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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내 안의 편견을 한꺼풀 벗겨낸 소중한 시간

by 행성인 2011. 5. 17.

내 안의 편견을 한꺼풀 벗겨낸 소중한 시간


안녕하세요.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신입회원 조은혜입니다. 제가 이렇게 회원이 되어서 웹진에 글까지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인연이 저를 이렇게 좋은 동인련 회원분들과 만나게 해주었네요.


제가 동인련을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이에요. 비오던 날 ‘다함께’ 진보포럼 '전쟁과 혁명의 시대'에 혼자 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동인련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발견한 거죠. ‘여기다!’하고 찾아가 강의실 뒤에 앉아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성소수자를 처음 봤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때 느꼈던 감정이 '반가움'이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설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집에 오자마자 동인련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즐겨찾기 하고 그때부터 가끔 와서 회원가입을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하던 게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서야 찾아오게 됐네요.


회원가입을 할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동인련 홈페이지 단체 소개 부분에 있는 "동인련은 성소수자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이성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반드시 장애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고 빈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반드시 빈곤할 필요가 없듯이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소수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구분되어야 할 것은 성적지향이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을 과연 지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여부입니다"라는 글이었어요. 막상 회원가입을 하고 동인련 회원들을 만나니 그간 망설였던 시간들이 ‘아, 괜히 그랬나보다. 왜 그랬지?’싶네요.


그래도 처음부터 회원활동을 시작할 생각은 못하고 있다가, 홈페이지에서 '인권이 모락모락 처음만나는 인권 강좌'가 열린다는 글을 발견했어요. 강좌면 강의실에서 할 것 같고, 그럼 좀 뒤에 앉아서 살짝 듣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날은 퇴근 직전에 일이 막 쏟아지는 바람에 닥친 일을 마구 해치우고 달려갔던 터라, 지하철을 타니 피로가 엄청 몰려왔어요.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면 무지 잠이 오겠다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작은 공부방에서 적은 인원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듣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좀 당황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끝나고 또 급히 지방으로 문상을 가느라 회원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뒤풀이도 참석 못한 채 돌아가야 해서 많이 아쉬웠던 날이었어요. 그래도 이경님이 신입회원 모임에 오라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뒤풀이 꼭 하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해서 4월 15일에 그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동인련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에 오게 되었어요. 신입회원 모임에서는 맨 처음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게임을 통해서 각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정욜님이 준비하셨던 활동과 단체소개도 저에게는 아주 유익했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지난 동인련의 역사를 꼼꼼히 이야기해 주셔서 동인련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끝나고 방에 모여 한겨레 기사를 통해서만 알았던 윤 가브리엘님을 만나 '하늘을 듣는다'라는 저서에 저자 싸인도 받고(^____^) 회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너무 좋았던 시간을 기억하려고 일기장에 이날 만났던 회원들에 대한 인상을 다 적어두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하늘을 듣는다'를 읽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를 위로해준 음악 이야기들 덕분에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준 너무 고마운 책이었어요. 알지 못해서 가지게 되는 과장된 공포와 차별과 소외를 없애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인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두 번째 인권강좌에 다녀왔어요. 이젠 좀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뒤풀이도 참석할 수 있어서 그전보다 훨씬 편하게 인권연구소 창의 인권활동가 류은숙님이 들려주시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기이익과 충돌하는 지배이익을 지지하게 만드는, '내가 차별받지만 너희완 같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슬프고 초라한 우월성의 환상이라는 것과 연대를 위해서 공감으로부터 추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동인련과 함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글을 마쳐야 하니까, 신입회원 모임 다녀와서 썼던 제 일기 마지막 부분을 옮겨볼까 해요.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온 것 같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좋은 사람들이랑 연애얘기 하다 온 것 같고...

아무튼 좋았다는, 정말 좋았다는.

역시 어울려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더라는...

나는 내 안의 편견을 또 한꺼풀 벗겨내고 한걸음 나아간 것 같다는.."


조은혜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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