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4월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극우·보수 기독교 세력의 동성애혐오적 반발에 두 손을 들고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철회한 사상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법안이 발의되고도 논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법안의 발의를 철회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김한길, 최원식 의원은 사실상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훼손했다. 기득권 세력의 과장된 힘에 무기력하게 두 손을 들었으니 말이다.

 

차별금지법은 포괄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차별과 불평등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차별금지법에 나열된 차별 사유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어도 서너 개씩 해당된다. 이윤과 경쟁 논리가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성별, 외모, 학벌 등으로 차별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은 이 법을 남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동성애자’. ‘종북세력’, ‘성범죄자’ 등 사람들이 꺼려하고 혐오하는 집단을 들먹이며 모든 이들의 평등권 실현이라는 차별금지법의 진정한 의의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는 우리, 성소수자들을 희생양 삼아 보수적인 성관념을 강화하고, 심각한 사회 문제인 불평등과 빈부격차,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가리려 한다. 오늘만 해도 성소수자 인권을 다룬 방송을 비난하며 주요 일간지들(조선, 중앙, 동아, 국민)에 동성애혐오를 조장하는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존엄과 인권을 짓밟는 데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극우·보수 기독교 세력의 혐오 조장은 무지에서 비롯한 것도 아니고,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일 일이 아니게 됐다. 그들은 우리가 힘겹게 쌓아온 자긍심을 짓밟고, 성소수자들을 다시 벽장 속에 처넣고, 수치심과 자기 혐오 속에 살기를 강요한다. 여전히 심각한 혐오와 차별 때문에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외국에서 들려오는 혐오 범죄 소식을 놀라워할 일이 아니다. 저들이 목청 높이는 혐오와 차별의 말이 현실에서 괴롭힘과 폭력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순히 천대와 차별을 감내하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긍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혐오 세력이 말하는 하나님의 법이나 바른 성문화 따위의 수사로 인류가 쌓아온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대한 합의를 깨트릴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더 단호하게 평등과 인권을 요구할 때다. 특정한 인간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결국 모든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을 억압한다. 성소수자 혐오가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는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모든 사람의 성적 자유를 제약하듯이 말이다.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자.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눙치지 말자. 저들은 우리가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를 차별한다면 누구도 평등할 수 없다고 말하자. 지금 성소수자의 인권은 이 사회의 인권의 척도가 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성소수자 인권과 평등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자. 누구든 차별받는다면 아무도 평등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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