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성소수자 노동자 토론회 후기


'차근차근 꾸준하게'


이번 토론회를 생각하면 맨 마지막 '곱단'이의 질문에 대해 임선생님이 해주셨던 이 이야기가 계속 떠오른다. 전체적으로 토론회 시간 내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상처도 함께 돌아보고 위로받고 힘을 냈다.


1부. 우리들의 생존기


게이 기간제 교사, 레즈비언 생산직 노동자, 레즈비언 비정규 노동자, 트랜스젠더 우체국 노동자, 게이 백화점 판매 노동자,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그리고 김소연 기륭전자노동조합 분회장님과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님의 이야기.


때로 성소수자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었다. 동인련에 들어오기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주변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니까. 그저 막연하게 존재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쨌거나 드러났을 때 불이익을 보게 될 거라는 불안감이나 자신을 겨냥하지 않아도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을 옆에서 고스란히 들어야 할 때의 상황, 화장실이나 휴게실 사용 문제 등 이런 것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김소연 분회장님이 처음에는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을 보시고 '저 사람들은 왜 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셨지만 지금은 다 함께 교육 받고 이야기 나누고 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들으며,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함께 이야기 나누고 서로 알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경옥 사무처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순간에 모두가 깊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들, 즉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나를 드러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이성애자이고(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남자를 좋아해왔으니 확실한 것 같다.ㅎ) 음...지금은 정규직이고, 음...평범함 삼십대? 남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나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난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달라. 거짓말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내 처지를 다 말하고 동정 받고 싶지도 않다. 가끔은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지만 결국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나한테 마이너스가 될 뿐이야.' 등 뭐...이런 생각을 늘 해왔던 것 같다.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지 않을까? 자기만의 상처, 자기만의 소수자적인 부분을 숨기고 아파하면서.


몇 년 전쯤 새롭게 부서가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 아주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생활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니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불만이 쌓여서 나중에는 술자리에서 ‘은혜는 두 얼굴이야’라느니 뭐라느니 노골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결국 울고 짜면서 힘든 얘기 끌어 모아 다 털어놓고 나니 동료들이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해서 그 이후부터는 직장생활이 편안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성소수자 노동자가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생활을 동료들과 나누지 않고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알 것 같다. 왜들 그렇게 알고 싶어 하고 걱정해 주고 싶어 하는지 참...


2부. 이야기손님과 함께 하는 토크쇼와 수다방.


감성청년과 임선생님, 그리고 참여자들의 질문과 소감이 함께 한 시간. 자료집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임선생님이 성소수자로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내면이 아주 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내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들도 너무나 쉽게 성소수자가 어디에나 있고 바로 내 옆의 너무나 좋은 동료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임선생님이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어둡고 힘든 시간을 최근까지도 오랫동안 겪어오셨지만 그럴 때조차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계획대로 차근차근히 준비해 오셨다는 것. 그래서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만족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위로와 힘을 주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내 직장동료가 직장에서 커밍아웃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난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함께 싸울 수 있을까? 갑자기 답답해진다. 도대체 왜 불이익을 받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이런 걱정 안하고도 일터에서 맘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 지지해주고 했으면 좋겠다.

은혜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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