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을, 이안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 9월 29일, 행성인 활동가 연수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에는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서 활동하는 바을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연수를 기억하며, 발언문을 웹진에 올립니다. |

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과 소모임 몸짓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을입니다. 제가 오늘 추모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연수와 아주 가까운 사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수의 연인이었습니다. 2022년, 연수가 정신질환을 가진 퀴어들을 위해 만든 오픈카톡방이 있었습니다. 많은 퀴어들이 그 방에서 위안을 주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제가 구성원 중 한 사람에게 성희롱을 당하자 연수는 바로 그 사람을 방에서 쫓아줬고, 그 일에 제가 감사를 표하며 개인톡으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저희는 덕분에 아주 예외적인 사이가 되어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연수는 열정적인 방장이었습니다. 방의 분위기를 해치는 방해꾼이 들어오면 쫓아내고 상황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요한 사항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꾸준히 방의 공지를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렇게 방을 위해 노력해준 연수 덕분에 '무지개 우울증 쉼터'는 이례적으로 1년 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연수 덕분에 행성인에 가입했습니다. 이전에는 행성인이라는 이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떠난 후 그녀가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행성인이라는 단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행성인에 가입하고, 연수가 팀장으로 있었던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 들어갔습니다. 트랜스팀에서 활동하면서 연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수는 트랜스팀에서 '트랜스프렌들리 에티켓' 만드는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트랜스팀에서 준비하는 정기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활동이라면 불같이 뛰어들었습니다. 열정적이었던 연수의 마음은 트랜스팀에 남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연수를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날이 추워져 갑니다. 꼭 이런 날씨에 곁을 떠난 연수가 떠오릅니다. 연수가 떠나기 전날 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동료가 되어 서로 의지가 되어주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던 걸 기억하시나요? 자기도 외롭고 찬 밤을 지났으면서, 끝까지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연수의 당부를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언젠가 연수를 만나게 되면, 당신이 한 말을 잊지 않고 열심히 지키며 살았다고 말해줍시다.
긴 발언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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