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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병권의 성북동 무지개

[6월호] 동인련 처음으로 ‘상’을 받다.

by 행성인 2008. 6. 24.

 

 

카노스와의 인연

지난 6월 21일(토)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카노스) 7주년 후원의 밤이 열렸습니다. 에이즈 감염인(PL) 자조모임인 카노스와 동인련은 3년 전 법정전염병 대응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에이즈 쟁점에 함께 연대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인련은 늘 ’연대‘를 강조하며 활동을 하고 있지만 카노스 구성원을 비롯 PL분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그저 ’연대‘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퇴치’의 대상이고, ‘광우병 보다 무서운 에이즈’라는 표현으로 에이즈라는 질병이 편견을 가지고 세상에 드러나기에 에이즈 감염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말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이즈 감염인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이 동성애자인 경우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일부 보여지듯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차별 또한 에이즈 감염인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동인련은 ‘에이즈 예방보다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물론 예방도 중요하지만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장되는 사회와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장되는 사회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인련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와 함께 활동하면서 카노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카노스의 여러 감염인들과 함께하면서 에이즈 문제를 보다 깊게 바라볼 수 있고 당사자들과 함께 운동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 연대하며 활동을 할 때에는 에이즈 문제와 관련된 토론회, 간담회를 알리는 웹 홍보물을 동인련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조차 힘들었습니다. 동인련 사무국장이 단체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고 송년의 밤에 가서 ‘연대 발언’을 하기까지 일 년이 걸렸으니까요. 서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신뢰를 쌓고 믿음을 갖기까지 그만큼의 힘든 시간이 걸린 건 아닐까요. 그 이후 서로 에이즈 문제에 대해 논쟁하고 토론하고 활동을 해왔습니다. 감염인들에게 죽음과 같은 한미FTA반대 투쟁을 비롯해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에 맞선 싸움, 에이즈예방법 대응 활동, 인권운동 내, 외부를 아우르는 간담회 및 캠페인, 감염인 인권 보장 및 차별인식을 위한 거리 캠페인,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포하고 에이즈 감염인 인권 주간을 설정해 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힘에 의지하기 보다는 서로의 활동을 도닥여주고 고민을 나누고 함께 술을 마시며 즐겁게 웃기도하고 함께 슬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관계가 더 두터워 진 것은 아닐까 돌아봅니다.

 

 

동인련 문 앞에 핀 꽃과 누아상

동인련 대문을 열면 작은 화단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피어있습니다. 이 꽃은 구세군 활동을 하면서 카노스를 알게 되고 에이즈 감염인들과 함께 활동했던 비감염인 여성인 故 공영미님이 작년 봄에 심어준 꽃입니다. 지금 동인련이 자리를 틀고 있는 성북동 사무실을 소개시켜준 분이고 동인련 사무실에서 함께 에이즈 감염인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함께 거리 캠페인, 집회를 함께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게도 작년 사고로 하늘로 먼저 간 분입니다. 그래서 카노스에서는 먼저 하늘로 간 공영미님을 기억하기 위해 생전 운영했던 조그마한 공방이름을 따서 ‘누아’라는 이름으로 'HIV/AIDS 감염인 인권부분'과 '감염인 지원부분' 두 개의 상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 두 개의 상 중 동인련은 HIV/AIDS 감염인 인권부분 첫 회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 회 수상자로 선정해 줘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 상은 잘해서 준 상이 아니라 그동안 감염인들과 함께 울고 웃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함께 싸워서 준 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동인련이 에이즈 문제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 당사자도 아니면서 나서는 것은 아니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동성애자,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받는 편견과 차별과 에이즈 감염인들이 받는 편견과 차별이 다르지 않기에 그리고 그 억압과 편견의 사슬을 끊어야 진정한 평등 세상이 오는 것이기에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고민을 나누고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라고 소감을 말하고 후원의 밤에 함께한 동인련 회원들에게 상패와 꽃을 돌리며 자축했습니다. 10년 만에 처음 받은 상이니 조금 좋아해도 되겠죠?

 

상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정성과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귀하께서는 HIV/AIDS 감염인들을 위해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 패는 故 공영미씨의 뜻을 기리며, 헌신적으로 HIV/AIDS 감염인을 위해 노력하신 귀하께 드리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그 동안의 공로와 노력이 이 패로 보답하지는 못하겠지만, 카노스 회원들의 감사함의 뜻을 모아 이 패에 담아 드립니다.”

뜻 깊은 상을 주셔서 오히려 카노스 회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활동, 의미있는 활동에 함께하겠습니다.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