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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

"쟤들은 왜 한 이불 덮고 잘까?" - 훈훈한 가족 커밍아웃 스토리

by 행성인 2013. 12. 25.


인터뷰 한 사람: 모리, 바람, 종원(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마루

 

 




 

Q. 안녕하세요, 마루님. 정말 반갑습니다. 마루님의 훈훈한 커밍아웃 스토리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웃음과 박수)

 

마루: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루라고 합니다.

 

 

Q. 먼저 커밍아웃 스토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리, 바람, 종원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마루: 네, 제 고향은 다른 곳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고요. 올해로 24살입니다. 정체성은 게이 남성이고요.

 

 

Q. 게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하게 된 경험들을 말씀해 주세요. 언제, 어떻게 깨달았는지.

 

마루: 평소에 친구들한테 이런 얘기 참 많이 했었는데. (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자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초등학교 고학년인가 중학교 때 즈음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사촌 여자애들하고 정말 잘 놀았어요. 소꿉놀이, 고무줄놀이도 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서로 누구 좋아하냐고 묻고 그러잖아요. 근데 저는 ‘내가 어떤 여자애를 좋아하지?’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떠오르는 여자아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냥 맨날 바뀐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어요. 첫사랑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Q. 내적 갈등은 없었어요? 내가 왜 남자 선생님을 좋아하지, 이런 갈등?

 

마루: 갈등했었나,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좋아하는 순수한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그때즈음에 제가 음악 캠프를 갔었는데, 거기서 친해진 형을 좋아하게 됐었어요. 캠프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지냈고요.

 

 

Q. 그땐 마루님 본인이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라는 인식이 있었나요?

 

마루: ‘게이’라는 단어는 몰랐는데,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끌리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같은 반이 돼서 친해진 친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또래를 좋아하는 건 그 아이가 처음이었어요. 친하게 지내면서 나 혼자 좋아했으니까 마음고생이 심했죠.

 

 

Q. 짝사랑이었군요. 결국 고백은 못했나요?

 

마루: 나중에 중3 때 결국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로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다행히도 마음씨가 착한 친구여서 욕하거나 하지 않고 잘 이해해 줬어요. 되게 고맙게 생각해요. 그때 그 친구가 만약 저에게 욕을 하고 상처를 줬다면 아마 트라우마가 생겼을지도 모르죠.

 

 

Q. 맞아요. 아웃팅 당하고, 학교 생활 꼬이고, 부모님이 알게 되고……. 그 친구가 비밀도 지켜 준 거네요.

 

마루: 네. 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어떤 여자애가 제 친구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다른 애들은 전부 이 둘을 엮어 주려고 하는데, 옆에서 저는 막 화가 나는 거예요. 질투도 나고. (웃음)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제 친구가 제 기분 상할까 봐 많이 배려해 줬죠. 이미 저한테 고백을 들은 상태니까. 진짜 고마웠죠.

 

 

Q. 그러면 ‘게이’나 ‘동성애’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언제예요?

 

마루: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호기심에 막 검색하잖아요.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어, 게이가 뭐지?’ 했죠. 카페도 가입했었고. 사실 청소년 때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고등학교 땐 기숙사에 살았어요. 그때 한 친구를 좋아하게 됐죠. 수학여행 가서도 계속 걔랑만 다녔어요. 진짜 재미있었죠. 그러고 나니까 더 좋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나 혼자 말을 못하고 힘드니까 결국 고백을 했어요. 지금은 커밍아웃할 때 전혀 떨지 않는데, 그땐 부들부들 떨면서 얘기를 했어요. 30분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뗐죠.

 

 

Q. 친구 반응이 어땠나요?

 

마루: 처음엔 중학교 때 고백했던 친구랑 반응이 비슷했어요. “내가 너한테 고백한다고 해서 사귀자는 게 아니라 혼자 마음 속에 담아두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알아만 줬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얘기하는 거다”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괜찮다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저를 멀리하는 느낌이 들었죠. 고백하기 전에는 맨날 같이 다녔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봤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밥 먹을 때 마주쳐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거예요. 처음엔 진짜 친하게 지냈는데.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았었어요. 그 친구하고 관계를 회복하려고 1년의 시간을 들였죠. 3개월 간격으로 손편지를 썼어요. 무슨 내용을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부담 줘서 미안하고, 내가 바라는 거는 그냥 예전처럼만 지냈으면 하는 거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답장은 없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서 진짜 우울증 걸릴 것 같은 거예요. ‘어떡하지?’ 하다가,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고3 올라갈 때 동갑인 한 친구랑 연락을 하게 됐어요. 게이인 사람과 연락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핸드폰 문자로만 얘기를 주고받았는데도 되게 신기했죠. 수능 한 달 전에는 연락을 주고받던 한 형이 좋아져서 사귀기 시작했어요. 공식적으로 누구랑 사귄 거는 그때가 처음이었죠.

 

 

Q. 그럼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커밍아웃한 건 그 두 친구가 전부였나요?

 

마루: 한 명 또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랑 이 친구랑 이렇게 셋이서 친하게 지냈거든요. 너무 힘드니까 이 친구한테도 고민을 털어놨죠. 이 친구는 전적으로 제 편을 들어 줬어요.

 

 

Q. 지금은 가족도 마루님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가요?

 

마루: 네, 아버지, 어머니 다 알아요.

 

 

Q. 부모님께는 언제 커밍아웃을 했나요?

 

마루: 21살 때 했어요. 대학교 다니면서는 따로 살았는데요. 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랑 사이가 좀 각별했어요. 특히 어머니랑 무척 가깝게 지냈거든요. 대화도 많이 했고. 그래서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제 기억으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되게 개방적이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예전에 하리수랑 홍석천 얘기 많이 나올 때, 그때 엄마가 어떤 시사 주간지를 저한테 보여 줬어요. 하리수가 표지 모델이었거든요. 엄마가 누구인지 아냐고 물어 보셔서 모르겠다고 하니까 “이 사람은 남자로 태어났는데 여자가 되고 싶어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야”라고 설명을 해 주셨어요.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고, 그냥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려 주신 게 전부였어요. 어머니가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던 게 저한테 굉장히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자괴감이 들었을 수도 있는데.

 

 

Q. 아버지도 개방적이셨나요?

 

마루: 아버지는 성향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세요. 어떤 문제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취하시는 분이 아니죠.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저한테 “네가 스스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씀하셨어요. 10대 때에도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제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라는 말씀을 하셨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커밍아웃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죠.

 

 

Q.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개방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커밍아웃할 때 두려움도 별로 없었겠네요.

 

마루: 솔직히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그게 또 20살 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다가 21살 돼서 커밍아웃을 한 거거든요. 부모님이랑 그렇게 친밀한 관계를 이어 오다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게이 라이프’라는 엄청난 비밀이 생긴 거죠. 근데 그런 일상에 대해 부모님에게 얘기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갑자기 비밀이 생기니까 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고요. 또 엄마가 눈치가 되게 빠르세요. 제가 20살 때부터 애인을 사귀었는데, 자취방에서 같이 살았거든요. 부모님은 그냥 룸메이트라고 알고 계셨고. 그러다 보니 전화를 해도 제가 말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잦아졌고, 그게 어머니는 되게 서운하셨나 봐요. 요즘에 엄마한테 뭐 숨기는 거 있냐면서, 자꾸 걱정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아, 얘기를 해야겠다. 마침 그때 TV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를 했었어요. 엄마도 그 드라마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한번은 집에 갔을 때 엄마한테 물어 봤어요. 마침 그때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들이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이 방영될 즈음이었는데, 엄마는 그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 봤죠. 그런데 너무 티가 나게 떠봤던 것 같아요. (웃음) 원래 엄마랑 그런 진지한 얘기, 사회 얘기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런 대화의 연장으로 태연한 척 연기하면서 얘기한 건데, 손은 막 벌벌 떨고 있었죠.

 


인생은 아름다워 20회 “태섭이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한 후 오열하는 장면”



 

 Q. 그랬더니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나요?

 

마루: 본인도 드라마 속 어머니처럼 행동을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 내가 만약에 그렇게 얘기를 하면 어떨 것 같아?”라고 여쭤 봤더니 “글쎄,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엄마 아들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얻었죠.

 

 

Q. 그럼 그때 커밍아웃을 한 건가요?

 

마루: 아뇨, 그때 바로 얘기하지는 못했어요. 그러고 나서도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얘기를 두세 번 정도 더 했어요. 커밍아웃을 한 건 여름방학 때 집에 내려갔을 때였어요. 그날 엄마랑 둘이 집에 있었는데 식사를 하고 나서 제가 오랜만에 차를 마시자고 제안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바로 “너 엄마한테 무슨 할 말 있지?” 그러시는 거예요. (웃음) 엄마가 눈치가 진짜 빠르시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할 말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죠. 정말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어떻게 얘기를 해야 엄마가 덜 놀랄까?’ 생각을 했죠. 그러는 사이 엄마가 “네가 무슨 말을 엄마한테 하고 싶은지 맞춰 봐도 되겠니?” 하시는 거예요. (웃음) ‘설마 엄마가 아시겠어’ 하는데, “너 혹시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하시는 거예요. 제가 놀라서 “엄마,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니까 “그냥 요즘에 네가 맨날 그 드라마 얘기만 하니까, 혹시나 네가 그래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셨대요.

 

 

Q. 우와, 눈치가 정말 빠르시네요. (웃음)

 

마루: 네, 그리고 사실 그때 사귀고 있던 애인이 저희 집에도 자주 놀러 왔어요. 엄마, 아빠랑 같이 놀러도 가고 그랬죠. 엄마가 뭘 보고 눈치를 채셨냐면, 저는 침대에서 자고 형은 바닥에서 잤는데, 아침에 엄마가 깨우려고 방에 들어오실 때마다 ‘쟤들은 왜 한 이불 덮고 잘까.’ 생각하신 거죠. 그러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거예요. 딱히 여자친구도 없고, 형들하고 너무 친하고, 남자애들 한두 명이랑 유독 친하게 지내고, 맨날 오는 애만 데리고 오고…….

 

 

Q. 어머니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계셨군요. 그래서 커밍아웃 당일에는 어떻게 된 건가요?

 

마루: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어머니가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다고 위로도 해 주시고. 좀 진정에 된 다음에는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며느리한테 아들 안 뺏긴다고. (웃음) 아버지께는 좀 죄송한 게, 사실은 아버지께도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근데 엄마한테 얘기를 하고 나니까 너무 진이 빠져서 도저히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한테 대신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서울로 올라왔죠. 그 다음주에 집에 내려갔는데 아버지께서 “진작에 이야기하지 그랬냐, 힘들었을 텐데.” 하시더라고요.

 

 

Q. 우와, 진짜 감동적이네요! 그럼 아버지랑도 정체성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눴나요?

 

마루: 사실 아빠랑은 이런 이야기는 아직 편하게는 못하겠어요. 거부감은 없어도 생소한 거니까. 어머니 같은 경우는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셨거든요. 김조광수 감독님이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걸 다 스크랩하셔서 저한테 읽어 보라고 하시고. 엄마가 읽다가 “이게 무슨 말이야? 끼순이가 무슨 뜻이야?” 이런 질문도 하시고. (웃음)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세요. 먼저 이야기 꺼내시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편하게 얘기해요. 만나는 사람 얘기도 하고, 동거했던 얘기도 하고. 그때 그게 사실은 동거였다고 말이죠. 아빠한테는 엄마가 많이 알려 줘요. 아버지는 제가 아들이니까 이해하시는 정도죠. 그래서 엄마가 아빠한테 이야기를 많이 해요.

 

 

Q. 전체적으로 커밍아웃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네요.

 

마루: 제가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대중 매체에 동성애자 얘기가 나오면, 예전에는 한번 듣고 흘릴 이야기인데, 이제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요. 그리고 내색은 안 하셨지만,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 상처받지는 않을지 한동안 걱정도 많이 하셨대요. 근데 이번 달에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예전엔 걱정 많이 했는데 요샌 걱정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잘 지내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또 사실 이게 크게 걱정할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웃음) 사실 힘들더라도 게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게 힘든 거라 생각해요. 수많은 고민들 가운데 하나인 거죠. 그래서 큰 걱정은 안 해요.

 

 

Q. 근데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이 왜 게이가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시진 않았나요? 죄책감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거든요.

 

마루: 저희 어머니는 게이가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거라는 걸 알고 계셨어요. 근데 말씀은 안 하셨지만, 생각은 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들은 자식이 아프면 내 탓 같다고 막 그러잖아요.

 

 

Q. 요즘엔 가족과 어때요? 부모님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친척들에게도 이야기하고 그러나요?

 

마루: 친척들은 몰라요. 어머니는 혼자 신문을 많이 보는 것 같고요.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많이 물어 보세요.

 

 

Q. 마루님이 게이라는 걸 부모님이 알게 되고 난 후 자녀에 대한 꿈이라든지, 계획 같은 걸 수정하시나요?

 

마루: 한국에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은 있어요. 요새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는 나라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곳 가서 살라고. 근데 저는 형제가 없고 부모님 두 분이 한국에 계시니까 룰루랄라 가기가 좀 그래요.

 

 

Q. 그럴 땐 동성애자인권연대에 후원을 하시면 한국에서도 성소수자 인권이 더 빨리 증진된답니다. (웃음)

 

마루: 어머니는 국내 상황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세요. 저도 그렇고요. 언젠가는 다른 나라들처럼 동성 결혼이 법제화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빠를 것 같진 않아요. 인식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내 일이 아닐 땐 동성애자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다가도 그게 내 가족의 얘기가 됐을 때 태도를 바꾸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거든요.

 

 

Q. 성소수자의 가족으로 커밍아웃하는 것에 대해서는 얘기해 본 적이 없나요?

 

마루: 그 단계까진 나아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커밍아웃을 하는 건 결국 제가 커밍아웃을 하는 거잖아요. 엄마가 본인 입장보단 제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거죠.

 

 

Q. 그럼 커밍아웃 유경험자로서 (웃음) 커밍아웃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루: 저에 대해서 한 가지를 더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적어도 친구들 20명한테 커밍아웃을 한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멀어진 친구들이 한두 명 있기는 해요. 그 친구들은 진짜 모습의 저를 친구라고 생각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 외엔 커밍아웃을 하면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Q. 마루님도 잘 아시겠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커밍아웃은 늘 화제잖아요.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많고요. 혹시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마루: 어떻게 보면 제가 커밍아웃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한데요. 우선 자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친구한테 해 준 얘기이기도 한데, 아무리 답답하고 힘들어도 억지로 커밍아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나와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교류를 많이 해서 자신감이 생기고 나면, 그때 비로소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을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커밍아웃은 의무도 아니지만, 무작정 꺼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Q.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해야겠다고 고민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마루: 솔직히 말하면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힘들게 이야기한 건 맞지만, 부모님께서 이해해 주실 거라고 예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거부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경제적 독립이 완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겠다는 분들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말도 맞는 말 같아요.

 

 

Q. 네. 커밍아웃 가이드에서도 청소년의 경우, 경제적 자립이 될 수 있을 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커밍아웃은 정말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루님 같은 분들의 이야기들이 소중하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하고요.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마루: 우연히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서 좋았어요. 누군가 제 이야기를 읽고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