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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편지 - 에버

by 행성인 2015. 4. 14.

에버 (행성인 운영위원)



안녕하세요, 올해 행성인의 신입 운영위원 에버입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물러나고 이른 벚꽃이 피더니 이슬비도 종종 내리고 꽃을 시샘하는 바람들도 종종 나타나는 듯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속의 ‘성소수자’에게는 안타깝게도 아직 봄이 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여고생 키스신 심의’로 성소수자의 권리와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무시당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또한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지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차별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퀴어 문화 축제도 서울시청 개최 허가를 두고 많은 일들이 있었죠.

특히 제가 말씀드린 것 외에도 매번 극우 세력들이 성소수자의 권리를 두고 태클을 걸 때마다 사용되는 것은 ‘청소년’이란 사실입니다. “청소년 동성애 조장”,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 “청소년 에이즈 증가” 기타 등등의 터무니 없는 말들을 내놓고는 하죠. 이것은 성소수자의 권리 침해일 뿐 아니라, 청소년의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 등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주장들이기도 합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관해서 뭐가 그리 관심이 많고 걱정들이 많은지, 참 성인군자들(?) 납셨죠.

이처럼 청소년은 항상 극우 세력에서 주장을 하거나 방어를 할 때 ‘우리 아이들 걱정’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현 사회에서도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놀라고는 하죠. 그 속에서 청소년의 위치는 매우 불안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보호’라는 명목 하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차별’속에서 끙끙 앓으며 고통스러워하고 그것으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러한 청소년들에게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합니다.

4월에는 12년 전 차별과 폭력 속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청소년 성소수자 故육우당의 추모 주간(12주년)이 있습니다. 故육우당을 기억함과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청소년들과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 소속된 청소년인권팀은 이러한 상황에서 저러한 터무니 없는 주장과 사건들에 같이 대응함과 동시에 많은 차별과 폭력, 억압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자 팀입니다. 청소년 팀이라고 비청소년이 참여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언제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같이 생각하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2015년의 4분의 1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의 권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행동이 있다면 한 발짝 두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으니 구경 한번 가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면 좋을 듯 합니다.

(와중에 저를 만나시면 인사해 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