로 진행하자는 말이 나온 이후의 첫 모임을 곧 가질 예정이에요. 아직 시도하는 단계고 결과물은 없지만 지금까지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박장군:  1년 동안 대부분의 여성모임 행사에 참여하신 분, 여성모임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던 분들, 여성모임에 많이 참여하거나 애정을 가진 분들 위주로 제안을 드렸어요. 운영진 인원이 다양해진다기 보다는, 제안을 드린 분들 위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게 될 것 같아요.


 

겨울:그러면 실무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살짝 대답이 된 거 같은데, 그 외에 힘든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박장군: 직장생활과 활동을 병행한다는 것?

민해리: 저는 재정이요. 사실 모임 할 때마다 운영진들의 사비가 계속 들 수 밖에 없더라고요. 영화모임 같은 경우도 저희가 준비하지만 신청자분들과 똑같이 상영비 1만원씩 내거든요. 그 외에 다과비 같은 부분도 운영진들이 충당하거나 조금씩 지원 받아서 간신히 간신히 하고 있어요. 그런 재정적인 부분들이 모임 할 때마다 늘 힘든 것 같아요. 대관비라든지, 소모품비 그런 것도 좀 어렵고요.

아인: 여성모임의 큰 목적 중 하나가 행성인 소모임으로서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단체를 소개하고 다양한 연대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게 제일 어려웠어요. 언젠가 아이다호 행사를 앞두고 모임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부담 갖지 마시고 잠시 부스만 구경하러 오시라'는 정도로 이야기를 건네어도 한결같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여성모임이 오프라인 모임으로서 처음인 분들이 많았기에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었죠. 모임에 새로운 분이 오시면 앞으로 언젠가는 여성모임 외에도 집회나 기타 연대활동 자리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런 분들이 드물어요. 여성모임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분들이 제 기대에 비해 많지 않고, 드나드는 수가 많아요. 우리와 함께 걸어갈 분들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겨울: 여성모임에서 정의하는 여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박장군: 2014년도에 MTF분이 신청을 했는데, 처음으로 우리가 여성이라는, 여성모임의 참여 기준을 어디까지 둬야할 것인지를 고민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게이 남성을 제외하고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민해리: 저는 시스젠더다, 트랜스젠더다, 이런 걸 떠나서 자기 스스로가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열려있는 곳이 여성모임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인: 저는 처음부터 MTF든 FTM이든 여성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거칠게 표현을 하자면, 여성이거나 여성으로 여겨졌거나 여성과의 접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언젠가는 더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참여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겨울: 안에 각각 성 정체성 비율 정도는 어떻게 되나요?

민해리: 저희는 모이면 먼저 성적 지향을 물어보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파악하기가 힘든 거 같아요. 예전에는 다 물어보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되기도 해서 먼저 물어보지 않으니 잘 모르게 되더라고요.


 

겨울: 활동하면서 보면 여성모임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 많으니 인권 감수성이나 나이가 다를 때의 예의 등에 있어서 행동이나 마인드에 편차가 있잖아요. 행성인 내 소모임으로서 평등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실무진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이 있나요?

아인: 저희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라서 고민이 많아요. 나이주의에 따른 위계도 있을 수 있고, 소모임 성격상 친근하게 오갈 수 있는 말 중에 서로 배려하지 못하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를 대비하는 장치로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약속'을 모임 시작하며 읽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이 질문을 받았네요.

박장군: 워크샵을 하면서 인원 충원 뿐 아니라 여성모임이 그동안 해왔던 것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평가도 받는데, 나이 뿐 아니라 학벌, 성적 지향 가지고도 문제가 되었던 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그것 외에도 불필요한 질문들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피드백을 받은 후 평등한 약속에 여성모임 특성에 맞는 것을 추가해서 모임 전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공유를 하고 모임을 하려고 해요.


 

겨울: 커플이 많이 탄생하는 소모임으로 알고 있는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장군:  네 커플인가 다섯 커플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권 단체에서 모인 사람들이니 인권 감수성도 어느정도 있고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많이들 오시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이 커플이 되면 더 이상 안 나오시는 게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요.

겨울: 저도 한번 나왔는데 스캔당 하고 그랬던 걸 느꼈었어요. ‘다들 잘 차려 입고 왔어’ 하고 느낀 적 있어요.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 이거 어떡하지 나 이렇게 안 팔리지 않는데, 무서워’ 이러면서 안 나간 적도 있어요.

아인: 그 시선을 즐기시면 됩니다.


 

겨울: 전에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행성인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다음 스텝을 어떻게 가져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러려면 소속감을 가지고 오래 활동하는 소모임원들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 상태는 그 다음 스텝을 나갈 수 있는 단계라고 보시나요? 아니라면 그렇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혹은 행성인 내에서 그 스텝을 책임질 구조를 (회원 교육 등) 가져가고 여성모임은 현재 모임 스탠스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도 궁금해요.

박장군: 이게 제일 어렵다.

민해리:  여성모임 나오는 여성들 보면 20대에서 30대 후반이 제일 많아요. 그들이 여기서 바라는 것, 혹은 얻고자 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뒷풀이 하다 보면 자기가 파트너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동거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라든지, 이런 실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행성인에서도 가족 구성권과 함께 파트너로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유입되는 게 좀 더 많지 않을까 하거든요. 꼭 회원 중심의 모임뿐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들이 필요한 주제에 관련해서 행성인주최로  세미나를 상반기 하반기에 나눠서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겨울: 여성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주제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에이즈 외에 또 뭐가 있으신지 그게 궁금해요.

아인: 성소수자 인권 관련 기본적인 개념들, 한국 LGBT 운동의 현 상황이나 역사 같은 거요. 기존 행성인 회원들은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여러 개념을 습득하게 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오신 분들은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죠. 그게 재미없을 수 있으니까. 결국 재미보다 스스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이를 유도하는 게 여성모임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박장군: 처음에 문턱을 낮추려고 여성모임이 흥미 위주로 요리, 영화 그런 걸로 구성되었더니, 인권 관련된 부분이 빠져버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 니즈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인권 주제로 모임을 해봤더니 또 너무 흥미 위주의 부분이 빠진 것 같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거기에 맞는 분들은 오기 마련인데 여기의 중간지점이 어딘지 확실히 못 찾은 것 같아요.

저도 후원 회원 하다가 활동회원이 된 것처럼 그분들에게도 어쩌면 그런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성모임에서 모임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집에 돌아갈 때 생각해 볼 메세지를 하나라도 남겨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뭔지 아직 확실하게는 캐치를 못 한 것 같고, 그 자체가 답이 없고 어려운  것이라 잘 못 찾고 있어요. 항상 고민이에요.


 

겨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박장군: 지금 했던 고민들을 풀어가는 거요. 
 

겨울: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겨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성모임: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 많이 오니까 여성모임 잘 된다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준비하면서도 끝나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거든요. 그래도 또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