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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성소수자 노동자 ④] 저는 콜센터에서 노동하는 게이 노동자입니다

성소수자와 노동

by 행성인 2022. 1. 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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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일터에도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성소수자 동료가 있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없다고 답할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혐오와 차별을 피해 일터에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은 막연한 상상 속에 가려진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을 생생한 언어로 기록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번 연속 기고는 현재를 살아가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현장을 바꾸고서야 비로서 나의 삶이 바뀌었듯 모두를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동자가 함께 나서야 일터도, 우리의 삶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연속 기고를 통해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 곁에 함께하는 동료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슈미, 수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오경수는 30대 게이이며, 성소수자 지인의 추천을 받아 콜센터에서 노동을 시작했다. 이번 인터뷰는 콜센터 노동 경험이 있는 게이 노동자 D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둘의 대화를 함께 담았다.

 

 

순간1. 성소수자 노동자가 콜센터를 선택하는 이유

 

오경수: 왜냐하면 성소수자 지인이 콜센터를 추천해줬을 때는 여러 가지 정체성이나 성소수자가 갖고 있는 특성을 고려했다고 보거든요. 아무래도 콜센터라는 직장이 비대면 직장이다 보니까 출근할 때 복장이라던가 이런 거에 대한 제한도 별로 없고 그런 측면이 있으니까.

 

D: 제 주변 성소수자 동료들도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아까 오경수님이 옷차림이라고 했잖아요. 트랜스젠더 같은 경우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상담만 잘하면 된다, 목소리만 중요하다, 외양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원래 오경수는 자그마한 건설회사에서 일을 했었다. 오경수는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남성 비율이 높고 마초적인 분위기의 건설회사 분위기가 힘들었다. 인부들과 함께 노동하는 과정에서 억세다는 인상을 자꾸 느꼈다. 그래서 건설회사를 퇴사하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하 행성인) 활동에 집중하던 찰나에 성소수자 지인이 콜센터를 추천해주었다. 건설회사와 콜센터의 업무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오경수는 성소수자 지인이 본인에게 추천해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콜센터 노동을 선택했다. 

 

구직 사이트에 콜센터를 검색해보았다. 단순한 업무로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는 내용이 빽빽 했다. 실제로 콜센터는 진입 장벽이 낮은 일터라고 불린다. 콜센터는 노동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친절한’ 목소리만 요구한다. 내가 어떤 옷을 입던, 어떻게 생겼던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콜센터가 불안정 일터여도 상관없다. 어차피 법적인 성별과 눈으로 보이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으면 다른 일터에 진입하기 어렵다. 혹은 일터에서 요구하는 ‘여성적인’, ‘남성적인’ 모습을 수행하는 게 더욱 최악이다. 그나마 콜센터는 입장을 시켜주고 요구하지 않는다. 통계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수많은 성소수자가 다양한 콜센터에 섬처럼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간 2. 진입 장벽이 낮다. ≠ 꿀 노동이다

 

오경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몇 번이나 본인이 노동하는 콜센터가 업계에서 그나마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괜찮은 회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도 노동하면서 그렇게 부당하다는걸 느꼈던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오경수의 표현이 동의되었다. D가 노동했던 콜센터에 비하여 오경수가 노동하는 콜센터는 ‘인간적인’ 일터였다. 오경수의 일터는 COVID 19 가 확산되자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도 나눠주고 손소독제도 비치하고 발열 체크도 꼼꼼하게 진행했다. 또한, 2017년에 전국적으로 ‘전화 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전화 끊을 권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나 오경수의 일터가 다른 일터보다 괜찮다는 게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전화 끊을 권리
 
2016년 7월 취업포털인 잡코리아에서 콜센터 노동자 1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많은 콜센터 노동자가 욕설, 폭언, 고성, 인격 모독성 발언, 음담패설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당시 콜센터 노동자는 고객이 아무리 욕을 하고, 성희롱을 해도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높은 업무 강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도시가스 콜센터 노동자가 몇 시간 동안 이어진 폭언과 욕설에 실신했다. 이에 콜센터 노동자와 민주노총을 포함한 여러 단체에서 ‘전화 끊을 권리’를 요구했다. 여러 투쟁 끝에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 에 폭언을 하는 고객에 대한 ‘업무 중단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거나 여러 기업에서 ‘전화 끊을 권리’가 도입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감시의 눈

 

오경수: 콜센터에서는 고객 평가가 큰 비중을 평가하지만 관리하시는 분들도 저희의 콜을 모니터링해서 케이스를 체크해요. 랜덤으로 들어보죠. 그 기준이 있어요. 각각의 기준에 부합을 했는가. 모니터링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좋게 잘 이야기해주세요.

 

 D: 나는 몇 번 불려 간 적이 있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관리자가 만들어놓은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거지. ‘너무 친절해요.’ 이러고 점수를 낮게 주는 고객이 있어. 자기 생각에는 친절하지만 100점은 죽어도 아닌 거야. 한 75점? 고객이 75점을 누르는 순간 나는 75점인 이유에 대해 사유서를 써야 되는 거야.

 

얼마 전에 세탁기에서 전에는 나지 않던 둔탁한 소리가 나서 A/S 접수하려고 콜센터에 연락을 했었다. 대기가 많다는 안내 음성이 몇 차례 나온 뒤에서야 겨우 통화가 연결되었다. 아마도 쉼 없이 응대했을 콜센터 노동자는 오히려 나보고 다른 고객 전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세탁기로 인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콜센터는 노동자에게 이런 태도를 요구한다. 목소리 톤은 높게, 친절하게, 고객의 멘트에 적절하게 공감하며. 콜 품질 유지라는 명목으로 랜덤으로 케이스를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 결과는 인센티브에 반영된다. 고객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만약, 고객이 낮은 점수를 주면 D의 일터는 콜센터 노동자와 관리자 모두, 오경수의 일터는 관리자가 사유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런 시스템은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을 배정받아도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 ‘진상’ 고객이 낮은 점수를 주면 결국 나만 손해고, 누군가는 통화를 꼬치꼬치 분석하며 콜센터 노동자의 문제점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D: 회사가 10층부터 12층까지였는데 남자 화장실이 딱 11층에만 있는 거야. 나는 10층에서 근무하는데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11층까지 올라가야 되는 거지. 근데 엘리베이터가 더럽게 안 오는 거야. 계단으로 가면 되지 않냐? 계단은 왜 이렇게 깐깐해. 내 출입증이 없으면 문이 안 열리는 거야. 그래서 정말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고. 대부분 콜센터에 남자 화장실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여자 비중이 높으니까. 예전에 콜센터 동료가 트랜스젠더 MTF (Male to Female, 트랜스 여성) 였어. 그 층에 남자 화장실이 없고 여성으로 보이니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여자 화장실 이용하라고 배려해준? 이걸 배려라고 해야 되나. 어쨌든 (웃음)

 

콜센터는 모니터 2대가 들어가는 책상이 빽빽하게 배열되어있다. 책상마다 노동자가 있다. 소화해야 될 콜은 많다. 근데 화장실이 적다. D는 여성 비율이 높은 일터에서 노동하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화장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화장실에 가거나 다시 자리에 앉을 때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된다는 사례가 굉장히 많았다. 화장실을 5분 이내 갔다 와야 되거나, 예약제처럼 순번대로 화장실을 가야 되거나,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꾸지람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자를 더 뽑거나 애초에 화장실을 넓게 설계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

 

 

순간 3. COVID 19로 일터가 바뀌다

 

D: 여름이 극성수기라고 불리잖아요. 에어컨 때문에. 여름마다 1~200명씩 뽑아요. 단기로 3달 일할 사람을 뽑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전화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전화를 받게 시키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 사람들도 재택근무로 돌리는 거야. 이러니까 설명도 제대로 못하는 상담사가 되게 어버버 하는데 도와줄 사람도 없어. (웃음)

 

오경수: 내가 조금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일하고 있으면 옆에 있는 동료나 관리자한테 물어본다든가 이럴 수 있는데 재택근무는 그럴 수 없으니까. 채팅으로 물어보면 아무래도 반응이 늦잖아요.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 같아. 저 같은 경우는 1년을 했는데도 불안해. 1년 정도 했으면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거든요. 하물며 그렇게 일을 해도 불안감이 있을 수 있는데.

 

COVID-19 가 유행하고 수많은 콜센터에서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했다. 많은 콜센터가 부랴부랴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당시에 오경수의 일터도 근무 공간 분리 등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결국 대다수의 노동자가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오경수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오경수는 콜센터에 노동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재택근무로 전환되어 조금은 적응하기 수월했다. 문제는 한 번도 콜센터 노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1~200 만원 거금을 들여 구입한 가전이 문제가 생기면 고객은 화가 났고 더운 여름에 에어컨이 고장 나면 고객은 짜증이 났다. 화를 내고 짜증 내는 고객 앞에서 숙련되지 않은 콜센터 노동자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재택근무로 전환되지 않은 콜센터는 8시간 내내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다. 발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오히려 발음이 들리지 않는 건 소소한 문제다. 마스크를 끼고 8시간 내내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말을 한다는 건 마치 찜질방의 소금방에 있는 느낌이었다. 땀이 나고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도 없다! 왜냐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니까.



말하는 용기 그리고 함께 하는 우리

 

오경수: 만약, 행성인 경험이 전혀 없었다면 저는 사측의 입장을 그냥 이해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회사가 이야기하면 ‘네.. 알겠어요..’ 이건 조금 아닌 것 같아도 ‘에휴~ 어쩔 수없지.’ 돈을 주는 곳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 뭐 어쩌겠어. 근데 그런 경험들이 있으니까 좀 부당에 대한 저항을 티를 내려고 하려는 게 있어요. 적극적으로 ‘이건 이 조항에 말도 안 되죠. 이건 법에 어긋나는 거죠. 불법이죠.’라고 말은 못 하지만 조금 에둘러서라도 ‘이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점이 안되는 거 아닐까요? 이건 조금 곤란한데요.’ 라거나.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려는 제 자신을 발견했거든요.

 

최근에 여러 콜센터에서 노동조합이 생겼고,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더라도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오경수는 둘 다 선택하지 않았다. 오경수는 오랜 기간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했었고 민주노총도 익숙한 존재였지만 드나듦이 많은 일터에서 노동조합이 멀게만 느껴졌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오경수의 선택이 이해되었다. 그러나 오경수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경수는 일터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말하진 못하더라도 에둘러서 표현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관리자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자신이 느낀 부당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동료와 미리 논의해서 회의시간에 말하기도 하며 일상적으로 말했다.

 

2019 세계 노동절대회에서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어준 수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들

 

오경수와 달리 일터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당연하다. 하다 못해, 학교에 노동 교육도 그다지 없는 상황이다. 행성인과 같은 인권단체에서 활동을 하면 정답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논의를 기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입이 트인다. 평등한 공간에 대해, 내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우리가 지향해야 되는 가치에 대해. 오경수 외에도 수많은 '활동하는 성소수자 노동자'가 일터에서 말하기를 선택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에게 이런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행성인 활동이든 다른 활동이든. 한 번이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저항한 사람은 결국 바뀐다. 다시는 침묵하던 시기로 돌아가지 못한다.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도 노동조합을 통해 입이 트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일터의 부당함에 대해, 나의 권리에 대해, 모두의 일터를 위해. 더 많은 존재의 입이 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겐 노동 교육이, 노동조합이, 차별금지법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세계] 에도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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