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5월 1일은 메이데이, 노동자의 날입니다. 저는 지금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 앉아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당기는 느낌이 드네요. 저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십오 분 저의 알람은 늘 저를 깨웁니다. 일어나기 싫어서 5분만 5분만 하다가 시계를 보면 일곱 시 삼십 분을 넘기는 날이 더 많습니다. 저는 마포구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 게이입니다. 늘 마포구청 근처를 지나가며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 근처의 역까지 가는데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이 흐릅니다. 늘 빈자리가 언제 생기지 않을까 이리저리 눈알을 굴려보아도 근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일어나는데, 제 앞에 앉은 사람은 저보다 멀리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 운이 안 좋네 라고 생각합니다. 늘 편히 출근할 수는 없지 하고서 지친 채로 회사에 여덟 시 사십 분쯤 도착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25층이라 엘리베이터 타기도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오십 분까지는 자리에 도착해서 팀장님께 출근용 미소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어째 간당간당 합니다. 그래서 아홉 시 전에는 컴퓨터를 켜고 하루의 노동을 시작 합니다.

저는 콜센터 노동자입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인사를 하루에 많게는 140번, 적게는 80번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욕도 먹고 가끔은 친절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뭐 일은 논외로 치고 회사 생활의 묘미는 점심시간 이아닌가 싶은데요. 처음 입사를 하고 직원들과 점심을 먹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3가지입니다.

 

“몇 살이세요?” 

“어디 사세요?” 

“여자 친구 있으세요?”

 

앞의 두 질문이야 늘 받아도 그려려니 합니다. “서른 한 살이요” “홍대 근처 살아요” 라는 답까지 하고 나면 마지막 질문에서 고민이 됩니다. 여자 친구 없다고 하면 이 나이 먹도록 결혼할 나이에 연애도 안하고 뭐했냐? 라는 시선을 받을 것이고, 있다고 하면 여자 친구는 무슨 일 하냐? 몇 살이냐? 얼마나 만났냐? 만나면 뭐하냐? 예쁘냐? 등등의 질문 공세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없다고 하기도 있다고 하기도 뭐한 그런 질문입니다.

 

저는 이제 연애한지 10개월째 접어드는 제가 보기엔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하는 일터에서는 제 애인의 존재를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배웠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저의 일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문득 당신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당신도 나와 같은 환경인지, 아니면 나보다 훨씬 못한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여유가 있는 일터에서 노동하고 있는지,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혹은 안드로진, 퀘스쳐너리, 에이섹슈얼 같은 당신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에서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일터인지 말입니다.


당신의 일터는 어떠십니까?

 

당신이 혹시 아르바이트 노동자라면 최저시급 4860원 이상을 임금으로 받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최저시급 4860원. 1시간을 고생하며 일해도 까페에서 커피 한 잔, 케익 한 조각 여유롭게 즐길 수 없는 시급입니다.

 

“손님, 주문하신 카라멜 마끼아또 나오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커피 가격이 자신의 시급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웃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6000원, 7000원을 받으며,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야간에 일하거나 전문성을 요구하거나 더 힘든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 힘든 일이니 임금을 높이 받는 것은 당연하고 더 쉬운 일이니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것이 어디냐는 인식이 존재하는 사회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스스로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보통 9시간 이상, 많게는 11시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하지만 그곳에 나는 없습니다. 이성애자 노동자인 나는 존재하지만 성소수자 노동자인 나는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이성애자 직장 동료인 나는 존재하지만 성소수자 직장 동료인 나는 없습니다. 내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일터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삶을 살아갑니다. 현실이 이런데 라고 합리화를 시켜도 늘 마음 한구석은 허전합니다.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인 당신에게, 노동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어떠십니까? 당신의 존재가 인정 받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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