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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167

<2010년 동인련 송년회 스케치> 2010년을 떠나며... 막 2010년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달력에 적힌 ‘이공일공’이라는 숫자를 보고 마치 공상과학영화 같다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도 그런 숫자로 카운트 되는 시대에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될 것 같은, 그 시작을 보게 되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기대가 많았던 한 해였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속눈썹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는 서른 살을 맞이해야 했던 해였고, 동인련으로서는 좋든 싫든 새로운 변화들에 발맞춰 성장해야 했던 해였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지만, 지난 한해 우리는 꽤 성공했던 것 같다. 그런 2010년을 떠나보내기 위해 46명의 회원들이 망원동에 있는 민중의 집에 모여들었다. 동인련에 가입한지 이제 .. 2011. 1. 10.
동인련 인터뷰집『여섯 빛깔 무지개』출판을 준비하며 팍팍한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담아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동인련이 구상한 인터뷰집『여섯 빛깔 무지개』가 ‘아름다운 재단’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출판지원사업에 선정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꾸려진 출판팀이었지만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개진하면서 머리는 단단해져갔다. 그리고 다행히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맨땅은 염려했던 것보다는 물렁해서 한번 부딪쳐볼 만한 자신감도 얻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노력과 여러 가지 행운이 겹쳐지면서 가장 큰 난관이었던 출판사와의 계약을 무사히 성사시켰다. 기꺼이 우리의 희생량(!)이 되어준 출판사는 진보적인 사회과학 서적을 내놓으며 인지도를 높여간 ‘시대의창’이었다. 우리가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메이저급’.. 2010. 10. 19.
바람과 햇살이 스며드는 창하나..... . 친구들과 M·T를 간다는 건 유쾌한 일이다. 언제든 만나면 다정한 벗. 얼마 만에 느끼는 설렘인가? 최근 들어 모 강연회서 다시 만나 M·T 가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승낙을 하며 내 자신이 예전보다 많이 적극적으로 변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왠지 모르게 편하다. 8월 21일 토요일 드디어 인천에 있는 ‘왕산해수욕장’으로 떠나는 날. 기다리던 동인련 M·T 첫날이다. 평소 같으면 몸과 마음이 지쳐서 하루 종일 깊은 잠에 빠져있었으련만, 신기하게도 이른 아침 나는 어느새 여행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사람들과 즐겁게 놀다 오리라!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 하나 만들어 오리라!! 날 데리러 오기로 한 시간에 맞추어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핸드폰에 고요함만이 .. 2010. 9. 7.
동인련MT후기 -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한여름의 1박 2일 한여름의 더위가 작열하는 8월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동인련MT가 있었다. 동인련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가는 MT인지라 기대감을 안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곧 사람들을 만나고, 출입국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을 지나서, 목적지인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근처 펜션에 도착했다. 펜션에 짐을 풀고, 곧 첫 프로그램인 자기소개의 시간이 있었다. 이미 계속 봐 와서 친근한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1박 2일 동안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들과 저녁, 뒤풀이,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할 임무분담을 한 다음, 엄연히 바닷가에 왔으니 바닷물을 몸에 적시지 않을 수 없어 근처 왕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끝물이긴 하지만 휴가철인지라 해수욕장에는 많은 인파가 있었다. 근처 파.. 2010. 9. 7.
‘가짜 일반’에서 ‘게이’가 된 소중한 시간 - 2010 퀴어문화축제 : 퀴어퍼레이드 후기 2010년 6월 12일, 오늘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큰 행사가 있었다. 바로 ‘2010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있는 날, 바로 그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들떠있었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10년 만에 처음 참여하는 퍼레이드였기에 그 들떠있음은 더한 것이었다. 사실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기말시험이 있었지만, 그건 그날 퍼레이드에 참가하고자 굳게 마음먹은 나에게 아무런 걸리적거림이 아니었다. 날씨는 전날 밤부터 좋지 않았다. 새벽의 폭우가 지나가고 비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아침부터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래가지고 행사가 제대로 진행이나 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 속에, 시청을 지나 행사의 주.. 2010. 7. 4.
동인련 신입회원 프로그램 디딤돌을 다녀와서 적어본 나의 이야기 요 며칠 사이 습한 기운 때문인지 후덥지근한 한여름의 날씨가 조금은 누그러진 토요일이다. 비가 온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다행히 외출하기엔 나쁘지 않은 날이다. 그래도 여름이라고 이렇게 와 있는데, 주말임에도, 왠지 셔츠가 입고 싶어서, 드라이 클리닝한 후 옷장에 걸려있는 하얀 셔츠를 꺼내 입었다. 약도를 보니, 신축빌딩 3층이란다. 아무리 찾아봐도 신축빌딩은 없는데 도대체 어디 빌딩이란 말인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약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니 어디를 찾아 오셨냐며, 신입회원 모임에 왔느냐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분과 함께 모임장소로 올라갔다. 오래간만의 이런 모임의 참석인지라 어색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대학 신입생 때, 학기 초에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어느 동아리를 가입할까 하며 기웃거리다 들.. 2010. 7. 4.
겨우 찾아온 봄날 올 겨울과 봄은 유난히 추웠다. 조금 따뜻해지나 싶으면 다시 추워지고, 다시 조금 따뜻해진다 싶으면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는 날씨. 겪어왔던 수많은 겨울과 봄보다도 이번 겨울이 더 우울하고, 4월이 와도 즐겁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날씨도, 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도 단지 자신의 문제일 테니. 작년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많은 일을 겪었다. 처음엔 고민도 많았고, 나의 행동에 후회도 많았다.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고, 방황도 많이 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방황중이다. 그러나 항상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것이 나를 구성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언제나 스스로를 변화시켜주는 원동력들. 이번 캠페인을 대하는 마음도 그 때와.. 2010. 5. 26.
'평인'이 만난 용산 그리고 종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동성애자인권연대는 9월 중순부터 말까지 용산참사 유가족, 구속자 지원을 위한 모금 및 추석맞이 용산참사 유가족 및 수배 활동가와 성소수자들의 만남을 '종로, 용산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모금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 용산 참사 현장과 명동성당에서 각각 유가족분들과 대책위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모금액은 446,000원이며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대책위)'에 전달했습니다. 동참해 주신 성소수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월 2일 추석 연휴 날이었다. 전날, 추석연휴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기뻐 너무나도 신나게 논 나머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조금 버거웠다. 그래도, 오늘은 추석연휴의 시작이고, 추석연휴도 알찬 활동을 많이 하.. 2009. 10. 21.
[워크샵] 동성애자인권연대 워크샵 참가기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LGBT 단체가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석하게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연구 동료인 나영으로부터 워크샵 소식을 듣고 나서 처음에는 참가하기가 꺼려졌는데, 한 단체의 내부 회의에 내가 끼어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차역에서 동인련 회원들을 만난 순간 나는 내 우려가 오해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은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줘서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워크샵 장소로 가면서 한국 LGBT 운동에서 동인련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고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다. 도착한 뒤에 짐을 풀고 동인련 회원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나머지 주말 동안 모두에게 안전한 워.. 2009. 9. 15.
[워크샵] 10억, 그리고 가치경매 8월 21일부터 23일까지의 동인련 워크샵, 그 두 번째 날인 22일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2인3각 경기에서 평소에도 콤비라고 불리는 최씨와 같은 팀이 되어 원래 목적인 ‘잘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기’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아 약간은 아쉬웠던 공동체게임이나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계속 비명만 질렀던 물놀이, 공동 1위였으나 마지막 문제에서 역전되어 아쉽게 끝난 LGBT퀴즈 등 재밌는 활동들이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진지하게 참여했던 것은 가치경매였다. 가치경매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가상의 돈을 일정량 받고, 그 돈으로 20개의 가치 중 가지고 싶은 것에 입찰하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참여했던 가치경매는 항상 주어진 가치에 비해 사람이 많아 모.. 2009. 9. 15.
[워크샵] 당신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퀴즈로 배워보는 동인련과 LGBT 운동의 역사 이번 여름 동인련 워크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퀴즈 대회를 열었다. 퀴즈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동인련 활동과 LGBT 운동의 역사 등을 배워보자는 취지였다. 문제들은 모두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 LGBT 운동과 관련된 쟁점들이었다. 시사 영역도 동인련이 관심 있거나 참여한 쟁점들과 관련 있는 것들이었다. 회원들은 조별로 나뉘어 함께 문제를 풀었다. 경험이 많은 회원들과 신입 회원들이 섞여서 자연스레 서로 모르는 것들을 알려줄 수 있었다. 문제는 모두 30개! ‘랑’ 독자라면 충분히 만점에 도전해 볼만 하다. 여러분도 퀴즈에 도전해 보시길! 1. 시사 돼지독감(신종플루)가 계속 확산돼 환자가 2천 명이 넘었고, 2명이 사망했다.(이 문제는 8월 말에 만들었다. 현재는 감염자와 사망자가 더 늘어났다.) 그러나 .. 2009. 9. 14.
내가 만약 하비밀크처럼 성소수자 정치인이 된다면? - 8월8일 무지개 놀토반 네 번째 시간 후기 여름방학 막바지에 접어든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짜증하나 없이 해맑은 얼굴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모일 때마다 무지개 놀토반이 열리는 강의장은 시끌벅적해졌다. 춤을 추고 수다를 떨고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도 소홀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편히 찾아올 수 있게 화살표를 함께 만들고 제목도 크게 꾸몄다. 간식과 김밥도 준비하고 강의장 의자와 테이블도 좀 더 편하게 바꿨다. 몇 회에 걸쳐 무지개 놀토반을 준비하다보니, 이제는 능숙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누구하나 소홀해지는 사람 없이 작은 일도 함께 해 나갔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9년부터 ‘무지개 놀토반’ 이라는 이름 아래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2009. 9. 14.
놀자. 친구야. _ 지난 8월 15일 열린 이반 놀이터 참가기입니다. 어릴 적에 나는 주택에 살았었다. 주택은 마땅한 놀이터가 없었고 나는 항상 동네 친구들과 차가 다니는 동네 골목에서 놀아야 했다. 그곳엔 놀이기구도 없었고, 보드라운 흙들도 없었지만, 우리의 골목은 우리의 공간이었다. 낮이면 우리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우리들만의 공간이었다. 놀이터란 뭘까. 세상을 놀이터에 비유한다면, 성소수자들은 세상의 놀이터에서 소외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의 공개적 공간은 만들어지기도 힘들고, 우리는 일반들이 만들어놓은 놀이터 속에서 그들인 것처럼 놀고 즐겨야 한다. 물론 그들의 놀이터는 우리에겐 재미없고 심심한 공간이다. 우리는 그들과 다른 놀이터에서 우리들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온통 성인들.. 2009. 9. 14.
미래로 향하는 과거와 현재 * 2009 성소수자 진보포럼 스케치 ‘꿈은, 이루어진다.’ 내가 요즘 새삼 가슴에 아로새기는 말이다.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과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취향 탓에,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심드렁하게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참으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당시 나에게 주었던 부정적 아우라를 떠나서 그 말 자체가 주는 긍정적 메시지에 더욱 기대게 된 것일까. 나는 요즘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고 싶다. 그 꿈이 이루어지긴 이루어지는 데 더디게 이루어진다거나, 꿈을 이루려면 여러 가지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지난 7월 4일, 홍익대학교에서 동인련은 2.. 2009. 8. 7.
학교 가는 길 * 무지개 학교 놀이터 후기 불쑥. 예전에 학창시절에 학교 가는 길이 어땠었는지를 떠올렸다. 구불구불. 졸음 때문에 그렇게 보이던 길, 손에 쥐어진 버스표, 그리고 아직 섬유유연제 냄새가 남아있는 교복에 헉헉거리면서 투덜대게 무거웠던 가방, 다른 한손에 쥐어진 쳐다보지 않던 영어 단어장까지. 그렇게 학교 가는 길은 나에게 좋은 추억만의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친구를 보러가는 날은, 또 재밌는 수업이 있던 날의 등굣길은 가끔 쑤욱. 힘이 나게 해주었다. 무지개 학교에 가는 길도 그랬다. 학창시절이 지나간 나이지만, 재미있는 수업과 친구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즐거운 발걸음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처음 나는 무지개 학교에 등교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 우.. 2009. 8. 7.
저항과 연대의 광장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만나다 **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맑시즘 2009 참가기 동성애자인권연대는 반전/반자본주의/노동자운동 단체인 다함께가 매년 개최하는 진보포럼인 '맑시즘'에 오랫동안 초대받아 왔습니다. 올해에도 '고장난 자본주의, 대안을 말하다'를 기치로 내걸고 열린 '맑시즘 2009'에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지지를 보내며 함께 했습니다. '맑시즘' 참가가 즐거운 이유는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진지한 청중들과 지지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맑시즘에서는 스톤월 항쟁 40주년을 기념해 다큐멘터리 상영과 동인련 활동가 정욜이 연사로 나선 '스톤월 항쟁 40주년 - 성소수자들의 삶과 투쟁'이라는 토론이 열렸습니다. 미디어악법 날치기 통과로 급하게 잡힌 집회 일정 때문에 갑작스레 상영 날짜가 변경된 상영에는 10명.. 2009. 8. 7.
누구에게도 퀴어하지 않은 퀴어문화제가 되길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4. 친구와 단 둘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물었지요. “주말에 뭐 할거냐?” 저는 서울에 가서 ‘퀴어문화제’에 참석할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뭐냐는 친구의 질문에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당당하게 정체성을 드러내고 축제를 즐기는 자리라고 대답했지요. 5초 쯤 생각한 다음, 친구가 물었습니다. “거길 네가 왜 가냐?” 저도 5초 정도 생각한 다음, ‘뭐랄까, 인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라고나 할까-’라고 대답했습니다.(함양이라는 단어가 좀 우습지만, 정말로 저도 모르게 그런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친구는 희한하게 작동하는 조형물을 감상하는 표정으로 5초가량 저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습니다. “아 그래.” 저는 같이 가자고 권했습니다. .. 2009. 7. 6.
퀴어문화축제를 가게 되기까지...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3. 내가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한 것은 2007년, 바로 재작년. 그 때 나는 라틴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가경위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라는 카페에 올라온 퀴어문화축제 개최공지를 보고 참가했던 것 같다. 거기서 ‘아수나로’ 회원이자 라티너인 해밀을 만났고, 그로 인해 퍼레이드에 처음 참가했음에도 적응을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당시로부터 2년 전(2005년) 나 자신의 첫사랑이 여자였음을 까맣게 잊은 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이성애자'는 아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잠시 다른 얘기로 그것도 슬픈 얘기로 빠지자면, 난 첫사랑에 첫 아웃팅을 당해본 경험이.. 2009. 7. 6.
미소가 떠나지 않던 날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2. 친구에게 물어봤다. “넌 ‘인권’이나 ‘인권운동’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 “글쎄, 잘 모르겠는데…난 좀 부정적?”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권운동이란 이런 이미지 아닐까. 오랜 기간 억압을 받아온 듯한 표정과 그에 걸맞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어둠의 세계에서 하는 그 정도의 일. 이 부정적인 이미지와 실제가 괴리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권운동을 비롯한 각종 운동의 지나친 비장함은 그런 이미지를 생성해내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왔었기에, 이번에 처음 참석해본 퀴어문화축제는 나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운동과 즐거움은 하나가 될 수 있구나. 시종일관 화려하고 유쾌했던 그날의 축제 속에서 내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축제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이 .. 2009. 7. 6.
광주 기행문 - 동인련과 함께한 5월의 광주 신이에게 전화가 왔다. 글 하나를 쓰란다. 반갑지 않은 전화였다. 분명 부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월요일까지 시간을 주겠노라고 한다. 백수는 언제나 소심하고 한가해야 하기에 별 불평도 못하고, 딱히 핑계거리고 못 찾고, 그러겠다고 허락, 아니 인정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신 이모 덕분에, 평소 새벽 5시의 클럽같이 휑한 우리집이 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내방에 자리를 잡았다. 좋은 기회다. '글이나 써야겠다.' 망가진 컴퓨터 때문에 손글씨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내 마지막 섹스 때 굴렸던 나의 몸보다 오랜 시간동안 쓰지 않았던 연필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연필, 연필깎기, 종이는 꼭 이면지어야 하고, mp3에, 적당한 .. 2009. 6. 1.