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청년,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만나다!

'감성청년'과 닮은 고양이 - 감성청년 페이스북 사진 중



처음 정욜님이 저에게 웹진에 글을 한번 써보는 것 어때요? 라고 권유하셨을 때, 응? 나한테 무슨 글을 쓰라고 하시는 걸까? 라고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글이요? 라고 반문했더니 신입회원의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적응기 같은 주제로 한번 써보는 것 어때요? 라고 하셔서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29살 입니다. 내년이면 서른, 계란한판의 나이가 되는 이 시기에 제가 동인련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고 최근 들어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참여하게 된 것은 아마 6월과 7월에 동인련 회원이나 CMS 후원 회원으로 가입하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영화 <종로의 기적>을 빼고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저는 2011년 5월 19일 제15회 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서 상영되었던 <종로의 기적>을 마로니에 공원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 같이 영화를 보았던 제 지인이 그러더군요. 형 너무 가슴이 벅찬 일 아니에요? 우리 영화가 이런 시내 번화가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상영된다는 것이 말이에요. 네 물론 저도 가슴이 벅차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동인련 홈페이지를 찾았고 후원 회원으로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이 사람은 영화에 감동을 받아서 동인련을 후원하게 되었구나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영화를 7번이나 봤어? 왜?!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종로의 기적>을 7번 보면서 친구들에게 너도 <종로의 기적>을 영화관 가서 한번 관람해 보는 것 어떨까? 라고 말했을 때, 물론 저는 이성애자, 동성애자 친구들에게도 동일하게 권유했었지만, 반응이 너무 극과 극으로 달랐습니다. 오히려 제가 커밍아웃 했었던 이성애자 친구들이 더 설득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종로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면 네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나를 위해서 이 영화를 봐줄래?’라고 이야기 했을 때, 물론 어느 정도의 신뢰관계가 형성된 친구라는 상황 덕분에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 그런 영화라면 꼭 볼게!’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병권님 처음에 좀 덜 씻은 모습은 그랬는데 뒷부분에 정리된 얼굴 보니까 잘생겼더라. 영수님 에피소드가 참 아름다운 이유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한 순간을 훔쳐본 기분이었어. 욜님 에피소드는 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문제인데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와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 등등 이런 이야기들을 영화를 통해 나눌 수 있었고 너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니? 혹 그런 상처를 내가 은연 중에 던진 적은 없었니? 같은 질문도 주고 받아서 관계가 조금 더 탄탄해진 느낌도 있었습니다.


반면, 나와 같은 동성애자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는, ‘그 영화가 뭔데?’ ‘나 <트랜스포머> 봐야 되는데?’ ‘내가 영화를 잘 안 봐서.’ ‘요새 내가 영화 볼 시간이 없네.’ 등등의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는, 아 그래 취향이니 존중해줘야지 했지만, ‘그 영화 그거지? 게이들 나오는 거? 나 안 봐. 다 아는 이야기를 왜 봐?’ ‘그거 보러 갔다가 친구라도 만나봐.’ ‘안돼. 아웃팅 당해.’ 등등의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는 좀 화가 났습니다. ‘내가 내 돈 주고 영화 보러 가는데 그것도 눈치보고 가야 되요?’ 뭐 이런 극단적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눈치보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왜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하고 게이 영화, 재미없는 영화라고 단정 짓게 된 것일까요? 그렇게 주말이면 요즘 뜨는 영화들 보러 가는 친구들이 정작 우리의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는 눈치를 보며 꺼리게 되는 것일까요?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보지 않는다면 대신 내가 더 많이 봐서 이 영화에서 느낀 감정들을 혹은 이슈들을 전해주자. 그런 나의 행동이 어떤 측면에서는 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이도 존재함을 생각하고 느껴오며 자랐지만, 어느 순간 내 스스로 그런 것들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에 정욜님이 인터뷰할 때 입고 계시던 옷의 글귀처럼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받아들여지고 그럼으로 존중 받게 되는 현실과 가까워지는 활동들 혹은 이야기들을 동인련에서 앞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만남의 만남, 관계의 관계, 이해의 이해를 넘어 우리가 되는 시간


보통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면 나를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몇 살이고 어디에 살고 닉네임은 무엇이고….이것뿐입니까? 그 커뮤니티의 기존 회원들이 있으면 그들이 미리 만들어둔 울타리 안쪽으로 파고들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요. 그래서 포기하고 커뮤니티에서 도망쳐 그저 일상에서 숨어 지내는 친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 수가 오래되면 오래된 커뮤니티 일수록 더 끼어들기가 버겁습니다. 하지만 근 2개월 남짓 제가 느낀 동인련이라는 단체의 벽은 생각보다 넘기 쉬웠습니다. <종로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통해 내 안의 망각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금 깨달았다면 동성애자 인권 연대라는 단체는 그런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와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가 이해와 이해를 넘어서 우리가 되는 행복한 시간.


물론 저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고 이 생각이 어느 순간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혹시라도 오프라인 모임이 부담스러워 고민하고 계시다면 겁내지 않아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지금의 회원들도 오래 전에는 당신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혼자이고 누구나 외롭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우리가 외롭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 그게 어려운 사람도 물론 존재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어릴 적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눈의 초점이 안 맞습니다. 유년시절 내 안의 여성성으로 인해 장기간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었고 군 면제로 인해 사회생활에서 소외됨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거짓을 보여줘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나오게 되면서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우울한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렸던 내 안의 상처들을 보듬고 치유하려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는 것 말고 밖으로 나와 내 존재의 타당함을 소리 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희망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성청년_ 동성애자인권연대 신입회원



  1. 정욜
    2011.08.08 21:30 [Edit/Del] [Reply]
    감성청년의 글을보면서 나 스스로 메말라진 감성에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해봅니다 ^^
  2. 조곤
    2011.08.14 09:30 [Edit/Del]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파릇파릇한 글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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