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간은 기억과 경험으로 채워지고 이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번에 무지개 버스를 타고 광주를 다녀온 경험이 이 문장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 광주에 다녀온 것은 이번이 4번째였다. 매번 목적이 달랐는데, 2019년 5월이 처음이었다.
그해 광주를 가게 된 이유도 이번처럼 5.18 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학내에서 같이 활동하던 동료, 선배들과 함께 다녀왔다. 당시에 내가 활동하던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가 이내창기념사업회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그 인연으로 기념사업회 선배들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는 못하지만 여전히 구성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그때를 조금 기억해보면, 성소수자인 것을 밝히고 학내에서 많은 단위들과 연결되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걱정과 긴장감 같은 것이 떠오른다. 물론 걱정했던 일은 없었고, 그때의 연결이 나에게 큰 의미들을 남겼다.
이번에 무지개 버스를 타고 광주를 가는 길에 유독 그때의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 성소수자 동료들과 같이 광주에 간다는 경험도 특별했다. 보통은 하루 전인 5월 17일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IDAHOBIT이다 보니, 그날 행사에 집중하고나면 며칠 뻗어버리기 일쑤였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무지개 버스가 기획되었을때부터 꼭 참여하고싶었다. 다음 날 뺄 수 없는 출근이 예정되어 있었고, 무박 2일의 새벽 도착이라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6년 전에는 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전야제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12월부터 긴 겨울 동안 수없이 걸었던 광장과 거리와는 사뭇 다른 감각이었다. 전일빌딩부터 길게 뻗은 길. 바로 옆 번화가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이런 집회 현장에서 지겹게 만나는 얼굴들과 새로운 얼굴들. 그리고 그 중간에 펼쳐진 큰 무지개 깃발. 그 깃발을 서로 번갈아 흔들며, 아모르 파티가 흘러나오자 미친듯이 춤을 춘 순간들.
항상 5.18을 생각하면 그 무게감에 차마 나와 연결되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날의 감각은 길게 뻗은 이 길에 우리가 있듯, 나와도 연결되는 느낌을 주었다.

금남로에 떠오른 무지개가 광장과 광장을 잇는다.
무지개는 광장에서 떠서 광장에 닿는다.
무지개가 우리와 광장을 잇는다.
광장에서 우리가 들었던 피켓의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를 뒤집어서 이제는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를 외친다.
무지개가 성소수자 지키는 광장에 닿을때까지.
우리가 광장을 잇는 무지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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