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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다녀와서

by 행성인 2011. 6. 27.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다녀와서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나는 이 집회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가고 싶다. 매일은 힘들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고졸은 대놓고 임금을 적게 주는 상황에서 대학등록금이 그렇게 높아서야, 뭐 빚쟁이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돈 없는 것들은 그러고 살라는 말밖에 안 되는 이 상황. 너무 어이가 없고 답답해서 나가는 거다. 그거라도 하면 조금 바뀔까 해서.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말한다. 돈이 없다고. 아니, 4대강에 쓸 돈은 있는데 왜 없다 하냐고. 재단전입금은 왜 그리 많이 쌓아 두냐고. 그걸 세금으로 때우는 건 답이 아니라고. 재단전입금은 그렇게 쓸 수 없다고. 누군 할 수 없다 말하고 누군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논리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다 보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다.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대학을 안 가도 되도록 하던지. 별로 배우는 것도 없더만. 그리고 지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촛불을 드는 것이다.

 

이전에도 여러 집회에 간 적이 있다. 그 때는 무지개 밑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목말라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이성애자로 읽히는 것이 답답했다. 성소수자 정체성은 내 일부분인 것이 맞다. 하지만 살면서 아무도 내 일부분을 봐주지 않았다. 내가 동성애자라고 말해야만 그들은 더 이상 날 이성애자로 읽지 않았다. 전부인 것처럼 말하지 않으면 난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의 난 무지개 아래에 있다.

 

집회에서 멋진 구호를 외치며 다니는 사람들을 봤다. “등록금 폐지, 최저임금 만원” 집회에 가면 항상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근데 그건 과연 “다른” 것일까? 돈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등록금이 높은 것과 최저임금이 적은 것이 다른 문제가 아니다. 둘 다 날 살지 못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이 갑자기 정리해고 당하는 문제와 최저임금 문제, 등록금 문제는 다른 문제일까? 누구의 입장에서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다르다고 하면 뭐가 좋은 걸까? 그리고 다르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럼 같은 이야기만 해야 하는 건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안 되나? 광우병 사태로 커진 촛불 집회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다른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고, 그걸 들을 수 있었고,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등록금 문제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거슬린다. 정치인들이 등록금을 가지고 정치하지 않으면 뭘로 할 것인가? 이 말이 예전에는 너희도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계속 쭉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아니면 너는 등록금 문제에 그리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니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그럼 지금 알바하느라 집회에 나올 시간도 없는 이해당사자들이 집회에 나오라는 이야기인가? 나는 운이 좋게도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녔으니까, 내가 집회에 가면 불순한 의도로 집회에 참가하는 건가? 내가 어떤 정당, 혹은 정치 집단에 포함되어 있다면 내 의도는 불순한 것인가? 헛소리 집어치우고, 등록금 문제나 해결해라.

 

반값 등록금 집회 무지개 깃발 아래서 만나요~



 
오리_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