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이야기
- 무지개빛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디딤돌을 놓다 -

 

2010년 9월 교사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이야기 <인권지침서> 업그레이드판이 발간되었다. 2007년 처음으로 기획되어 초판으로 제작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07년은 청소년 회원도 없고 단지 필요성만으로 집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청소년들이 제작에 반드시 참여해야 올바른 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삶의 이야기가 지침서에 온전히 담길 수 있다면 이 지침서를 접하는 독자로 하여금 진실과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 동안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청소년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다. 청소년 자긍심팀도 구성하고 무지개학교 놀토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이전보다 좀 더 쉽게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인권지침서 업그레이드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책자에 선생님들에게 들었던 불편했던 말들을 담고 솔직담백한 경험과 고민을 넣는다면 좀 더 생기있는 책자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운 좋게도 아름다운 재단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2010년 초반부터 책자내용을 기획하고 누가 어떤 내용의 글을 쓰면 좋을 지 결정했다. 5개월 이상이 걸려 탄생한 이 책자를 들여다보면 뭐 특별한 내용 없네 하며 바로 덮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침은 순수하게 지침일 뿐 학교에서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을 직접 금지하지 않는다면 이 지침서 내용도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게 된다. 하지 않으면 그만인 걸. 굳이 이 귀찮을 걸 읽어가며 따라야 할까하는 의문도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간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노력과 변화에 대한 기대는 감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지침서의 백미는 5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삶과 고민을 그들의 목소리로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다. 특별할 것 같지만 다른 청소년과 별 차이 없이 학교로 향하는 청소년,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져 학교 또래동료로부터 모욕과 폭력을 경험했던 청소년, 자신이 속해있던 가족과 교회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청소년,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 지금 우리 주변에 너무 가깝게 존재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통해 교사로서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 그리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말. 말. 말 코너에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선생님에게 말하고 싶은 바램들을 정리해 넣었다. “혐오감 섞인 발언을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농담 하나하나가 큰 상처가 된 답니다” “성소수자들도 학생이고 하나의 인격체에요” 등 어쩌면 학교생활을 하며 선생님을 마주보며 하고 싶었던 말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날 때 당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열린 상담을 위한 10가지 태도를 제시하고 있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유형별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자를 발간하고 홍보를 시작하면서 또 하나 변화된 상황은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곳에서 이 책자를 필요로 하고 원한다는 것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를 시작하자마자 50명이 넘는 분들이 자료신청을 해 왔다. 책자를 꼭 가지고 싶다는 분부터 교사, 청소년상담원, 지역아동센터, 사범대 학생, 친구가 교사라서 전달하고 싶다는 분까지 신청사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인권지침서를 꼭 받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한결같았다. 이 인권지침서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도서 보내기 프로젝트팀 도움으로 전국도서관에 배포될 수 있었고 교육청과 학생인권조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에게도 배포하였다. 앞으로 교사들을 만나는 현장 속에서 이 지침서가 자주 회자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도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한해 인권지침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으니 동성애자인권연대 이메일로 신청해주길 바란다. (lgbtpride@empal.com)

 

10월30일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인권지침서 발간을 기념하는 작은 파티 하나를 기획하고 있다. 공연준비도 하고 입장티켓도 손수 판매하고 있다. 요즘 들어 매주 모이는 청소년자긍심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파티를 통해 모은 수익금은 인권지침서 추가발행 비용과 인권활동을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차비지원 사업(티머니 충전)을 위해 쓰일 예정이니 이 자리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장소 : 우리함께 빌딩 만해NGO교육센터)

 

인권지침서는 태생부터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으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인권지침서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 학교운영지침과 제도로서 반영되지 않는다면 결국 교사 개개인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지침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되진 않는다.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이 후보시절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교사를 위한 매뉴얼 제작과 성소수자 인권교육에 깊은 공감을 해주었다. 더 나아가 시 교육청 예산과 기획으로 담당하겠다고 했다. <교사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이야기> 인권지침서가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앞장서서 교사들에게 필요한 인권지침 매뉴얼을 직접 만들고 배포해야 한다. 그 약속이 빨리 지켜지길 바란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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