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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HIV/AIDS 월간 세미나] 호모포비아 광고에서 발견되는 혐오 수사와 그 정점의 AIDS

by 행성인 2014. 4. 30.

동인련 HIV/AIDS인권팀은 2014년 4월부터 매달 1회씩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동성애와 에이즈 혐오’입니다. 세미나는 두 개의 발제와 논의들로 구성됩니다. 먼저 웅의 <혐오의 논리-동성애와 에이즈>는 동성애와 에이즈를 두루 엮는 혐오의 논리를 개관합니다. 그리고 재성의 <호모포비아 광고에서 발견되는 혐오 수사와 그 정점의 AIDS>는 근래 한국사회 에이즈와 동성애혐오발언과 캠페인을 바탕으로 분석을 시도합니다. 여기에 두 편의 발제문을 다듬어 기고합니다.


재성(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


2010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었던 호모포비아의 실체를 표면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되었다.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을 필두로 한 호모포비아 세력들이 국내 주요 일간지에 호모포비아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개함으로써 그 동안 사회에서 금기시되었던 동성애에 관한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냐’와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 걸려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호모포비아적 광고를 통하여, 여기에서 발견되는 혐오 수사와 AIDS와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1. 며느리가 남자라니


인하대학교의 우남식 겸임교수는 『동성애의 세 가지 문제점』이라는 책에서 ‘남자 며느리’에 대한 호모포비아 세력의 가장 강력한 키워드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첫째, 동성애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 성 기능은 생식, 즐거움(쾌락), 사랑(신뢰)을 수반한다. 이 셋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건강한 성이라 할 수 없다. 매춘이나 포르노가 정상(order)일 수 없는 것은 쾌락은 있을지 모르지만 생명이 없고 사랑과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 남녀가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 온 보편적 가치이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성의 기능인 쾌락과 사랑과 신뢰는 있을지 모르지만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


“셋째, 가정의 위기이다. 가정은 생명이 창조되고, 행복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가정은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공동체이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가 가정의 소중함과 결혼의 소망을 갖게 된다. 그래서 교육학자 페스탈로치는 가정을 도덕상 학교 중의 학교라고 할 만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동성애가 정상으로 인정이 되면 다음 세대의 가정은 이러한 가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이 책에서 사용된 논리는 전형적인 호모포비아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생각이다. 동성애와 ‘정상적 번식’ 불능, 그리고 ‘정상적 가정’의 파괴를 상호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상적 번식’이라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한 ‘후’ 맺은 성관계에만 한정되며, 이 외의 성 행태(동성애, 성매매, 포르노에서 묘사된 성관계 등, 심지어 일반적인 이성애자의 혼전 성관계까지도)는 모두 ‘비정상’인 것으로 규정된다.


또한 ‘정상적 가정’이라는 것은 반드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논리이다. 동성 커플이 이룬 가정, 1인 가정 등은 이들에게 있어 ‘비정상적 가정’이다. 이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부모 가정이라면 이들의 논리에서는 당연히 ‘비정상’이다.

 

어찌되었던 이들이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혼전 성관계와 이성애자인 한 부모 가정에 대하여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하더라도, 동성애자의 경우 남녀의 성관계가 아니고, 이성애자 부모가 역시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동성애자는 ‘가장 비정상적인 집단’이자, 기존의 공고한 ‘정상적 가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파괴하려 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이 되는 것이다.

 

또한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에서는 ‘남자 며느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성은 결혼한 가정 안에서 허용된 축복으로서, 결혼한 남녀가 하나됨을 이루는 과정 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후손을 낳는 귀한 일이다. 이러한 가치를 받아들이든지, 받아들이지 않든지 간에 성은 인류가 자손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만약 동성애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성을 통해 인류가 자손을 이어가는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 언급에서도 역시 앞서의 인하대학교 우남식 겸임교수의 저술과 정확히 일치하는 논리가 제시되어 있다. ‘정상적인 성’은 ‘남녀’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후’에 이루어지는 것에만 한정되고,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된 이성애자’에게만 한정되는 것이다. 역시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의 언급에서도 동성애자,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혼전 성관계, 이성애자 한부모 가정은 모두 ‘비정상’이다.



2. 게이 된 내 아들

 

인하대학교의 우남식 겸임교수는 ‘동성애 학습설’의 강력한 신봉자이다. 『동성애의 세 가지 문제점』의 둘째 주장은 호모포비아 광고의 ‘게이 된 내 아들’이라는 수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둘째, 양육 문제이다. 동성애자들은 생명을 잉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양을 하게 된다. 심리학자 타일러는 가정에서 92%가 3살 이전에 문화화·사회화 과정을 겪는다고 하였고, 심리학자 앨버트반두라는 모델학습을 강조하였다. 자아심리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에릭슨은 1살부터 5살까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가족, 특히 어머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성애자에게 입양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자의든 타의든 동성 부모 영향 아래서 보호와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동성애자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성애가 전염된다’는 것은 호모포비아들이 수십 년 넘게 강조하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 중 하나이다. 이들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성애적’이며, 동성애는 성장 과정에서의 성 역할의 부조화, 억압적이거나 여성 우위의 가정 환경 등에서 발현되고, 동성 간 성행위를 하는 타인 혹은 동성애를 아름답게 묘사한 매체 등을 통하여 ‘전염’된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학교 현장에서 동성애 친화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면, 원래는 이성애자였던 아이들이 그 교육의 영향을 받아 동성애에 전염되게 된다’라는 것으로 극적으로 표출된다.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역시 ‘게이 된 내 아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게시하고 있다.

 

“동성애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기에, 동성애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는 없다.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장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 결론적으로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며 비정상적인 성행위이기에 사회적으로 반드시 억제되어져야 하며, 백번 양보를 하더라도 학교에서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가르쳐서 우리의 자녀들이 동성애자가 되도록 권장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언급에서도 역시 호모포비아 세력의 ‘교육’에 대한 신봉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이미 전 세계적인 연구를 통하여 틀린(‘다른’이 아님)것으로 증명된 ‘동성애 학습설’이 여전히 그들에게는 강력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3. AIDS 걸려 죽으면

 

동성애와 AIDS를 연결하는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혐오 수사의 절정이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냐’의 ‘남자 며느리’와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 걸려 죽으면 SBS가 책임져라’라는 광고의 역시 궁극적으로는 ‘동성애와 AIDS’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들의 호모포비아 광고에서 ‘동성애자 AIDS 감염률 740배’와 같은, 신뢰성이 의심받는 통계자료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AIDS=죽음’이라는 공포 수사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다. 칵테일 요법의 고도화와 신종 예방약의 보급으로 얼마든지 건강을 유지하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관점은 여전히 ‘AIDS에 걸리면 얼마 못 가 추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라는 1980년대 미국 보수 정권 하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AIDS=죽음’이라는 공포 수사는 앞에서 언급된 ‘동성애자 AIDS 감염률 740배’와 같은, 정체가 불분명한 통계자료를 만나 ‘걸리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AIDS는 동성애를 함으로써 전염되는, 동성애자의 전유물이다’라는 호모포비아 논리를 형성하며 사회에 강력하게 파고들게 된다.

 

‘항문성교’ 역시 이들의 빠지지 않는 논거이다. ‘동성애자는 항문성교와 같은 더러운 성행위를 하기 때문에 AIDS에 많이 걸리는 것이다’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항문성교는 AIDS에 취약한 성행위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서 캐치해 내야 하는 것은 이들이 항문성교를 ‘동성애자의 전유물’로 치환하며 엄연히 존재하는 ‘항문성교를 하는 이성애자’에 대한 회피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문성교는 이성 간 성행위에서도 있는 일이며, 동성애자건 이성애자건 항문성교 자체가 AIDS에 취약한 성행위의 일종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수사를 나열해 보자면, ‘동성애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와 교육 시스템 하에서 원래는 이성애자였던 아이들이 그러한 풍토에 전염되어 동성애자가 되고, 이렇게 동성애자가 된 아이들이 성장해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지 않아 가정이 파괴되며, 동성 간의 항문성교와 같은 비정상적인 성행위가 만연하면서 죽음의 질병인 AIDS가 폭발적으로 확산된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그리하여 우리(호모포비아)들은 단결하여 이 땅에서 동성애를 추방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붕괴를 막는 성스러운 전쟁에 나서야 한다’라는 이들의 행동강령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