랏쏘(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행성인에서 자칭 상습 노쇼범을 맡고 있는 랏쏘라고 합니다. 의도적 노쇼는 아닙니다. 벌써 4년 가까이 저녁에 시작되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좋은 인생이자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성인이네요.

 

프라이드 먼스를 맞아 <레즈비언 팩토리> 공동체 상영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니요, 지각 안 했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15분 거리였거든요. 다큐멘터리는 꽤나 혼란스럽고 즐거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만에서 일하던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의 급료 지급을 위한 투쟁을 다룬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7쌍이나 되는 레즈비언 커플들의 사랑이야기이죠. 여러분에게 사랑이란 뭔가요? 돈보다 소중한가요? 아니면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버팀목인가요? 저는 레즈비언 팩토리에 있던 커플들에게 사랑이란 뭘까 궁금했습니다. ‘우연히’ 14명의 레즈비언들이 한 공장에 모여 서로 사이 좋게 눈이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진정한 사랑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타지에서 외로움을 견디게 해준 존재였을까요?

 

저의 질문이 호모포비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LGBTQ+ 공동체에게 있어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죠?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무엇을 향해 나아갈까요? 입법제정? 정신적 지지? 애초에 왜 함께 있어야 할까요?

 

저는 정치외교학과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잘리기 직전입니다.) 그리고 4년의 시간동안 배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돈의 힘입니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살 수 있습니다. 행복뿐인가요? 생명, 죽음마저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무섭지만 우리는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돈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매일이 걱정이고 매일이 힘들어요. 내일 당장 해고되고 코인 떡락 할 수 있습니다. 그때 옆을 보세요. 웬 멍청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츄르 달라고 시끄럽게 울어 댑니다. 속으로는 한숨이 잔뜩 나와도 결국에는 몸을 일으켜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내가 무너지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해요. 서로 친한 척도 하고 억지로 어색하게 날씨 얘기라도 해야 해요.

 

저에게 있어 행성인은 그런 존재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상영회 참석이자 퀴어퍼레이드 지지였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오랜만에 사람들과 단체로 모여 대화할 기회였죠.(전 친구가 없거든요)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모이고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해요. 어려워도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그냥 같이 담배 한 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날씨가 덥네요하면 돼요. 그렇게 10분, 1시간 얘기하다 보면 가끔 힘들 때, 이름도 기억 안나는 그 사람 얼굴이 생각날 거예요.

 

레즈비언 팩토리의 커플들도 이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들은 하나로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상황은 힘들고 사람들은 무시했지만 기댈 등이 서로에게 있었습니다.

 

 

 

 

 

 

 

5년뒤, 충격적이게도 모두가 헤어졌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상황이라 할 순 없죠. 하지만 여러분, 모든 탄생과 창작은 파괴에서 시작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은 존재하지 않아요. 기존의 것들에서 영감을 얻고 분해해서, 다른 형태의 창작물을 만드는 겁니다. 레즈비언 팩토리의 노동자들도 결국은 다른 공장으로, 나라로 흩어졌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은 불안해요. 그 불안은 인생의 유한함에서 오는 조급함 이죠. 내 나이가 벌써혹은 앞으로는 어떻게같은 생각이 많이 들 수 있어요. 그럴 땐 우리의 색깔대로 살기로 해요. 퀴어하게요! 이상하고 색다르게! 돈 벌려고 대만 공장에 왔는데 여자가 날 사랑한다? 사랑해요! 24살인데 자격증 하나도 없고 학점은 3점이 안된다? 아빠! 나 오늘부터 길에서 살래요! 괜찮아요.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바로 그때가 우리의 색이 강해질 때 에요. 누가 알아요? 작은 동전만 잔뜩 든 상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까보니 엄청난 돈 다발이 들어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 함께 매일을 알록달록한 하루를 보내요. 그리고 가끔가끔 모여서 서로의 변한 색을 지지해주면 돼요.

 

요약: 행성인과 함께 해 즐거운 하루였다. <레즈비언 팩토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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