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이재명 정부의 인선을 보면서 울화가 치민 분들 많았을 것 같습니다. 광장을 통째로 삭제해버린 것처럼 자질없는 인사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어요.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기도 한데, 어떤 이들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임명이 되었고 어떤 이들은 끝내 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강준욱, 지영준, 박형명 등은 성소수자 혐오 이력보다 내란동조세력임이 부각되었고 강선우의 경우에는 갑질 논란이 없었다면 사퇴에 이르지 못했을 거에요. 광장의 힘으로 출범한 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성평등과 같은 광장의 가치들은 지워졌습니다.
비단 인선 과정에서뿐만 아니지요. 이재명 정부는 분명 이전 정부와는 다른 대응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우 피해, 이주민 일터괴롭힘, 민생쿠폰 지급 방식 논란에 대한 메시지들은 이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들을 담고 있어요. 다만, 차별금지법과 쉽게 연결될 수 있고 차별금지법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차별금지법은 볼드모트인 걸까요. 인권감수성을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들은 분명 중요한 의미들을 담고 있으나 이 사회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추진하지 못한다면 그저 과시용 당부가 될 뿐입니다.
이것이 현재 이 정부의 한계이자 가능성인 것 같습니다. 국민통합을 말하면서 평등은 쏙 빼놓는 이 정부는 그러나 지난 광장 여론의 무게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관건은 이 무게를 어떻게 지키고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아요. 가능성은 우리를 향해 열려있는 것이죠.
지난 광장은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평등을 약속하는 과정을 통해 안전과 신뢰를 형성하고, 스스로를 드러낸 소수자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연결되어본 경험은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감각일 것입니다. 이 경험을 나눈 감각이 세상을 바꿀거에요. 긴 호흡으로 가능성을 우리에게로 더욱 당겨올 준비를 해봅니다.
오소리
지난 7월 18일은,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지 1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정말 많이 울고 웃으며 기뻐했던 작년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승소 직후에는 잘 실감이 나지 않다가, 며칠 뒤 제 남편이 건강보험 상 저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승리를 실감하며 동네방네 자랑하던 것도 떠오르구요.
이후 1년 사이 저희 말고 다른 커플들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고,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등록 시스템을 정비하여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등록 절차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기도 합니다.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방법)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변화를 한 번 더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변화를 위해, 혼인평등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혼인평등 실현을 위한 앞으로의 여정에도 계속 함께해주세요! 함께 기뻐하는 순간을 더 많이,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LoveWins #사랑이이긴다 #모두의결혼 #혼인평등 #피부양자 #대법원승소1주년

이안
7월에는 행성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중 하나를 했습니다. 바로 첫 출근이죠(!). 많은 분들의 응원과 배려 덕에 사무국에 무사히 입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은 정말 얼렁뚱땅 우당탕탕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사무실 걸어서 나가다가 공기청정기 발로 차서 부술 뻔 했습니다. 좋아하는 거랑 별개로 아직 공간이 낯선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차차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사무국 동료들도 믿어주실 겁니다. 아마도…
취미든 노동이든 예술노동자로서 쭉 활동을 해왔는데요, 최근에는 여기저기 찾아가는 연극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애해방열사의 생애사를 함께 공유하는 음악극입니다. 전에 몰랐던 민중가요도 배우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음과 박자로 합을 맞추는 일은 항상 설레고 즐겁습니다. 극 자체도 의미있고 함께 있을 때에 편하고 믿음이 가는 동료들이어서 더욱 이 일에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행성인에 새로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도 그렇습니다. 한 분 한 분 모두가 늘 반갑고 궁금합니다. 어떻게 오셨는지, 이 곳에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항상 궁금해요. 진짜 너무 좋아요. 진심으로요. 새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짜릿합니다. 행성인에 흥미롭고 재밌는 소모임이 많아서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계속 놀러와주세요. 하지만 새로운 만남만큼이나 계속되는 만남도 중요하니 상임 소식에 붙였던 인삿말로 마무리할게요.
앞으로도 자주 봐요, 우리!

남웅
4월 웹진에 원고 '[미술 평론] 급진적 예술 실천을 위한 기억의 훈련들'을 쓰면서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의 검열을 문제삼은지 3개월이 지났다. 기관에서 청탁한 글에 '계엄'을 비판했다고 도록에 실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뭐 그럴 수 있지...' 생각했다. 어차피 도록 내봐야 읽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고, 미술관 너네들이 그럼 그렇지 싶은 일종의 회피적 회의와 체념도 없지 않았던 거다. 고료는 이미 받았고, 실무자들은 넙죽 엎드린 자세로 다시 실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하니, 정 안 되면 이 글은 행성인 웹진에 싣겠다고 답하면서 불편한 자리를 빠르게 떴다.
나에게 단점 중 하나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감각이 살짝 무디다는 거다. 그와중에 너그러운 척은 잘한다. 실무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워낙 조율이 힘들다고 토로하기에 힘내시라는 이야기를 하고 게재를 거절한데 대해서도 힘써주셔서 고맙다는 이야기까지 해버렸는데 그건 지금도 이불킥이다. 한데 이 뒷북은 어떤 지점에선 질척이는 빛을 낸다. 나중에라도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따져물으니까. 지금껏 글을 쓰게 된것도 검열을 늦게 인지한 엇박에 대한 수습과 더불어 어떻게든 뒤끝을 해소하고야 말겠다는 일종의 방편이다. '비평 검열'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 역시 살짝 시간이 지나서야 검열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행성인 웹진을 통해 문제제기 했고, 덕분에 많이 회자되었다. 문제제기하면서도 채널을 고민했다. 이게 다른 행성인 회원이 겪은 일이었다면, 그래서 웹진 편집자인 나에게 게재하기를 요청했다면 곧장 수락했을까. 단체의 지면을 빌려 이야기하려면 이 사건이 성소수자/인권운동의 방향성과 공명하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어쩌면 행성인 회원과 웹진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은 그러한가. 누군가 비슷한 일로 웹진에 지면을 요청한다면, 나는 편집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더 좋은 지면을 연결해줘야 할까, 아니면 이번 사안처럼 인권침해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회원에세이로 발행할 수 있었을까. 설령 게재하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들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그의 곁에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도록 날을 세우는 연습을 함께 해야 할텐데, 그걸로 될지 모르겠다. 편집자는 검열을 행하는 이가 되기 쉽지만, 기획과 편집의 직능을 통해 문제제기자가 되거나 피해자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사건이 공론화되고 주변 동료 비평가와 작가들, 아카이브 활동가들이 더 화를 내줬다. 이게 내가 겪은 일이어도 나만의 이슈는 아니라는걸, 비평과 창작뿐 아니라 아카이브와 더불어 공론장에 정치적 표현을 하는 개인들을 욕보이는 일임을 알았다. 나로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내 소통의 오류라는 입장을 관철하는 미술관이 괘씸했다. 초반에 사건을 대응하면서는 성폭력의 공동체적 해결을 떠올리기도 했다. 검열이든 성폭력이든 위계와 위력이 작동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공동체적 접근으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할 때, 해당 기관과 단체가 가장 취하기 쉬운 2차 가해의 태도는, 보통 사건의 경중을 인정하지 않고 객관화하지도 않은채 단체보위에 급급해하면서 문제제기자의 행동을 사소하고 사사롭게 만드는데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가해사실을 부정하거나 쉬쉬하면서 자신들의 고충을 늘어놓는다. 공동체의 관계와 의사결정구조가 민주적인지, 충분한 소통과정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제제기하고 시간이 지나 전시를 보러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를 찾았을 때, 전시된 아카이브 자료와 작품 여기저기에 쓰인 '계엄'을 보면서는 미술관의 행태가 더없이 한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고 행동으로 이어갔다. 같이 문제제기한 동료 비평가와 작가들이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를 결성했고, 성명서와 연서명 캠페인을 기획했다. 전시에 참여한 이무기 팀이 대응에 결합해서 전시 퍼포먼스에 기자회견까지 했다. 기자회견 직후 미술관장의 미팅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입장을 낸 작가들과 비평가들을 모두 부르는 것부터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쌔한 뉘앙스 속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태도까지, 유관자들을 모두 소집할 수 있다는 미술관의 위력을 과시해보이겠다는 속내가 보여 거절했다. 검열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 아니면 당신의 부름에 응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 대응을 언제까지 해야하는가를 질문했다. 누군가는 더 가열차게 농성이든 기자회견이든 퍼포먼스든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현생을 살면서 문제제기하는 일의 고충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민원을 넣거나 재판을 하지 그러냐고 제안하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정답은 없고 언젠가는 선택지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계획에 없다고 답한다. 재판은 법에 공론의 권한과 주도권을 일임하는 방식이다. 법조항으로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 검열을 둘러싼 어떤 판단과정도 밝히지 않은 채 사과만 거듭한 미술관이 패소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원은 어떨까. 민원을 넣으면 이를 받은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한다. 문제제기의 채널일 수 있고, 문제제기 당한 대상을 괴롭히고 귀찮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같은 답변을 복붙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리 효과적인 대응은 아니다. 그들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건 원하는 바도 아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들 중 누군가는 그간의 대응들 중에 성과나 아쉬운 점은 없었냐고 평가와 소회를 물었다. 성과는 이리저리 답할 수 있지만, 아쉬운 점은 글쎄. 서울시립미술관이 여전히 검열을 인정하지 않은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검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길게 끌고갈 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전시기간까지만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는 7월 27일 부로 막을 내렸다.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는 '검열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모욕을 멈춰라!' 입장문을 내고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일단 8월 22일 '미술, 제도, 검열: 서울시립미술관 검열사태 토론회' 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근래 있었던 검열사건들을 짚으며 서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만연해있는 검열문화를 문제삼는다. 당신의 글을 빼기로 한 것이 행정절차의 실수라고 에두르거나, 시장과 관장 등 개인을 인격모독한다고 전시장을 폐쇄하거나 닫는 일은 실상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 아래 행정권력을 행사한 일임을 알리고, 더는 이런 상황이 발생해선 안되며 더이상 개인의 고군분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비판적 창작행위를 가로막는 일이 반인권적임을 알리는 자리기도 하다. 여담인데 토론행사를 진행하는 인권재단 사람 사람 스테이션은 본디 인권단체는 50프로 할인해주는 룰이 있다. 혹시나 싶어 문의했는데, 사람 내부 결정에 따라 본 행사는 50프로 할인가로 대관할 수 있었다. 👏 누가 봐도 검열은 인권침해인 거다.
호림
성산동 사무실 근처 헬스장에 다닌지 만 1년이 되었습니다. 해외출장이나 휴가, 가장 최근에는 단식농성까지 여러 이유로 운동을 나가지 못한 기간을 제외해도 9개월 정도는 한 주에 2-3회씩 헬스장에 나가서 근력운동을 해왔어요. 대학원을 다닐 때 했던 필라테스를 제외하면 최근 1년이 가장 꾸준히 운동을 해 온 시간인 것 같아요.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였어요. 필라테스를 그만둔지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허리도 아프기 시작하고, 체력도 떨어지는 게 느껴졌거든요. 활동가의 불규칙한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라, 살이 좀 빠지면 좋겠지만 특별히 식단조절도 하지 않았고 들 수 있는 중량을 높이는 것도 크게 관심 두지 않았어요. 지난달까지는 말이죠…
여러 운동을 섞어서 하지만 루틴하게 하는 운동은 스쿼트-데드리프트-오버헤드프레스입니다. 오늘은 스쿼트를 중심으로 하체운동을 했다면, 내일은 데드리프트를 중심으로 등운동을 하는 식으로요. 최근 그 중 상체운동의 중심이 되는 오버헤드프레스의 증량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어떻게 하면 들 수 있는 무게를 높일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처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사람처럼 헬스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하고, 들 수 있는 무게를 높이는 일에 고심하고 있어요.
왜 이 사소한 실패에 이렇게까지 집착하게 되었을가 생각해보니, 성공과 실패 사이의 경계가 너무 좁아서인 것 같아요. 20kg까지는 들 수 있는데, 각각 1.25kg 밖에 안되는 초소형 원판 두개를 끼우고 나면 들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2.5kg는 우리집 고양이 무게의 1/3밖에 안 되는데(ㅠㅠ), 머리 위로 들어올릴 수 있던 바벨에 이 무게가 더해지고 나면 인중 높이에서 멈춰선다는 게 너무나 좌절스럽습니다.
좌절을 맛본 건 어제로 세번째. “오버헤드프레스 22.5kg 들기”는 저에게 올 여름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습니다. 이 무게를 들고 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자라나고 있어요. 다음주에 다시 시도할 때까지 중량을 늘릴 방법을 찾아봐야 겠어요. 꼭 성공해내고 말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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