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활동가, 회원, 후원회원… … 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인련을 스쳐갔다. 그러는 동안 동인련은 어느새 훌륭한 동성애자 인권모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등의 활동에 부담을 느끼거나 쉽게 적응하지 못해 떠나버린 회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어디 있는지 안다면 잡아오고 싶다). 이젠 거리에 나가서 힘차게 우리의 요구를 외치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의 삶을 격려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모임에 나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편안하게 동인련의 활동과 사람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러한 취지로 시작한 2009년 회원프로그램 “외출”이 벌써 두 번의 모임을 가졌다. 너무나 소중했던 그 시간들의 느낌을 몇 장의 사진과 나의 두서없는 글로 표현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외출_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떠난 소풍

2월의 쌀쌀한 날씨 속에 시작된 첫 외출.
김밥가게에서 정성들여 싸주시는 아주머니의 김밥과 특정한곳의 특정한분의
도움으로 얻은 빵과 삼각김밥을 들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대체 얼마 만에 미술관에 가게 된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에게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득했다. 하긴 많은 게이들과 종로, 이태원이 아닌 이런 우아한 곳에서 같이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의미는 모르지만 가끔씩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들이 있을 때마다 잠시 멈춰 마샬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혼자 혹은 애인과(생긴다면) 함께 와도 좋았을 테지만, 여럿이서 함께 와 감상하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실 작품감상보다 더 기다려 지는건 점심시간이었다. 무거운(?) 살들을 짊어지고 다니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허기가 오는지.

우리는 구내식당에 모여앉아 각자 정성스레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쳤다. 이런저런 수다와 함께 도시락을 나눠먹고 나니 아직 다 보지 못한 전시작품 생각은 없어지고 졸음이 밀려왔다. 물론, 다 그랬던 것은 아니고, 적어도 나는 그랬다. 

미술관의 고상하고 높은 벽을 훌쩍 넘어보려 했으나 일단 여기까지.

첫 외출의 느낌을 더 절실히 묘사하고 싶고, 참석한 사람들과 나눈 마음들을 일일이 적고 싶지만, 글을 읽어갈 독자들의 맘을 헤아려, 이제 두 번째 외출로 옮겨가려  한다~^^


두 번째 외출_ 3월의 산책 남산 한옥마을

3월 따스한 봄날의 정기를 받으면 두 번째 “외출”이 시작됐다.

바쁜 업무에 토요일까지 출근했던 나는 오전에 후딱 일을 마치고 도망치듯 직장을 떠나 맛있는 도시락이 준비되어있는 장소로 향했다. 당초 예정되어있던 ‘도봉산 망월사’산행이 취소되어 조금 아쉬웠지만, ‘남산’도 조금씩 오르다보니, ‘아~여기도 산 이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도심을 빠져나가는 듯해 상쾌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역시 우리에겐 아니 언제나 허기진 나에게는 식사시간이  ‘외출’하는 시간 중에 제일 기다려지고 좋다.



주변풍경과 거닐고 있는 장소의 느낌은 안중에도 없이 식사장소를 찾아 도시락을 모아놓고 오붓하게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는지 식물원을 찾아 헤매이다 결국 찾지 못하고, 공원매점 앞에 앉아 수다를 떨다 한옥마을로 향했다.




우리는 한옥 찻집에 들어가 쌀로 빚은 차를 기울여가며 여유를 가져보았다. 언덕을 오르느라 숨차 올랐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옥집 마당에 핀 꽃들을 바라보았다. 스트레스와 일상의 고단함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때론 이처럼 함께 등을 기대고 한 곳을 바라보는 고요한 여유가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적은 글 다 읽었으면, 이런 곳이 있더라 하는 사진 다 보셨으면

다음에는 소박한 여유와 맛있는 도시락(물론 각자 준비해 와야 함!)이 있는 프로그램 “외출”에 직접 참석해 보시라~

이곳에 미처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와 가슴 따듯한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여러분들이여 오라~  한 달에 한번 우리만의 ‘외출’이 필요하지 않은가^^

 

* 동인련 회원 프로그램 ‘외출’은 한 달에 한번 서울시내와 근교로 소풍을 떠나는 모임입니다. 회원, 비회원 모두 참석하실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동인련 홈페이지에 있으니 참고 바래요.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영화벙개도 종종 있으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늘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글_ 종철(동성애자인권연대)
사진제공 _ 우주, 마샬, 욜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2009.03.30 23:04 [Edit/Del] [Reply]
    2,3월 활동 정말 재밌었습니다-
    4월에도 꼭 참석하겠습니다 : )

    참, 도시락은 정말 맛있었어요 ㅎㅎ
    다음엔 저도 도시락 싸갈게요 ㅠㅠ...
  2. 정욜
    2009.03.31 15:23 [Edit/Del] [Reply]
    외출. 회원프로그램의 백미는 바로 도시락이죠^^ 앞으로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기만하다는 핑계로. 미술관이나 서울 안 고궁산책도 쉽게 하지 못하는데. 회원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봄바람을 쐬니 기분만은 정말 상쾌했습니다.^^

    영화번개도 빨리빨리~~ (강추영화개봉대작) 밀크. 여성영화제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등등
  3. 2009.04.07 01:52 [Edit/Del] [Reply]
    나도, 나도, 가고 싶었는데. 윽.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