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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김비 장편소설 연재]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4. 데리다 - 유령들, 이방인의

by 행성인 2014. 12. 8.

長篇小說

 

金 飛

 

 

 

4. 데리다 - 유령들, 이방인의 



 “, 나도 그 영화 봤는데. 너는 언제 봤어? 일요일, 일요일? 난 그 전 날이었는데. 에이 아깝네. 같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상우 형은 누구랑 봤어? 또 어떤 놈 꼬여다가 그런 영화를 봤니? 나름 또 수준 있다고 자랑하려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런 영화 보겠다고 끌고 간 거지?” 

 “이게,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그 감독 얼마나 좋아하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나쁜 교육내가 그 감독 영화는 뭐든 다 찾아다 몇 번씩 보고 그러는데, 너는 나를 어떻게 보고짜식이 말야!” 

 “에에에형 그거 전부 다른 애들이랑 봤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어머니의 모든 것볼 때는, 같이 본 놈의 모든 걸 알아보려고 봤을 테고, ‘그녀에게볼 때에는 걔한테 그럴 듯한 고백이라도 하려고 봤던 거겠지. ‘나쁜 교육은 뭐니? 설마 이상한 교육 상상하고 옳다구나 하고 가서 본 거 아냐?” 

 ‘, 안성준! 이 자식은 내가 무슨, ? 내가 뭐 머릿속에 아주 그냥그거로만 가득 찬 그런, 그런 불순한 마음으로다가 어린 애들을, 내가 무슨,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냐? 그 짓 생각하는 게 이상해? 이상한 건 그 짓에 관심이 없는 게 이상한 거지, !” 

 “누나는 애인이랑 아직도 잘안 돼? 그럼 그냥 받아들여. 상우 형처럼 저렇게 어어어어…’ 그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는 거지.” 

 “그래도 뭘 확인이라도 해볼 수가 있어야지? 내가 걔 속살 한 번 들여다보는 게 소원이다. 뭘 벗겨보고 만져볼 수 있어야이거든 저거든 확인을 하던가 하지.” 

 “확인을 해도 문제 아냐? 누나는 오히려 그게 두려운 거 아니고? 이 누나야 말로 그 레즈비언계의 정력왕, 난자왕뭐 그런 거잖아?” 

 “허허허허허. 뭐 딱히 부인하진 않는다, 내가허허허.” 

 “그럼 뭐 아무나 괜찮은 애 꼬여서 해소해. 누나가 그 누나랑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뭐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잖아?” 

 “용호야, 그래도 그건 쫌 그렇지. 내 마음을 내가 아는데내 몸도 내가 알지만, 내 마음도 내가 아는 거니까. 뭐랄까왕의 입장에서내가 쫌 기다리지 뭐, 그런 마음? 허허허.” 

 “그러고 보면 저 자식은 참 편해? 정용호. 너는 참 좋겠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전천후라서?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는 그런 놈이, 뭐 빨아먹을 게 있다고 이렇게 우리들 모이는 데는 꼬박꼬박 빠지지도 않는지 몰라?” 

 “형이야 말로 그 꽉 막힌 소리 좀 이제 제발 그만해요. 내가 사람 좋아서 여기 왔고, 내 혼란이나 복잡함도 나누고 싶어서 여기 왔지, 형이 하는 그거… ‘어어어어…’ 그거 하려고 내가 여기 왔냐고요? 형이야말로 왜 자꾸 내 말에만 발끈해요? 형 정말 나한테 관심 있어요?” 

 “, 이이이게이게 왜 번번이 헛소리야?” 

 “? 이제 바꿨나 보다. ‘어어어어에서, ‘이이이이.” 

 “! 민수 저거내가 데리다 형이랑 어떻게든 잘 해보라고 말이야, 얼마나 애쓰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나는 그냥 사람이 좋으니 사랑을 하는 거라고요.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 사람을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그런 건데, 형이 남자랑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사람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왜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갖는 건 이해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냐고요? 형 혹시 바이한테 트라우마 같은 거 있어요?” 

 “왜 자기 답을 남한테서 들 찾으려고 그래? 허허허바깥에서 그만큼 답답했으면, 우리끼리는 좀 덜 답답해도 되는 거 아니냐?” 

 “놔둬, 놔둬! 맨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답도 나오지 않는 얘기는 매번 떠벌리기만 하면 뭐해? 정말 저 형은 왜 맨날 쟤만 잡는지 모르겠어.” 

 “잡도리를 해야 하는 건 너야, 인마! 너 아직도 그 유부남 꽁무니 따라다니는 거지?” 

 “따라 다니기는 누가 따라 다녀? 걔가 나 따라다니는 거라니깐?” 

 “지랄을 해라. 그래서 걔 생일 날 떡 보따리 들고 걔네 집 앞까지 찾아 갔냐? 그러다가 그 놈 마누라한테 걸리면 쌈질이라도 하려고?” 

 “필요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사랑을 쟁취하는데 그 정도 각오 없이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사랑을 해? 그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지.” 

 “문제는 매번 유부남이니까 문제지. 너는 매번 네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잖아? 걔들이 그게 보통 약은 놈들인 줄 아냐? 그러니까 자기 정체성 속이고 결혼까지 해놓고 자기 즐길 건 다 즐기는 놈들 아니냐고, 그 놈들이! 넌 근데 무슨 수절하는 춘향이 마냥 매번 질질 끌려 다니며 목숨이라도 바칠 기세냔 말이지.” 

 “형이 사랑이란 걸 알아? 나는 알겠거든, 그러니까 그럴 수 있는 거거든.” 

 “그래, 잘 해봐라. 나중에 여기 데리다 형처럼 이렇게 카페 하나 차려서, 지나가는 유부남들 모두 불러다가 네 그 잘난 사랑이라는 거 나누고 살면 되겠네. 여기 형도 누구라도 데려다가 어떻게 해보려고 카페 이름을 데리다…” 

 “!” 

 “아이구야, 놀래라! 저저저저…” 

 “히히히, 형 이제 죽었다. 민수 쟤 성질 건드리면 한 달은 가는데형 이제 골치 아프게 생겼어요.”  

 “편한 사이라고 막 대해도 된단 뜻인 줄 알아요? 나도 한 번 형한테 막 해봐? , !”  

 “저게 어디서소리를쬐끄만게 무슨 목소리만 우렁차 가지고허참…” 

 “뭐야, 왜 또 싸움이야? 쟨 또 왜 저래?” 

 “모르겄소. 형이 좀 어떻게 해보쇼. 형은 저런 팬이 있어서 좋겠어요. 아주 충성심이 대단하네, 대단해!” 

 “, 민수! 너도 그만하고 앉아. 그렇게 날 세우고 사는 것도 이제 그만 해. 뭐 그렇게 일일이 다 화내고 성질 피우고 그래야 돼? 이제 됐어, 그런 거 아니더라도 피곤한 거 많잖아? 우리끼리 그게 따질 일이야?” 

 “납득이 안 가니까 그러지, 납득이.”

 “너도 인마, 그만해. 매번 쟤들 놀리는 재미라도 들린 거냐? 볼 때마다 그게 뭐냐?” 

 “역시 우리 데리다 형이 이성적이야, 현실적이야. 근데 이상하게 저 형한테는 안 끌린단 말이지?” 

 “이 형은 유부남이 아니라서 안 끌리는 게지. 아야야저기 민수 눈 좀 봐라, ! 아아아아!” 

 “ 하여간, 이거나 먹고 쓸데없는 소리들 그만해. 그래서 잎새 너는 인터뷰는 결국 안 한 거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잖아요?” 

 “그러게 내가 좀 꾸미고 살라니깐너 가슴 수술도 안 했지? 얼굴이야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가슴 수술 정도는 해야지, 그래야 사람들이 트랜스로 봐주기나 할 거 아니냐고?” 

 “그만하죠, 오빠. 또 이야기해야 돼?” 

 “아니, 요즘은 미모가 권력 아니냐, 권력! 그러니 돈 들이는 김에 같이 수술해서, 디씨도 좀 받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무슨 고집으로 보이지 않는 데만 수술하고 마느냔 말이지. 그게 얼마나 비용 대비 효율이 없는 짓이냐고, 그게?” 

 “상우 저 놈 쓸데없는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고그래서 인터뷰 안 했으면 뭐 했어? 여기 카페라도 오지. 그 날 손님도 별로 없었는데.” 

 “누구 좀 만났어요.” 

 “누구? 누구, 누구?” 

 “남자?” 

 “남자냐 여자냐가 왜 중요해? 그냥 사람 만난 거지.” 

 “아니, 그게 왜 안 중요해? 이성을 만나느냐 동성을 만나느냐, 그거 중요한 거 아니야? 물론 우리한테는 그 개념이 좀 뒤집어지고 넓어지긴 하겠지만.” 

 “그래, 아무리 남자를 만났더라도 저렇게 까칠한 누나가 그 남자랑 뭘 했겠어? 뽀뽀를 했겠어,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하고 돌아 다녔겠어?”      

 “……” 

 “, 쟤 봐라? 말 못 하네? 너 정말… ‘어어어어…’ 그런 거 한 거냐?” 

 “그런 거 뭐? 영화 보고차 마시고, 그런 거지.”

 “뭐가?” 

 “영화 보고차 마시고뭐 그랬다며? 뭐 그런 거 뭐 했냐고?” 

 “아니라니까? 내가 뭘 해?” 

 “, 쟤 봐라? 이상하다, ? 내가 알던 잎새가 아닌데, 저건?” 

 “뭐야, 뭔데 그래? 말 해봐요, 누나?” 

 “말해 봐라, !” 

 “아니라니까 왜들 그래요, 자꾸?” 



 

김비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플라스틱 여인>이 당선돼 등단했다. 장편소설<빠쓰 정류장>·<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산문집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등을 냈다. 한겨레신문에 ‘달려라 오십호(好)’를 연재 중이다.

 

*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은 2014년 김비 작가가 웹진에 연재한 '나의 우울에 입맞춤'을 2022년 수정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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