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지개문화읽기170

퀴어보다 더 퀴어한- 영화<쌍화점>을 보고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도무지 영화 은 이해할 수가 없는 그런 ‘이상한’ 영화였다. 영화를 관람한 동성애자들이 입을 모아 불쾌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감독이 밝힌 그대로 은 결코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다룬 이른 바, ‘퀴어영화’는 아닌 듯 하다. 영화는 동성애를 단지 소재로 가져왔을 뿐, 그 안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신문에 언급된 ‘멜로드라마 최후의 장애물은 성정체성’이라는 유하 감독의 표현은 절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게다가 이것은 단지 동성애자 관객들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변심한 애인 홍림을 슬픈 눈으로 기다리는 왕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던 것을 보면. 영화은 절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9. 1. 30.
맹벽(盲壁) - 이나미, 「푸른 등불의 요코하마」 동성애는 doing이 아니라 being이다. 즉,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는 뜻이다. -「푸른 등불의 요코하마」, p. 85.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이란 족속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많은 부정적 의견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각자 인간들은 자기만의 벽을 가지고 있어서 그 벽을 다 같이 한 번에 없애고 손을 잡기란 참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대일 관계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얼마든지 둘 사이의 벽은 무너질 수 있고, 새로운 벽이 쌓일 수도 있고, 또 벽 사이에 구멍을 뚫고 손을 넣어 잡을 수도 있다. 그렇게 관계될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이성애자들의 경우, 그러한 사랑하는 사이로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 2008. 12. 7.
‘부적절한’ 취향을 대하는 그들의 부적절한 태도를 주시하라 - 동성애코드, 양날의 작두를 타다.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을 듯 하여 충무로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다른 건 별로 당기는 게 없어 를 선택했다. 달리 볼 것도 없었지만, 일단은 안구정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기왕에 혼자 보는 거 눈으로 ‘떼박’타는 기분(!)으로 표를 끊었다고 하면 불쌍하게 들릴까? 몸소 극장에서 겪어본 바, 를 보려는 극장의 관객은 십중팔구 소수의 이성커플과 대다수의 여성들이었다. 연신 ‘토 나온다.’ 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 변태 같은 커플들, ○○가 게이였더라는 이야기, 눈은 영화를 보면서도 입으로는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타 등등의 ‘이쪽’과 관련된 수다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몰입을 방해하는 뒷자리의 무리들. 재미있는 건 집에 와서 이반시티 게시판을 확인해보니 여.. 2008. 12. 7.
잔인한 일상, 극단의 가벼움 >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너, 나, 우리 랑' 10월 호 '침묵은 분노의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다.' -칼릴 지브란 ‘안’과 ‘최’ 이후, 연예계에 종사하는 혹은 준비하는 이들의 비보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슬픈 소식들. 지금의 웬만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얼마 전까지 내 앞의 일은 아니리라 생각했던 문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유난히 올해는 떠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이젠 충격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상황은 좀더 비극적이다. 하루가 무섭게 많은 이들이 세상에 작별을 고한다. 그야말로 극단의 선택이자 영원한 망각으로 향하는 찰나의 순간은 우리에게 일상의 선택 정도로 가벼워진 것이다. 극단의 선택을 부추기는 상황들 에밀 뒤르켐의 .. 2008. 10. 30.
누구를 위하여 돌을 던지나? 동인련 웹진 "너, 나, 우리 '랑'" 9월호 - ‘벅차다’는 말의 의미재구성 소위 이 바닥에 나와 살아가고 있는 이반들이라면 누구나 ‘벅차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런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고, 한번쯤은 누군가를 향해 “그 년, 벅차.”하며 일갈하는 짓을 해보았음직도 하다. 돌이켜보건대, 나 역시 이 ‘벅차다’는 말의 굴레 앞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 ‘벅차다’는 이반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실제로 우리 곁은 벅찬 이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대체 우리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이 질펀한 형용사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져서 그 연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2008. 9. 29.
행복한 성장통 동인련 웹진 "너, 나, 우리 '랑'" 9월호 -, 테드 반 리스 하우트 지음, 양철북 내 머리에 떠오른 유일한 생각은, 정상적인 남자 아이가 되는 것이었어. 여자 아이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여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인생이 재밌을 수도 있을테니까. 그래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 너처럼 여자 애들에게 키스를 받으려고. 하지만 단지 겉으로만 그랬던 거야. 사춘기 시절이 주는 감성의 떨림을 나는 이제까지 혼자 겪는 고통의 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사춘기는 어느 때보다 외로운 시절이고, 사람들과의 소통보다는 자기 내부의 소통에 힘쓰느라 애썼던 시절이었다. 특히 동성애자로서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서 사춘기의 내 성장통은 누구보다 아프다고 생각했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나만.. 2008. 9. 2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올드랭사인>을 보고 동인련 웹진 "너, 나, 우리 '랑'" 9월호 소나기가 한참 쏟아지고 난 어느 여름날 저녁, 열명 남짓의 동인련 회원들이 모여든 곳은 집회도, 세미나도 아니었다. 우리의 ‘안정길 대표’가 급작스럽게 제의한 영화번개 덕분에 모처럼 우리의 게토인 종로의 한 영화관 앞에서 회원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개별적으로 영화 관람을 하러 모인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단체로 영화관 앞에 모인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 날, 우리는 세편의 퀴어 단편 영화를 관람하였다. 세편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는 다름 아닌 ‘소준문’감독의 이었다. 동성애자 노인들의 실상을 다룬 이 작품은, 뭐랄까, 개인적으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인권단체 회원으로 3년 넘게 속해 있으면서 이런 저.. 2008. 9. 29.
올림픽특집 - 시즌의 절정에서 080817 볼거리와 만남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 웅 혹자는 올림픽게임을 선진국들과 대기업의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대형 이벤트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거기다 짝퉁이 난무한 개막식에 엉망의 관중매너를 겸비한 중국의 올림픽이라면 안 먹을 욕도 더 먹을 상황이다. 부정하는 바는 아니지만(동시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웬만한 드라마의 재미를 능가하지 않나 싶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경기들을 챙겨보는 맛도 맛이거니와, 눈이 즐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올림픽 얘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몇 개씩 올라오는 걸 보면 ‘이 바닥’ 또한 올림픽 특수의 영향권에 들어온 듯 하다. 배우와 모델만 가득했던 사진게시판에도 이반 시티즌들이 올림픽선수들의 신선한 마스.. 2008. 8. 25.
<3 X FTM> 로 보는 정체성과 관계의 문제 _ 6월호 웅 _ 동성애자인권연대 걸음[거:름]활동가 과장을 조금 보태서, 케이블채널의 보급화 덕에 리모컨을 돌리면 커밍아웃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국내의 헤드윅 바람을 타고 날아온 존 카메론 미첼이 올림픽공원에서 콘서트무대도 서고 있는 요즘이다. 체감 상으로는 게이=트랜드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도 이제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성소수자 모델이 이전보다는 다양해진 듯 보인다. 바야흐로 퀴어 만세(!)라고 해야 할까? 이제 LGBT라는 화두는 컨텐츠의 익숙한 메뉴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컨텐츠의 수적 증가가 LGBT들의 사회적 위상은 고사하고 LGBT에 대한 이해정도와 상관관계를 갖느냐의 질문에는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권에서 LGBT의 이해정도라니, 허허허 양질의 컨텐츠에.. 2008. 6. 21.
[발행준비 1호] LGBT운동의 논점에서 바라본 미국소 수입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관한 소고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걸음[거:름] 활동가) 문화칼럼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화두를 광우병으로 잡고자 하는 것은 비단 제 본분을 무시한 떡밥 강화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을 단단히 명기해 두고. 굳이 문화라는 분야가 해당 컨텐츠를 소개하고 새로운 해석의 시각을 제시하는 것만이 우선은 아니리란 생각에 본인은 동인련의 직접적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본 화두를 던지며 성소수자 운동의 방향과 접목하여 논하고자 한다. 한미 FTA 이후 미국소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국민의 머슴을 자처했음에도 그와는 전혀 상관없이 소위 접대용 마인드를 여과 없이 발휘한 2MB의 미국방문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소 수입과 광우병에 관련된 PD수첩 방영 이후 상황은 한층 복잡해진 듯 하다. ‘광우병괴담’으로 불릴 정도로.. 2008.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