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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41. 아이와 함께 즐기는 소소한 일상

by 행성인 2025. 9. 18.

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마스크팩 놀이

 

 

아이가 립스틱 바르고 눈썹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 문화와는 다르게 필리핀 부모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들의 특별한 행사에 화장을 해줍니다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저는 정말 싫은데) 찰스 아빠는 아이를 미용실에 데려가거나 이웃에게 화장을 부탁하곤 합니다. 

어느 날 은숙 이모댁에 방문했을 때 마스크팩을 선물로 받았어요.

 

인보야 우리 마스크팩 놀이 할까?

 

아이는 얼씨구나 했어요.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얼굴에 팩을 붙였습니다. 자른 팩을 그냥 버리지 않고 아이와 손과 발을 교대로 넣어주어 시원한 촉감을 느끼게 해 주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또 어느 날 밤, 거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조안 이모와 함께 셋이서 나란히 누웠습니다. 예전에 손과 발을 팩 속에 넣었던 것이 좋았는지 또 해달라고 성화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엄마도 해준다고 내 손을 넣어주더라고요.

다음에는 시원한 오이를 송송 썰어 일 년 내내 덥기만 한 필리핀 무더위를 식혀볼까요?

 

 

걸스카우트: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새 학교를 등록과 더불어 걸스카우드도 가입했습니다. 고학년 여학생들은 캠핑도 하고 먼 도시로 세미나도 다닌다지만 유아들은 아웃도어 활동이 불가능한 연령이지요. 우리 아이는 이제 유치원 1학년입니다(필리핀 유치원은 2학년까지 있음)걸스카우트 복장만 하고 일주일에 이틀 등교합니다. 

 

영어의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에 나오는) 트윈클 twinkle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유치원생 걸스카우트는 트윈클러twinkler라고 부르더라고요. 쾌활하고 친절하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바라건데 우리 딸이 이런 트윈클한 품성을 품고 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걸스카우트 행사 안내를 받고 학교에 갔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시니어 걸스카우트들이 학생들에게 핀 수여식을 하고 학생들이 선서를 하는 장이었습니다. 유치원생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산만하기만 합니다. 반면에 초등학고 1-2학년 언니들은 조금 컸다고 자리에 얌전하게 앉아 있더라고요. 중고등학교 고학년 언니들은 훈련을 잘 받아서 절도 있게 걷고 진지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다짐하는 모습이 멋져보였습니다.

 

 

정전이 주는 즐거움

 

저희가 사는 지역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 단전이 됩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선풍기를 틀 수 없어서 집안이 매우 덥습니다. 그래서 단전일에는 피서를 가야 합니다. 

우리 식구들이 자주 가는 곳은 로빈슨 쇼핑몰 입니다. 이곳은 마트와 식당 그리고 백화점이 있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장 보는 곳도 이 곳이지요.

 

 

지난번에는 준하 삼촌이 쇼핑몰 안에서 운행되는 칙칙폭폭 기차를 태워주셨습니다. 제가 양손으로 바퀴 굴리는 시늉을 하면서 쫒아갔더니 아이가 까르르까르르 웃습니다. 아이에게 로빈슨은 찰스 아빠가 받은 월급으로 쇼핑하는 곳으로 알고 있이죠. 그래서 “어디로 사러 갈까?” 물으면 로빈슨하고 바로 나옵니다. 

 

 

물놀이

 

 

지난 일요일도 단전이 되어 조안 이모와 함께 물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는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금부과 방식이 그만 키로 재는 방식이어서 성인요금을 내야 했습니다(부모들이 자녀의 나이를 깍아서 말하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아이의 키높이로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 같음).

 

저희 테이블 옆자리에 작은 잔디 공간이 있어서 집에서 가져간 매트리스를 깔고 한숨 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은  부모들이 얻을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이다.

소소한 일상은 추억이 되어 마음의 보석 상자에 차곡차곡 쌓인다.

먼 훗날 그 상자를 열어 아이와 함께 들여다 보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