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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성매매와 '에이즈’

by 행성인 2017. 12. 9.

편집자 주
HIV/AIDS 인권주간을 맞아 11월 30일 진행한 토론회 <그녀들의 이야기- 여성이 말하는 HIV/AIDS> 발제문을 웹진에 공유합니다.


유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성매매와 '에이즈' 보도

언론은 올해 5월 창원에서 HIV/AIDS 확진을 받은 여성이 성산업 종사여성이라는 기사(추후 당사자 여성이 자신은 성산업 종사여성이 아니라고 정정하였다.)에 이어 10월에는 용인의 십대 여성이 조건만남 과정에서 HIV/AIDS에 감염되었다는 기사, 부산의 HIV/AIDS 확진 여성이 성판매를 했다는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HIV/AIDS 여성감염인은 없는 존재처럼 취급되지만, 성매매와 연결되는 순간 그 존재감이 폭발한다. 한 번의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이 1% 미만에 불과하고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은 성매매여성괴담에 묻혀 버린다. '돈을 주고 에이즈를 샀'다느니, 여성이 몇 년 전에는 티켓다방에서도 일했다느니 겁에 질린 기사들이 난무한다.

 

저런 폭발적인 반응이 의아하기만 하다.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매개 질환 감염 및 임신 관련 상담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의 주된 지원내용 중 하나다. 성매매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HPV바이러스 감염, 염증, 자궁경부암, 오랜 기간의 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에는 그 어떤 언론도, 구매자도, 업주도, 관심 갖지 않았다. 성판매 경험 여성들의 높은 신경정신과 약물 복용률과 심리건강상태는 어떠한가? 언론기사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연구를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저 기사와 반응들이 참 생뚱맞다. 콘돔을 안 끼면 성병에 감염될 확률이 높단 사실을 언제는 몰랐단 말인가?  HIV/AIDS에 대한 공포를 확산하고 감염인 관리를 촉구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성판매 여성이 활용되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근래 언론의 ‘에이즈’ 보도가 국가에게는 감염인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경고의 서막이라면, 성산업 종사 여성들에게는 HIV/AIDS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국가나 연구자들은 성판매 여성을 HIV/AIDS 고위험군이라 말하지만 생각보다 성산업에서 HIV/AIDS 감염은 그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사고'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접하며 HIV/AIDS라는 '사고'는 우리에게도 가능한 일이 되었다. 성산업 종사여성들은 남성이 콘돔을 안 껴도 받아주는 노콘 여성을 비난하며 이들 때문에 저런 일이 생긴다고 다시 거리를 두거나, 진짜 원인은 우리가 아니라 '게이'들인데 우리가 만만해서 성매매랑 엮어 보도한다는 음모를 제기하거나, 콘돔 안끼려는 진상 남자들에게 콘돔을 끼울 수 있는 괜찮은 전략으로 지금의 상황을 활용하는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불안과 함께)  HIV/AIDS에 대해 발화한다.

 

부산에서 현재 구속수감 중인 여성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피의자 신분일지라도 신뢰관계인동석이 필수이지만 경찰은 단속 후 조사과정에서 신뢰관계인으로 여성의 부모를 불렀다. 여성에게 지지가 될만한 사회적 자원을 모색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부산의 상담소는 직접 면회신청을 하여 여성을 만났고, 부모를 만났고, 여성의 요청에 따라 변호인을 다시 선임했다.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이 보이는 남자친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하는 중이다.

 

용인 사건의 경우 조건만남 과정에 알선자가 있었고, 십대 여성이었으며, 알선자는 여성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구매자들에게 홍보했다. 두 사건에는 HIV/AIDS와 성매매 뿐 아니라 많은 조건들이 교차한다. 본 발제문에서는 이렇게 여성들의 삶을 교차하는 여러 사회적 조건들 중 성산업이라는 맥락에 집중하여 HIV/AIDS를 둘러싼 국가 관리 체계, 안전한/하지 않은 성관계와 성매매, 성판매자 대상 HIV/AIDS 예방교육애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국가의 여성 몸 관리를 통한 HIV/AIDS 관리

성산업 조사 여성들이 HIV/AIDS를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해 온 것과 별개로 국가는 이들과 HIV/AIDS를 이미 연결시켜 관리하고 있다. 성매개감염병 및 후천성면역결핍증 건강진단규칙에 따르면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 6조 제 2항 제1호에 따른 영업소의 여성종업원[각주:1],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2조 제1항에 따른 유흥접객원[각주:2],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 6조에 따른 안마시술소[각주:3]의 여성종업원은 HIV검사를 6개월마다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유흥접객원과 안마시술소 여성종업원은 매독검사와 그 밖의 성매개 감염병 검사를 3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이 법의 특이점은 검사대상이 모두 '여성' 종업원이라는 점이다. 항목에 열거되어 있는 직군들은 성산업의 특정 업종을 반영한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 6조 제 2항 제1호에 따른 영업소는 티켓다방,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22조 제1항에 따른 유흥접객원은 1종 유흥주점,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 6조에 따른 안마시술소의 여성종업원은 마사지업종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 춤을 추거나 술을 접대하는 일을 하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건만 왜인지 매독, HIV/AIDS 검사가 포함되어 있는 건강검진을 해 보건소에 제출해야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티켓다방은 음료를 배달하는 다방인데 왜인지 성병 검사를 해야 한다. 안마시술소는 안마를 하는 공간이건만 성병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들 업종에서 성매매가 알선된다는 사실을 국가는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의 몸을 관리한다.

 

11월 15일에 있었던 <HIV/성매개 감염병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의 지정토론인으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구리남양주시 지부장'이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술을 따른다고, 차를 배달한다고, 안마를 한다고 성매개 전염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국가는 남성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종사자 여성들의 몸을 관리할 뿐 이들 '일'의 성차별적인 성격과 성매매는 방조한다.

 

한국은 성매매 불법국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조·관리국가에 가깝다. 법적인 의무만 아닐 뿐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역시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성병검사를 주기적으로 '요청'받는다. 어쨌든 법적으로 성매매는 불법이기에 성병검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보건소에서는 주기적으로 성병키트를 돌린다.[각주:4] 청량리는 폐쇄 전까지 매주 한 번씩 보건소의 집결지 담당자가 성병키트를 돌리고 진단했다. 법에 의해 받아야 하는 검사와 암묵적으로 진행되는 검사 양쪽 다 바이러스가 검출된다고 해서 검사를 한 기관이 이에 대해 설명, 치료해주지는 않는다.

 

흔히 유흥업소 종사자의 건강검진은 '보건증'으로 대표되는데 대형 업소에는 '보건증 이모'가 방문하기도 한다. 가림막 하나 쳐 놓고 검사는 진행된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비밀이라고는 하나 보건소에 기록이 남는 건강검진을 계속 피해 다니기도 한다. 검사할 때가 되면 업소를 옮기거나 아예 불법이기 때문에(1종 유흥주점만 종사자를 둘 수 있다) 보건증도 필요 없는 단란주점, 노래방에 보도방을 타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 1종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당시 3개월에 한 번 있던 건강검진에 질려 지금도 피를 뽑으려 할 때면 혈관이 숨어버린다고 한다. 국가의 유흥업소 종사자 성병관리 정책은 통제중심의 '여성'관리정책에 불과하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건강은 안중에 없다. 국가는 여성들을 성매개 전염병의 매개체로 간주하고 관리한다.


‘노콘’과 성매매

"우리는 낄려고 애를 쓰고, 쟤들은 뺄려고 발악을 하지."
"그 에이즈 기사 못 봤냐고 끼고 하자고 해도 자기는 이미 다 늙어서 맘껏 하다 죽을 거라고 절대 안껴." <이룸이 만난 여성들의 콘돔에 대한 이야기 중>

 

성판매 여성들은 콘돔을 끼지 않는 상황에서 주로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성매매과정에서의 콘돔착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를 여성의 안전불감증을 탓하는 언사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성산업 종사 여성들의 커뮤니티에서 역시 노콘을 승인하는 '여성'에 대한 비난이 강하다. 노콘을 누가 받아주면 노콘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구매자는 다른 여성에게도 노콘을 당연하게 요구한다는 이유로 노콘을 받아주는 여성은 비난받는다. 그러나 콘돔착용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힘의 문제다. 여성에게 자원이 없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콘돔착용은 첫 번째로 탈락하는 조건이다. 나이, 장애, 지역, 경제적 상황에 따라 콘돔착용이라는 조건은 사라진다. 이를 노리고 취약한 여성들만 만나는 남성들도 있다.

 

돈 때문에 팔려간다는 말을 하면 쌍팔년도 얘기한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돈 때문에 이 일을 하고 돈 때문에 취약하다. 성산업과 일수/사채업은 떨어질 기색이 없다. 뉴페이스를 선호하는 구매자들과 성판매자를 향한 깊은 낙인은 여성들을 떠돌아다니게 만든다. 지역을 이동할 때면 여성들에게는 숙식을 위한 목돈이 필요하다. 이를 공략한 '방일수'는 계속해서 활개를 치는 대부상품이다. 업소종사자를 모집하는 온라인 광고에는 '숙식지원''성형지원'이 적혀있지만 성산업에서 '지원'은 '대출가능'과 동일하다.

 

십대 여성들은 대부분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조건만남을 한다. 위의 기사에서 보듯 알선자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알선자 유무와 별개로 성매매과정에서의 콘돔착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성들은 '어린 여성'을 선호하고 '어린 여성'의 취약함을 이용한다. 물리적인 체력 차이 뿐 아니라 성판매를 하는 십대 여성들이 어디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쉽게 콘돔 요구를 무시한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40-50대 성판매 여성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남성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이주 여성일 경우, 장애가 있을 경우 등 협상력에 취약할 조건들이 교차하는 순간 콘돔착용은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이 교차하기 이전에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이 없는 사람을, 남성이 여성을, 권력자가 사회적 약자를 산다. ‘성매매’로 일컬어 성구매와 성판매 행위가 동일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이 두 행위는 전혀 다른 행위이다. 성판매 여성에게 ‘안전’은 확보해야 할 영역이지만 성구매 남성에게 ‘안전’은 확보가 필요 없는 영역이다. 이러한 권력관계를 고려하여 성판매 여성과 HIV/AIDS 이슈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개입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성산업종사여성을 위한 에이즈예방교육에 대한 고민

2005년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막달레나의 집 현장상담센터]는 「성산업 종사여성을 위한 HIV/AIDS 예방교육 매뉴얼」을 발간했다. 성매매 현장에서의 HIV/AIDS에 초점을 두고 실제 개입 방식을 모색한 국내의 유일한 책자이다. 대한에이즈 예방협회는 발간사에  ‘3년 째 성산업 관련 에이즈 예방교육을 업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거나 ‘위생교육 시간에 진행’했다고 적는다. 막달레나의 집과 해당 자료집을 발간한 목표는 '에이즈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홍보전략을 찾는 것이다. 막달레나의 집 현장상담센터는 ‘실제로 여성들에게 에이즈는 익숙한 질병이 아니고’ ‘유병률의 의미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여성들이 HIV/ AIDS에 대해 ‘막연하고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자체로도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성산업의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HIV/AIDS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건 어떤 의미를 띄고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위에서 살펴봤듯이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성산업에서의 성매개 전염병 예방이 불가능하다. 이미 여성들 스스로가 성매매과정에서의 피임을 개별 책임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교육은 되려 HIV/AIDS에 감염된 여성을 자기 건강도 못 지키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 쉽다.  HIV/AIDS가 다른 세상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라는 점을 교육하는 게 목적이라면 꼭 이러한 교육이 성산업의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우선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성매개질환에 대한 성교육,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에 대한 성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성산업의 여성들에게 지금 한국 사회가 마련해주지 않는 제대로 된 성교육과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산업을 가능하게 하고, 유지시키는 권력관계에는 문제제기 하지 않고 성매매 과정에서의 HIV/AIDS감염을 비롯한 건강과 안전 문제에만 천착했을 때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성산업에서의 취약한 여성들은 계속 노콘을 요구하는 구매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책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성매매와 여성건강권, 성매매와 안전

성판매여성의 HIV/AIDS는 성매매와 여성건강권, 성매매와 안전의 연장선에서 고려해 마땅하다. ‘성매매에서 안전한 성관계는 가능할까?’ 라는 질문은 ‘성매매는 안전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2015년 여성주의 시각예술단체 '언니모자'는 미아리에서 '성노동자를 보호하는 여성주의적 성매매'에 대한 전시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노동자가 좋은 환경에서 쾌적하게 일할 권리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성노동자에게 쾌적한 노동환경을 상상, 제시한다.[각주:5]

 

'“나는 성노동자가 거부할 시 즉시 요구를 중단한다. 나는 성노동자에게 존대말을 사용한다. 나는 성노동자를 무단 촬영하지 않는다….” 와 같은 ‘성매수자 선서’ 11개 항목을 소리내 읽고 도검 및 총기류, 금속물질을 가졌는지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특별서비스 ‘콘돔 미착용’일 경우 1000만원이다. 경비요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들어간 성노동자의 방은 분홍빛 벽지와 아기자기한 가구로 가득하다. 방에는 성노동자가 편히 쉴 수 있는 푹신한 소파와 부드러운 카펫, 비상벨과 상담전화번호, 방독면과 소화기도 준비돼 있다. 성노동자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한 성매수자는 즉시 퇴장당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폭력적으로 제압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문구가 벽에 붙었다.'

 

상상일 뿐이다. 만약 콘돔 미착용일 경우 벌금 1천만 원을 내야 한다면, 구매자들은 그럴 필요 없는 성판매자를 찾아갈 것이다. 성산업에는 언제든 콘돔착용이라는 조건을 버려도 '괜찮은' 성판매자가 있을 것이다. 그 여성이 왜 콘돔 없이도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은 채 구매자들은 충분히 노콘 섹스를 할 수 있다. 다른 조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룸은 2012년 '성매매 여성, 안전을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성판매 경험 여성이 겪은 위험한 상황들과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개개인의 안전지침을 수합, 분석하고 호주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출장 성노동자 안전지침을 소개한다.[각주:6]  그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3) 당신이 집에 가서 성구매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먼저 그 집 주위를 차로 둘러봐라.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게 없는지를 체크하라.....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전화로.. 취소해라.
4) 일하러 갈 때 현금이나 신분증을 가지고 가지 마라.
5) 성구매자를 미팅할 때 처음 10분 동안은 당신의 권리를 행사해라... 성구매자가 갑작스럽게 변했을 때조차 정중하고 친근하게 대해라. 그것이 종종 통제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7) 성구매자에게 당신이 어떤 서비스에서도 항상 콘돔을 사용한다고 설명해라.
11) 집안의 모든 것을 무심한척하면서 꼼꼼히 살펴라....항상 조심해라.
13) '싫다'고 말하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
17) 칼과 총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이것들은 너에게 사용될 수도 있다.
18) 문 근처에 너의 소지품을 놔둬라. 네가 빨리 도망칠 때 필요하다면 그것을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
10) 콘돔을 입으로 씌우는 것은 손님이 콘돔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을 때 유용하다. 이것은 흥분시킬 수 있다.‘

 

성노동자가 스스로 구매자를 만나기 전 사방의 위험성을 '꼼꼼히' 살피고, 콘돔을 원치 않는 구매자를 어르고 달래거나, 안 될 경우 빠르게 도망쳐야 하는 안전지침의 내용은 오히려 성노동자가 현장에서 구가할 수 있는 안전의 범위와 그 방책의 협소함을 반증한다.

 

HIV/AIDS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경로로 감염되기 쉽다면 안전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성산업의 여성들은 감염되기 쉬운 위치일 테다. HIV/AIDS를 포함한 성매개 질환을 예방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안전을 구가하기 어려운 성매매 현장이지만) 조금이라도 여성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활동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 정확하고 풍부한 여성주의적 성교육을 통해 HIV/AIDS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감염인 관리 중심의 국가관리체계를 변화시키는 흐름에 연대하고자 한다. 이룸은 성판매자를 범죄화하지 않는 법정책을 추진하고, 안전을 위한 당사자들 간의 정보공유와 네트워킹이 계속 되도록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다.

 

더불어 여성들의 안전이 개별화되지 않으려면 성산업의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의 원인이 개인들의 의식부족이 아니라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짚고 싶다. 여성의 안전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종종 그 과정을 통해 남성성을 확인하고 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성구매를 하는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사이의 권력관계에 대한 질문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1. 제6조(청소년고용금지업소의 범위) ② 법 제2조제5호나목3)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영업을 말한다. 1. 휴게음식점영업으로서 주로 차 종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 중 종업원에게 영업장을 벗어나 차 종류 등을 배달·판매하게 하면서 소요 시간에 따라 대가를 받게 하거나 이를 조장 또는 묵인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영업 [본문으로]
  2. 제22조(유흥종사자의 범위) ① 제21조제8호라목에서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 [본문으로]
  3. 제6조는 안마시술소의 시설기준에 대한 내용임. 여성종업원은 법령에 별도로 적혀있지 않음. [본문으로]
  4. 티비조선 보도에 따르면 미아리에서는 이러한 성병검사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매매 불법화, ‘음성화’로 정기적인 필수검진이 사라진 집결지가 성병감염률이 높아지는 주 원인이라 보도한다.(2017.4.29.,'성매매 불법이라 방치'…3년새 성병 발생 1.7배 증가,차순우기자) 그러나 ‘성노동자로서, 성판매 여성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에이즈 강제 검진’은 그 자체로 거부해야 한다. 왜냐하면 강제 검진은 항상 국가가 ‘감염되지 않은/대다수의/선량한 국민’의 건강권을 ‘감염된/소수의/문제있는자’의 인권보다 우선 배치할 때 시행되기 때문이다.’(189쪽, “엮어서 다시 생각하기: 동성애, 성매매, 에이즈”, 한채윤, 「성의정치 성의권리」, 2012.12.26.) [본문으로]
  5. “우리 사회에 묻는다, 성노동자 보호하는 ‘여성주의적 성매매’는 불가능하냐고”, 김여란기자, 경향신문, 2015.10.20. [본문으로]
  6. ‘출장 성노동자를 위한 안전수칙’, RhED(Resourcing health & Education in the Sex Industry), 「성매매 여성, 안전을 말할 수 있는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201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