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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6. 육아 노동: 두 아빠의 역할 분담

by 행성인 2022. 9. 30.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올해도 어느덧 여름을 넘어 크리스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니 뜬금없이 왜 벌써 크리스마스 타령이냐고요? 카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크리스마스가 최대 명절 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100일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오늘 아침 남편은 캐롤송을 집안 떠나게 틀어 놓았답니다.

 

인보가 1년 하고도 4개월을 맞이하였습니다. 지난달에 우리는 마을 보건소에 가서 아가의 마지막 예방접종을 맞혔습니다. 이곳 표현으로 졸업graduation’이라고 표현을 하더라구요. 앞으로는 해마다(?) 추가접종이 있을 때 연락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보건소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최근 인보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혼자 노는 시간이 제법 늘었습니다. 주로 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놉니다. 인형에게 자장자장재우는 시늉도 하고 자신이 먹던 분유병을 입에 대주고 쭈쭈를 먹으라고도 합니다. 인보는 동영상을 볼 때 뚫어지게 보곤 합니다. 이 녀석의 이런 집중력이 공부할 때는 보여주지 않겠지요(?). 저는 인보를 위해 특별히 한국 전래 동화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듣고 불렀던 동요도 들려주고 저도 함께 듣습니다. 정말 어렸을 때는 아무 걱정 근심없이 그냥 즐거웠습니다.

 

 

찰스 아빠의 아가 돌보기

 

남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찰스는 아침에 제일 먼저 인보를 목욕시키고 새 옷으로 갈아 입히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남편은 인보 머리를 빗겨주고 고무줄로 예쁘게 묶어주며 외출할 때는 머리띠로 장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기가 돐 때까지는 제가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돐이 지난 후부터 남편이 인보의 세 끼를 챙겨줍니다. 남편은 가끔 생선으로 국을 요리해서 밥에 말아 먹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우리가 먹는 반찬도 내 눈치를 보며 주곤 합니다. 2살때까지 아기는 콩팥이 완성되지 않아 염분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요리할 때 일단 소금을 조금 넣어 싱겁게 요리를 합니다.

 

아기에게 저녁을 먹이고 난 후 우리가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마치면 남편은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아기의 몸을 필리핀 오일로 전신 마사지를 해줍니다. 필리핀 고유의 풍습으로 아기의 머리 위의 대천문과 소천문 (머리뼈가 완성되기 전 아주 말랑말랑한 2개의 천문) 부위에 오일을 발라주고 아기의 전신을 마사지 합니다. 필리핀 마사지 오일은 멘톨 성분이 들어 있어 온몸이 아주 시원해져 몸이 쑤시거나 열이 날 때 아주 좋습니다.

 

잠자기 전 남편의 마지막 미션은 분유병을 소독하여 끓인 물을 분유병에 담아 놓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 합니다.

 

남편과 나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끔은 육아의 문제에도 어려움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아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찰스는 딸바보여서 아기를 바라볼 때, 이야기를 나눌 때, 그리고 함께 놀아줄 때는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나의 역할

 

나는 아기가 신체적으로 커나가는 것 (성장)과 아이의 놀이와 행동 (발달)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아기는 한달 한달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매월 몸무게를 측정할 때, 아기가 어릴 때는 우리가 안고 쟀지만, 이제 아기 스스로 올라간다고 제 손을 뿌리칩니다. 키는 측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을 보건소에 키 측정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줄자를 바닥에 놓고 대충 측정하게 됩니다. 앞으로 벽에 붙이는 키 측정표를 만들어 붙여볼까 합니다.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이는 일은 나의 몫입니다. 최근에 찰스 아빠의 감기가 아기에게 옮아갔습니다. 다행히 아빠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았지만 밤에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약을 여유 있게 구매해 놓았습니다.

 

나는 아기가 열이 나면 일단 모니터링하면서 투약을 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의료인이 아닌 남편은 인보가 조금만 열이 있어도 매우 불안해합니다. 특히 남편은 아기가 고열이 없어도 미리 예방차원에서 약을 먹이자고 고집을 부립니다. 사실 열은 증상 가운데 하나이고 원인은 주로 감염이나 염증이죠. 열이 나는 원인을 제거하면 열은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됩니다. 다행히 이번 아기의 감기는 가벼웠고 금세 나아서 잘 놀고 있습니다.

 

나는 아기의 시청각 교육을 위해 귀엽고 신나는 동영상을 준비해서 틀어줍니다. 주로 초저녁에 아기와 놀아 주는데요, 인보는 나에게 밥 먹이는 시늉을 하고, 인형을 자장자장하면서 토닥거려 주기도 합니다. 아기가 시나브로 나의 한국어를 이해하는게 넘 신기합니다. 인보는 이 다음에 학교를 다니면 영어와 필리핀어를 유창하게 잘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기가 나와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 훨씬 더 정서적으로 다정다감할 듯 하여 앞으로도 계속 모국어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동성커플 부모들: 두 아빠와 두 엄마의 육아는 아름답다

 

 

몇일 전 쌍둥이를 키우는 지인의 글을 보았습니다. ‘육아는 사랑이다 그러나 육아는 체력이다라는 표현인데 저는 육아를 사랑+체력+인내로 돌보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내가 아플 때나 시간이 없거나 지칠 때도 돌봄을 요구하거든요.

 

남편과 나는 둘 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입니다. 그러므로 이성애부부의 역할과는 사뭇 다릅니다. 육아에서 부모의 생물학적 성이 핵심이 아닙니다. 그러나 동성애 혐오주의자들은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자녀를 키우는 것이 매우 위험하고 아이의 성장 발달에 독이 된다고 공격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편견과 혐오에서 내뱉는 저주 행위로 우리 가족을 모욕하는 범죄입니다. 호모포비아는 참으로 찌질함의 극치입니다. 진정한 육아는 아이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동성부모의 육아야말로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가족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여보야 좋은 아빠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아가야, 엄마 아빠에게 미소 짓고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다음편에서는 우리 가족이 아가와 소풍 다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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