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4월말쯤, 내가 처음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알게 된 행사가 바로 故 육우당 추모제였다. 그때는 내가 정체성을 확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웹자보 하나만 달랑 보고 혼자 간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4월말이었는데 날씨가 이상하게도 너무 추웠다. 그래서 야외에서 하는 추모제가 너무나 침울한 분위기였다. 촛불하나를 받아 들고 어색하게 서 있다가 돌아 온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추모제였던 것 같다.


그 해 여름부터 곧바로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故 육우당 추모제 기간이 왔을 때는 야외 추모제가 아닌 야외 캠페인을 준비했다. 작년처럼 너무나 처지고 우울한 분위기의 추모제가 아니라 언제까지 추모만 할 순 없다는 마음에서 캠페인을 준비했다. 준비할 때만 해도 청소년 친구들이 참 많았다. 청소년 세미나와 놀토반을 통해서 동인련을 알게 된 친구들이 캠페인을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나로서는 처음 시도한 야외 캠페인이었고, 거기에 덧붙여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로 다가가는 거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컸다. 대학로 한복판에서 청소년 친구들이 피켓을 직접 만들어서 들었고, 또 지나가는 시민들이 와서 지지해주는 모습을 볼 때 ‘ 아, 내가 지금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4월25일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봄꽃을 피우다 캠페인




그리고 어김없이 1년이 다시 지나고, 캠페인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작년에는 40명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마쳤지만, 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열심히 준비하고, 더욱더 뛰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캠페인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내심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너무나 맑은 날씨라서 대학로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 조금씩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든 배지와 연필도 주고,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었다. 또 내가 그 전날에 열심히 그렸던 인권지수 프로그램을 시민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시민들의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했다.


사실 내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떨렸던 이유는, 작년에는 하지 않았던 발언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발언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처음은 아니어서 긴장은 별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많은 시민들 앞이라 그런지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썼다. 발언을 마치고 나서는 후회도 했고, 아쉬움도 남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내 자신과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 모두가 안타까웠다.


다음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Rateen’의 진기, 초등학교 교사 홍쌤, 청소년활동가 이반모임 ‘활기’의 엠건이 발언을 이었고, 나머지 친구들이 그 뒤에 자유발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팀 회원인 Anima가 정리 발언을 했다.


캠페인을 마무리하는 작업으로, 큰 플랑에다가 우리들이 차별받은 경험을 적어 넣고 그것을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 찢겨진 플랑에 쓰인 글을 보면서, 나 역시 예전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라서 조금은 씁쓸했다.



4월25일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봄꽃을 피우다 캠페인



캠페인 뒷정리를 모두 끝내고 한쪽에 조그맣게 둘러서서 육우당과 오세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유품을 보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 바뀐 것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또 캠페인을 하면서 참 많은 청소년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인련 친구들뿐만 아니라, 라틴 친구들, 아수나로 친구들 등등. 그 친구들이 이젠 차별받지 않고, 또 상처받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욕심일까? 이번 캠페인도 너무나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매번 그렇듯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처음엔 내가 생각했던 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나에게 남겨진 숙제 같은 것이 아닐까. 이 아쉬움이 끝날 때까지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것은 분명 육우당과 오세인이 나에게 남긴 숙제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직접 거리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웅크리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요. 우리도 이제 거리로 당당하게 나와서 우리가 여기 있다고, 우리가 이렇게 당신들 곁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려고요. 그리고 우리가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 발언 내용 중.


류은찬 _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 자긍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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