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 <하늘을 듣는다> 발간 이후 윤가브리엘을 만나다.

김준수 사진작가 개인전 "Hello Gabriel"


5월9일 김준수 사진작가의 <Hello! Gabriel> 개인전이 열리는 인사동 룩스 갤러리에서 윤가브리엘을 만났습니다. 3년 넘게 사진작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글을 써 온 윤가브리엘은 2010년 12월 <하늘을 듣는다>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발간했습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온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윤가브리엘의 글은 따뜻하고 힘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는 당연히(?) 아니지요. 서점에서 주문하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하지만 윤가브리엘의 글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은 정말 희망이 없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하늘을 듣는다> 이후의 삶을 담담히 살아가고 있는 윤가브리엘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요즘 서점가에는 희망, 청춘이라는 단어가 키워드라고 합니다. <하늘을 듣는다>는 윤가브리엘만이 아니라 청춘의 상처를 희망으로 씻어내는 HIV감염인과 AIDS환자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욜 : 형 이제 자기소개는 생략하기로 해요(웃음). 너무 유명해졌고 예전에 인터뷰도 했었으니까. 요즘 책과 사진전을 통해 윤가브리엘의 삶이 회자되고 있는데. 형은 어때요? 책 나오고 사진전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가브리엘 :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고. 좋은 점이라고 하면 책 냈을 때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도 있었는데 그건 어차피 내가 각오한 거니까. 그냥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은 이제 내가 직간접적으로 책 읽고 난 후의 반응을 접하게 되는데, 여러 사람들이 글을 기고하거나 전화해주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줬어. “너무 감명깊었다.” “글을 너무 잘 쓴다.”(웃음)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이럴 때 보람을 느꼈어. 그리고 책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욜 :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잖아요?


가브리엘 : 그렇지. 과정은 정말 치열했어. 한창 글을 썼을 때가 작년 여름이었는데. 너무 더웠잖아. 옥탑방의 열기가 장난아니었거든. 숨이 막힐 정도로. 내가 살면서 그렇게 여름을 치열하게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힘든 과정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따뜻한 화답으로 돌아와서 좋았어.

사진은 새로웠어. 작업을 할 때는 잘 몰랐거든. 내가 본 것도 있고. 이게 무슨 사진이야 할 정도로. 그런데 막상 작품으로 보니까 대단하더라고. 환등기라는 기계가 묘하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꿈결처럼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고. 나도 언젠가는 환등기 속의 나로 들어갈 수 있는 거니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소통하는 것 같은.

과거의 가브리엘과 현재의 가브리엘이 대화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저 사진은 꼭 둘이 이야기하는 것 같대. 물론 작업할 때는 잘 못 느꼈지만, 자기가 하고 싶었던 주제인 과거와 현재의 소통에 대해서는 잘 담았다고 생각해. 나라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새롭게 작품으로 승화시켜주는 것 같아서 준수씨한테 고마워.

 

욜 : <하늘을 듣는다>라는 책이 나오고 사진전까지 이어오면서 가브리엘이 노출이 많이 되고 이목이 집중되기도 하는 시점이라, 부담은 예전과 다를 것도 같은데.

 

가브리엘 : 사실 인권재단 사람에서 발행하는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에 글을 기고할 때 부터 너무 부끄러웠어. 사람들이 내가 동성애자고 감염인이라는 사실은 이전에 많이 알고 있었지만 정규교육도 못 받은 환경이라든가 이런 거에 대해서는 잘 몰랐잖아. 사실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사회운동 내에서도 편견들이 있었을 것 같아.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관계에 있어서 뭔가 이 사람들이 날 대하는 것이 예전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었어. 내 스스로 열등감이 있었겠지. 열등감.

 

욜 : 책을 쓰면서 열등감이 많이 극복된 것 같아요?

 

가브리엘 : 극복이라기보다 아직도 사람들의 반응들을 보는 것 같아. 나에 대해 다 알고 난 후와 전과 달라진 게 있지 않나 하고 말 한마디 하는 거. 나의 말에 경청하고 있는지 반응을 보려는 것 같아.

 

욜 : 형이랑 2000년도에 만나고 이후에 함께한 시간들이 많아서 책을 보면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많이 공감할 내용도 있었는데, 1,2부에 등장하는 개인적 삶은 나도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있어서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평탄한 과정이 아니다보니까.

 

가브리엘 : 그런 게 있더라고. 내가 처음 커밍아웃한 친구인 게이친구. 책에도 썼던 창희라고. 아픈 이후에도 간간히 보긴 했지만 워낙 자주 아파서 예전처럼 자주 어울리지 못했거든. 활동도 하고 그러니까. 근데 이번에 내가 책 내면서 네 얘기를 쓰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전화했었거든. 그 친구가 작년에 열렸던 북 콘서트에도 오고 어제도 전시에 왔었거든. 근데 콘서트 왔었는데 몇 년 만에 본거거든. 그날 그 친구를 붙잡고 펑펑 울었어.

나중에 그때 내가 왜 울었을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HIV/AIDS 관련 활동을 하고 북콘서트까지 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줬기 때문이야. 원척적인 힘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너무 고맙고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자주 보고 그래야 할 것 같아. 생각해보니 미안하더라고. 책이나 전시를 통해서 과거의 친구들하고 다시 관계맺음을 하는 것이 좋은 것도 같고.

 

욜 : 창희씨와 다르게 형이 만나왔던 익명의 사람들이 있을 텐데. 잊혀져있던 그 사람들이 책을 보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가브리엘 : 예전에 만났던 친구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글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들의 몫이니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지 나는 전혀 개의치 않을 것 같아. 사실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알면 아는 거고.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지만 ‘위로라도 해 줄걸’ 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웃음)

 

욜 : 어제 사진전시에 감염인 한 분이 왔다고 들었어요. 책이나 전시가 누구들한테 많이 읽혀지고 봐줬으면 좋을 것 같아요. 최우선적인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브리엘 : 김조광수 대표가 추천서를 써줬는데, 사실 책을 쓰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그대로 써 주셨더라고. 내가 정말 그랬거든. 성소수자들이나 감염인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게이로서 감염인으로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힘듦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것은 다 똑같잖아. 내 이야기가 서로에게 등 두드려주는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어.

 

욜 : 이제 책도 출간하셨고 사진전시도 하셨는데, 또 하실 게 남아 있으세요? (웃음)

 

가브리엘 : 다큐.

 

욜 : 아. 다큐. 다큐소개 좀 잠깐 해줘

 

가브리엘 : 처음 시작한 거부터 얘기를 해야겠지. 2008년도에 한예종 방송영화학과 친구들이 중간에 과제를 내는 작품으로 만들어야하는데. 셋이서 공동으로. 무슨 작품을 고민하다가 HIV를 해보자 하고 나한테 왔어. 단편으로 “경계를 넘어”라는 작품 촬영을 했고 그 작품이 나름대로 교수들한테 좋은 평가도 받았나봐. 상도 받고.

 

욜 : 무슨 상을 받았지?

 

가브리엘 : 문광부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대상 방송영상부문 문화부장관상 받았어. 그 친구들 중에 노은지하고 고유정이라는 친구 둘이 졸업을 하고 나서도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 하고 싶고, 내 이야기를 몇 년에 걸쳐서 기록하는 형태로 다시 작업하고 싶다고 해서 2009년부터 시작이 됐어. 시작하게 된 계기가 쉼터에서 A를 만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그랬잖아. A랑 쉼터 나와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의 관계. 서로서로가 변해가는 과정들 이런 이야기가 담길 것 같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야. 인디다큐 사전제작지원작품으로 선정됐으니까. 올 말이나 내년에는 할 것 같아. 나는 드러내는 게 괜찮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어.

아까 얘기하려다 못했는데 책을 쓴 목적 중에 하나가 인권활동의 일환이 될 거라는 생각도 했었거든. 기자회견 못지않게 책, 영화, 사진 등 다양한 경로를 많이 만들어서 HIV에 대한 여러 내용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욜 : 이제 마지막으로 질문이에요. 사진은 단기에 끝나지만 책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잖아.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하늘을 듣는다>가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책을 꼭 봐야한다라는 멘트를 해주시죠. (웃음)


가브리엘 :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유복하게 태어나서 가정을 꾸리면서 별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살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데. 일반 대중들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

 

욜 : 형 스스로도 과거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 것 같아요.

 

가브리엘 : 그렇지. 봉제공장가서 고생한 거나. 성정체성 때문에 방황했던 거나. 정말 몰랐는데, 힘들었던 과정 속에서도 아름다운 그 무언가가 있었어. 책을 쓰게 되면서 그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 내가 못 배웠다는 것에, 공돌이라는 것에, 감염인이라는 것에 더 당당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았다면 걱정 때문에 계속 머뭇거리게 되었을 거야.

 

윤가브리엘을 만나면 <하늘을 듣는다> 추천서를 써준 김조광수 대표처럼 내가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나에게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지 하며 생각하다가도 윤가브리엘에게 비하면 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 발간, 사진전시 이후에도 HIV/AIDS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윤가브리엘의 희망릴레이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듣는다>를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정리_ 정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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