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동성애자인권연대는 9월 중순부터 말까지 용산참사 유가족, 구속자 지원을 위한 모금 및 추석맞이 용산참사 유가족 및 수배 활동가와 성소수자들의 만남을 '종로, 용산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모금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 용산 참사 현장과 명동성당에서 각각 유가족분들과 대책위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모금액은 446,000원이며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대책위)'에 전달했습니다. 동참해 주신 성소수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월 2일 추석 연휴 날이었다.

전날, 추석연휴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기뻐 너무나도 신나게 논 나머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조금 버거웠다. 그래도, 오늘은 추석연휴의 시작이고, 추석연휴도 알찬 활동을 많이 하기 위하여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전에 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다른 청소년 친구와 먼저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프로그램 시작시간의 40분전에 신용산역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친구가 사정이 생겨 약속시간에 늦어질 것 같아, 신용산역에서 병권이형을 만나 먼저 용산 참사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여기 저기 붙어있는 현수막들이 그 당시의 참사 모습을 나타내는 듯, 애처로이 매달려있었다. 그렇게 참혹한 참사 현장을 살펴보며 기다리고 있을 무렵, 사람들이 속속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친구사이의 몇몇 분들과 동인련 활동가 나라누나와 욜형, 그리고 동인련 청소년 활동가 천공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현장에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장의 상태는 심각했다. 곳곳의 유리창이 깨짐은 물론이고,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층은 마치, 그것을 보고 있는 안타까운 우리의 마음을 대신하듯 어두움이 가득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안내에 따라서 처참히 공격당하고 붕괴된 참사현장을 쭉 돌아보았다. 반쯤 무너진 건물, 그 옆에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여러 식당들과 가게들이 초조히 자신들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용산 참사 유가족분들이 현재 모두 모여서 사는 건물 위층에는 용역들이 거주하며 감시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용역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를 지켜주고, 악을 벌해야 하는 경찰들은 용산 참사 유가족분들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경찰이 우리를 억압하려든다는 사실이 조금은 억울하고,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우리들은 처참한 현장을 둘러보고, 참사 현장에서 돌아가신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소속 분들과, 세입자 분들이 사진으로 남아있는 쓸쓸한 분향실에서 절을 올렸다. 그 다음에는 간소하지만 동인련에서 참사 유가족 분들을 위해 모은 기부금을 전해 드리며 유가족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우리는 유가족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유가족 여러분들을 보면서 ‘희망이 있는 한, 밝게 웃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곤 유가족 중 한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힘내세요.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힘내주세요.”

대답은 조용한 끄덕임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떠한 다른 대답보다 확실한 대답을 듣고 나서야 웃을 수 있었다. 어찌나, 인정도 좋으신지 우리에게 떡과 식혜를 대접해 주셨는데, 살얼음이 동동 떠있던, 우리의 땀을 식혀준 그 식혜의 맛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그 후 우리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린 채 명동 성당으로 향하였다. 명동 성당을 먼발치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가까이서보니 그 규모가 얼마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성당을 지나쳐 그 옆 지하에 영안실로 들어가자 몇 명의 용산 참사 관련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단체의 ○○○분과 ○○○분) 순천향병원에서의 발한자국 움직일 수 없었던 감옥보다 심한 감시를 받았던 시간들, 그리고 명동성당으로 오기까지의 시간들과, 현재 명동성당에서의 생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도 가졌다.(솔직히 나는 이야기할 때 집중을 안 해서 그런지, 이해를 잘 못해서 그런지 그 당시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킁 죄송합니다.) 그 질문들 중에서 ‘종로, 용산을 만나다’라는 슬로건과 맞는 질문이 있었는데, “종로도 제2의 인사동을 만든다고 개발 구역으로 정해져 성소수자들의 갈 곳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 이였다. 이 문제는 나 또한 걱정이 되었었던 문제였는데, ‘사실상 종로는 게이바도 밀집되어있고, 여러 성소수자들의 밀집지역인데 정말로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막연한 걱정 이였는데, 그 걱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정도 나의 막연하기만 하던 걱정이 조금씩 갈피를 잡기 시작하였다. 물론, 나의 , 그리고 모두의 걱정에 대한 해답은 아니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면 좋겠다는 조언 이였을 뿐, 그 해답은 결국 우리가 찾는 것이니까.


그렇게 정식적인 ‘종로, 용산을 만나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친구사이 회원 분들은 친구사이의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헤어졌고, 동인련 회원들과 나는 명동성당 주변의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후, 종로로 가서는 조금 다른 종류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나는 이번 ‘종로, 용산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다시 한 번 활동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내가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던 유가족 분들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들의 쉼터와 공간을 위하여 나는 노력하고 투쟁할 것이다. 유가족 분들의 조금 더 나은 삶, 고통 받고 있을 오늘의 보상을 위하여 비록 작은 한 청소년의 외침이지만, 이렇게 글을 써본다.





평인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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