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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문수의 지구여행기

[문수의 지구여행기] #7. 서울로, PL 커뮤니티로

by 행성인 2025. 8. 25.

 

문수 (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연재의 말

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

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이정식, <nothing.1>, 종이에 펜, 10.2×15.2cm, 2016

 

 

2005. 서울 약수동으로 이사를 했고 압구정동에 있는 목욕탕 매점을 임대해서 장사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러브포원이란 단체에 가입해서 온라인 친구들이 많아졌고 러브포원 오프모임에도 나가서 동료 감염인들을 만났다. 쉬는 날에는 서울 예방협회에도 나가서 인사를 하고 지냈다. 그 당시 예방협회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재가 복지방문 반찬 나눔을 해주었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에 등록했다. 그때까지도 면역 수치가 500이 넘어서 약은 먹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잠을 자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면서 코피가 터졌다. 열도 심하게 나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가서 감염내과 환자라고 말하고는 몸 상태를 설명했다. 열을 재보니 40도 가까이 되었고 헛구역질도 나왔다. 그런 몸 상태로 응급실 의자에 앉아서 5시간을 기다리자, 아픈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가 나왔다.

 

서울에는 부탁을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다음날 예방협회에 연락했다. 응급실에 나 혼자 있고 아무도 없어서 누가 와서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협회에서는 간병 사업은 하지 않고 갈 사람도 없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래서 나는 재가 복지방문을 하지 않느냐, 지금 나한테 아무도 없어서 그야말로 방문이 필요한 시점인데 누가 와서 좀 도와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갈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알아서 해라.

 

울분을 삼키며 그 당시 유일한 감염인 모임이었던 러브포원에 글을 올렸다. 당시의 러브포원 게시판은 매우 활성화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고 이내 예방협회에 사람들이 항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협회에서 사과전화가 왔다 그런 와중에 나는 입원실을 배정받고 입원할 수 있었는데, 입원한 내내 코피가 멈추지 않아 애를 먹었다.

 

병원 입원 중에 나프공동체라는 감염인 지원 공동체에서 일하는 수녀님이 병문안을 와주셨다. 그 수녀님은 러브포원 게시글을 보고 찾아왔다고 했고 평소에도 내가 러브포원에 올리는 글을 자주 읽어봤다고 하셨다. 나프공동체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가정집이라고 했다. 그 집은 카톨릭 사회복지회 소속의 건물인데 그곳에서 감염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밥을 먹고, 차도 마시고, 감염인 중에 지낼 곳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임시거처도 되어준다고 했다. 수녀님은 내가 퇴원하고 자주 방문해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고 돌아가셨다.

 

퇴원을 했고 그 당시 하나밖에 없었던 감염인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에 글을 올리고 오프라인 번개모임을 나가서 동료 감염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술도 마셨는데, 그 카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2008년도에 새로운 카페를 하나 만들었다. ‘건강나누리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건강나누리는 나들이를 가거나 등산을 가는 소모임 위주로 운영되었다. 그곳에서 많은 감염인 동료를 만나고 상담을 해주고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했다.

 

그때쯤 카톨릭 '레드리본에서는 서울역 건너편에 감염인들을 위한 사랑방을 만들었다. 그곳은 점심을 제공하고 차도 마시는 공간으로 사무실을 운영했다. 나는 그곳에서 미카ㅇ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나는 쉬는 날이면 그곳 카톨릭 레드리본에 놀러 가거나 나프공동체에 가곤 했다. 얼마 후 나프공동체는 사무실 운영 문제로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