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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오소리의 미국 LGBT단체 방문기 ① - 워싱턴DC편

by 행성인 2015. 4. 10.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 소개 문서


지난 2014년 12월 6일, 서울시청 점거 농성이 시작된 역사적인 날, 무지개농성에 참여하지 못 한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본인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국무부에서 주관하는 IVLP(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에 우연한 기회로 선정되어 14년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미국에 있는 성소수자 단체들을 방문하고 왔다. IVLP는 짧은 기간의 미국방문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을 직접 경험하고 미국의 관련 분야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레인보우 X USA 단체사진

 

이 프로그램은 1940년대부터 진행되었지만, 한국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주제로 참가자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매년 같은 주제로 방문자가 결정되는 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는 상황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정욜 활동가를 통해 1차 참가자를 추천 받았고, 1차 모임을 통해서 모인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를 추천하여 최종 인원이 결정되었다. 참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렇지만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앞으로 활동이 기대되는 차세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초대 되었다. 그렇게 젠더퀴어, MTF 트랜스젠더, FTM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를 모두 포함하는 8명의 참가자가 모여 '레인보우 X USA' 라는 팀명으로 워싱턴DC, 뉴올리언스,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선구적으로 인권도시를 지향해 온 화이트칼라와 공무원들의 도시 – 워싱턴 DC

 


그 이름도 유명한, 미국에서 가장 큰 시민단체 - HRC

 

HRC 건물의 외부 모습. 시간 관계상 아쉽게도 1층 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HRC 1층 로비 벽면에 새겨진 HRC 소개 HRC 1층 로비에 있는 HRC 협력 기업들

HRC안에 있는 화장실 표지판. 성중립적인 표지판이 인상 깊었다 1층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옷. 작년 퀴어문화축제 때 사용한 Love conquers hate 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제일 처음 방문한 도시는 워싱턴 DC였다. 각종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한국의 서울과 같은 도시였다. 워싱턴 DC에서 처음 방문한 기관은 HRC(Human Rights Campaign)이었다. HRC는 LGBT 동등권을 위해 일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시민단체이다. HRC에서 우리처럼 IVLP를 통해 온 레바논의 성소수자 단체 사람들과 함께 미팅을 가졌다. HRC가 해 온 사업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나라와 레바논의 상황을 공유하였다. HRC는 1980년 재단으로 시작하여 모금을 하여 LGBT 친화적인 의원을 후원하여 만들고 뽑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하였고 현재, 학교, 보건소, 종교, 청소년, 경찰, 정부, 법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가 되었다. 지금은 미국의 주별로 LGBTQ 활동이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는 연방정부를 목표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HRC는 현재 HRC글로벌 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혐오 수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혐오를 하는 대상과 의원들을 교육하며 HRC에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기술을 다른 나라에게 알려주고 지원하여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평범한 미국의 가정 - Home hospitality

 

내가 속한 팀이 갔던 가정. 파티 분위기로 저녁 식사가 진행되었다 다른 팀은 굉장히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저녁 식사에 앞서 다 같이 장식한 트리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다) MCC에서 오신 분들께 받은 선물 (컵은 행성인에 기증했다)

 

바로 그날 저녁에는 Home hospitality의 일환으로 일반 가정집의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두 팀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집을 방문했다. 내가 속한 팀이 방문한 곳은 50~60대로 보이는 어떤 노부부의 집이었는데, 게이 아들을 둔 분들이었다. 노부부의 친구들도 같이 식사를 했는데 MCC(Metropolitan Community Church)에서 온 분들이었다. 그 중에는 36년 된 레즈비언 커플도 있었다. 운동하는 활동가가 아닌 일반적인 삶을 사는, 그리고 오랜 세월을 LGBT로서 혹은 그 가족으로서 지내 왔던 분들의 풍부하고 깊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LGBT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을 때 그들이 보내준 격려와 걱정, 조언에는 진솔함이 담겨 있어 감동을 주었다.
 
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 그 전과 후 - The DC Center for the LGBT Community

 

회의실에서 진행된 미팅. 가운데 두 분이 DC센터 활동가이다 센터 위부에서 바라 본 모습. 굉장히 공개적이었다 (벽면이 통유리)

정말 다양한 분야(센터에서 실제 관계 맺고 있다)의 명함들이 있었다 센터 내부에 있는 휴게실. 아무나 와서 쉬다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다음 날 방문한 The DC Center for the LGBT Community 는 LGBT 군대 이슈와 관련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두 명의 군인 출신 활동가와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주로 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 전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DADT 폐지 이후 LGBT 군인들의 정신 건강이 훨씬 좋아졌고, 커밍아웃하는 장교의 수가 많아져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군대 내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호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사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징병제와 모병제라는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정서의 차이로 인해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우리를 맞이한 두 명은 군인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 미국에서 LGBT라는 이유로 군에 입대하고 싶지만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그럼에도 같은 LGBT로서 그들이 우리에게 해준 많은 조언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 Jason Terry 활동가
 

활동가 Jason Terry


다음으로는 단체가 아닌 DC Trans Coalition 소속의 Anti-Violence Organizer인 Jason Terry 라는 활동가를 만났다. Jason Terry는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을 중심으로 비폭력, 경찰 대응, 청소년 쉼터 운영, 직장 내 차별 등의 활동을 하는 아주 풍부한 경험과 필드의 활동가이다. Jason Terry가 활동하는 DC Trans Coalition은 2005년에 창설된 풀뿌리 단체로 자원 활동가들의 활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양한 필드에서 활동을 하는 분이다 보니 정말 다양한 필드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는 성 중립적인 화장실을 찾아내서 보고하는 Safe Bathroom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트랜스젠더가 구치소에 들어갈 경우 성별에 맞는 옷을 입고, 머물고 싶은 곳(남자 방 or 여자 방)에 주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복지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건강보험의 혜택을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트랜스젠더의 사회적 환경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경찰 대응에 있어서는 경찰이 어떤 사건을 조사 중일 때, 경찰이 적절하게 대응을 하는지 현장에도 나가보고, 경찰을 상대로 LGBT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선 취업이나 주거 관련 지원금들이 HIV/AIDS 감염인들에게 치중(물론 주마다 다르겠지만)되어 있다고 전했다. 차라리 HIV/AIDS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농담으로 오고 갈 정도로 말이다. Jason Terry는 기본적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교실 문을 열 수 있는 교사들을 찾는 게 필요하며, 필수적인 건 가정 폭력에 대한 교육이라고 했다. 실제로 워싱턴 DC에서 LGBT들에 대한 폭력 중 80%가 가정폭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미국에서 커밍아웃하는 트랜스젠더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반면에 (평균 약 12세)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범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율이 높은데,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50대가 될 때까지 생존하는 것만으로 성공한 삶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LGBT 인권에 있어 막연하게나마 진보적이라고 생각한 미국마저도 이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미국의 종교와 여론 - Pew Research Center

 

PPT 자료를 함께 보며 미팅이 진행되었다

Pew Research Center 에서 받은 자료집


다음으로는 리서치 전문 기관인 Pew Research Center를 방문했다. Pew Research Center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리서치 전문 기관으로, 대규모의 LGBT관련 리서치도 진행한 바 있다. 방문해서는 미국에서 종교와 정책 그리고 법률 간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한 리서치 자료를 함께 보고, 여론이 동성결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미국에서 종교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에는 국교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종교가 신도를 끌어오려는 비즈니스가 됐고, 자본주의 국가라는 배경 속에서 종교가 자연스레 중요해졌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눈에 띄게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州)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여론의 변화로 의원들이 동성결혼에 대해 오픈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성결혼에 대해 우호적으로 여론이 바뀐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또한 나이가 젊을수록 오픈적인 경향이 큰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반대를 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점차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또한 이제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에 반대한다고 하면 비양심적으로 보게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래서 리서치 같은 것을 할 때 동성결혼에 대한 우호도가 실제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중동, 아시아에서는 동성애를 부도덕적으로 보는 면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고 하니, 언젠가는 미국과 같은 그런 사회 분위기가 형성이 되길 바라본다.
 
동성결혼 운동의 선두 주자 - Paul Smith 변호사
 

Paul Smith 변호사와의 미팅


워싱턴 DC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Paul Smith 변호사와의 만남이었다. Paul Smith 변호사는 게이 당사자이며 미국에서 동성결혼과 관련한 시민권 소송에 있어 탁월한 성과를 거둔, 미국 동성결혼 운동의 선두주자인 변호사이다. 소도미를 금지하는 법을 폐지하도록 이끌고 전 세계에 걸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성결혼 운동과 관련한 미국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전략 등을 듣고 현재 한국의 동성결혼 관련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은 올해 6월, 연방차원에서 동성결혼 소송을 시작할거라고 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도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을 필두로 한 동성결혼 운동이 이제 막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동성결혼을 향한 동성 커플들의 욕구가 수면 위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를 실질적인 운동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Paul Smith 변호사의 말로는 6월에 있을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한다. 만약 미국 대법원에서 승소하게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한국의 동성결혼 운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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