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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노동

성소수자 노동권 세미나 그 첫 번째 시간 - “여성 노동 운동의 역사와 쟁점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by 행성인 2014. 4. 1.

형태 (성소수자노동권팀)


2014년 2월 28일 금요일 밤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은 성소수자 노동권 세미나 첫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미나는 성소수자 노동권팀의 장기적인 활동 계획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덕현의 여는 말로 시작되었습니다. 


첫 시간의 주제는 여성 노동 운동의 역사와 쟁점들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었는데. 세미나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 최상림

2) "아름다운 여성노동운동가, 한명희

3) "적극적 평등 조치의 숨은 역사: 1970년대 일하는 여성들의 투쟁과 계급의 젠더", 낸시 매클린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라는 책 298쪽에 나와 있는 글)


세미나의 진행 방식은 사회자가 문제적인 지점을 공유하고 서로가 생각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를 나누었습니다.


여성 노동 운동의 역사를 공유하며 성소수자 노동 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첫 번째로 사회적 기반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제도를 만들어도 사회적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을 때, 그 제도는 활용 가능성이 쉽게 사라지기에 여성 노동 운동은 단체협약이나 관련법 제정에 있어 당시의 투쟁이나 협상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최대한 많이 제도 안에서 요구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고용차별 금지법 같은 법안 안에 성소수자를 고용함에 있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킨다고 하여도 그 조항이 지켜져야 함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 제도가 어느정도나 힘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여성 노동 운동 안에서 우리가 배우거나 혹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노동자라고 깨닫고 자신이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쩐지 우리의 일상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비일상적인 일 같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나 성소수자 노동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매일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고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리고 그 일을 함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노동자라고 깨닫기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명희씨 인터뷰에서 3개월치 월급을 모아서 코트나 구두를 사던 여성 노동자가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노동자라고 이야기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워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게이나 레즈비언이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열심히 신나게 놉니다. 평일에 일하는 것으로 주말에 진짜 나의 일상을 즐기는 것이지만 그 즐거운 주말이 평일에도 가능하게 하려면 일터에서도 내 모습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기에 편안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활동이 성소수자 노동권팀의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기반과 사회적인 제도들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인종과 성별의 경계를 넘어 노동자라는 틀 안에서 함께 연대하면서 차별과 평등의 가치를 찾아가는 방식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어디까지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 매일 해고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 입니다.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노동 상담을 통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서나 존재가 드러나지는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노동자들을 만나는 방식이나 그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이미 여성 노동 운동은 앞서서 행하였고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가고 있는 것을 보고서 조금은 더 답답하고 막막함을 느꼈지만 우리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언제 저런 현실을 만날 수 있을까? 사회적인 기반이 달라지고 우리의 존재가 더 느러난다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세미나를 통해서 그런 희망들을 상상하고 이야기하고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일상은 변화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는 무력감만 가질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희망적이어야 합니다. 성소수자 노동 세미나에서 희망의 이야기를 더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노동권팀 주최의 성소수자 노동 세미나는 4월 11일까지 격주로 4회에 걸쳐 이뤄지며 하반기에는 2013년에 이어 일하는 성소수자 이야기 모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에 대해서 저도 잘은 모르지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습니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것을 함께 이야기 나눔으로써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소수자 노동에 어려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야기 하지 않아서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함께 각자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